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선 Nov 07. 2019

근래 본 가장 신박하고 섹시한 서비스 '스와이프 나잇'

틴더의 'Swipe Night'은 나를 소름 돋게 했다

근래 봤던 서비스 중 가장 신박했던 틴더(소개팅 앱)의 '스와이프 나잇'이 10월 한 달 간의 실험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넷플릭스의 '밴더스내치'같은 인터랙티브 비디오 콘텐츠를 틴더 앱 내에서 라이브로 내보내고, 7초 안에 선택하게 한다. 선택에 따라 이야기는 다르게 전개된다.

소재는 '세계 종말'



이때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 혹은 '선택을 내리지 못했는지'가 각자의 프로필에 기록으로 남는다.

이 실험으로 인해 수백만 명이 '스와이프 나잇'을 시청했고, 매칭과 메시지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나에겐 다소 실망스러웠던) 넷플릭스의 '밴더스내치'보다 훨씬 유의미한 인터랙티브 콘텐츠였다 생각한다.


'왜 인터랙티브 비디오여야 하는가'가 명쾌하게 정의되지 않는가.

단순히 '새롭잖아'가 아니라, '가치관을 드러나게' 해준다는 것.


대부분의 소개팅 앱에서 상대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다소 작위적이다.

실제와 다른 사진, 본인 스스로 적어 놓는 관심사, 취미 등 소개팅 앱에 가입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어떻게 보여질 지를 선택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을 매우 의식하면서'

이 말은 곧, 소개팅 앱에서의 타인은 '편집된 타인'이라는 것이다. 진짜와 거리가 멀 수 있다.


또 이런 의문도 든다. 관심사와 취미가 같다는 것이 과연 연인으로서도 '잘 맞는' 거라 할 수 있을까? 물론 확률은 높아질 수 있겠지만, 내 경험상(?!) 관심사가 같다고 해서 사람이 잘 맞는 것은 절대 아니더라. 실제로 사람들에게 '잘 맞는다는 것'에 대해 물어보면 가장 흔히 돌아오는 대답은 '가치관과 성격'이다.


그런 점에서 틴더의 '스와이프 나잇'은 편집된 '관심사'가 아니라, 진짜 '가치관'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극한의 위기 상황에 사람들을 몰입시키고, 중요한 순간에 7초 안에 선택을 내리게 한다. 잘 만들어진 '비디오 콘텐츠'가 가지는 장점은 '몰입'이다. 잔뜩 몰입된 극한의 상황에서 내리는 선택은 '실제 성격, 가치관'이 다분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 순간에 어떤 선택을 내렸는가, 혹은 어떤 선택도 내리지 못했는가'

이 정보가 곧 누군가의 진짜 '가치관이자 성격'에 가까운 것이다. 틴더는 이를 통해 사람들이 서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돕고, 자신들 역시 사람들의 실제 데이터(그것도 정말 파악하기 어려운 가치관에 대한)를 모을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나는 틴더의 '스와이프 나잇'이 소름 돋는다.


이건 단지 '린 스타트업' 관점 만으로는 나올 수 없는 혁신이라 생각한다.

단지 Z세대를 노리자 라는 관점만으로도 나올 수 없는 창의력이라 생각한다.


서비스의 본질적 목표를 생각하고, 그 목표에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진짜' 핵심은 무엇인지, 그 핵심을 어떻게 섹시하게 구현해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역시-.

자본주의와 철학의 만남은 이토록 섹시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