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an Lee Mar 05. 2021

(5) 2021년 3월 5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좋지 않았다. 마침 하던 업무가 마무리되어 한가한 시기였고, 코로나 때문에 어차피 다 못 쓸 휴가를 쓰기로 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더 자고 일어났다.


책을 읽을까, 아침부터 글을 쓸까 하다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져 그냥 소파에 담요를 길게 펴고 또 누웠다. 잠은 충분히 잔 것 같아서 TV를 틀었다. 어제 한 예능 VOD를 멍 때리고 쳐다보고 있다.


"커피나 누가 한잔 가져다줬으면 좋겠네."


아무도 듣지 않을 바람을 뱉어내며 드립백을 마실까 캡슐을 내릴까 생각한다. 이러나 저러나 셀프니까..  나가서 사오기는 더 귀찮다. 겨우 몸을 일으키고 캡슐을 내렸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친구가 부엌 한구석에서 먼지만 쌓이느니 내가 야무지게 쓸 것 같다며 무료 나눔 해준 캡슐 머신.. 생각보다 자주 쓰고 있다. 페인 중독..


남은 펜트하우스 시즌 1을 보다가 4시쯤에 중국집 볶음밥이 먹고 싶어서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었다.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는 메뉴들이 몇 있는데 중국집 볶음밥이 그중 하나다. 오래간만에 배달음식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오래간만에 먹은 밥이라 너무 신났지..


그리고선 잠깐 졸려 눈을 붙이고 일어났는데 몸에 땀이 흥건하다. 어젯밤에도 그러더니. 운동 가서 알게 된 사실인데 스트레칭 위주로 몸을 움직이다 보니 혈액순환이 잘되기 시작해서 그럴 수 있다고 한다. 난 또 호르몬에 문제 있는 줄 알았네. 아무래도 스트레칭을 생활화해야겠다. 몸이 굉장히 가벼워진다. 그만큼 먹어도 죄책감을 덜 느끼는  부작용이 있지만...


운동을 다녀와서는 씻고 나니 열한 시, 키보드를 꺼내 글을 쓰며 머릿속에 쓰고 와인 마실 생각에 행복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간다. 항상 이런 하루를 보내면 쓸모 있음에 뭐라도 하고 지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런 생각마저 들지 않는다. 하루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요즘은. 그런 날이 있어야 많은 것들을 하는 하루를 버틸 수 있음을 어렴풋이 배워가는 가보다.


아. 좋은 금요일이었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4) 2021년 3월 4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