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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Jun 28. 2020

[Day 13] ohoh 프랑스 파리 ohoh

남프랑스에서 파리로! 

오늘은 남프랑스를 떠나는 날. 우리는 니스에서 파리로 새벽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으므로 꼭두새벽에 짐을 싸서 움직였다. 프랑스가 넓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리옹역까지 테제베로  6시간 정도 걸린다는 사실에 새삼 프랑스가 얼마나 넓은지 실감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봐야 2.5시간이면 도착하는데, 6시간이라니!  


새삼 신기해서 찍어본 기차 내부


우리가 묵었던 숙소도 작았지만 깔끔했고, 새벽 5시에 인적이 없는 길을 걸어갔던 것도 기억에 많이 남는데 트렁크에 가방을 들고 낑낑거리며 역으로 가기 바빴던 터라 가는 길의 풍경도, 새벽의 니스 역의 풍경도 사진으로 남아 있지 않아 아쉽다. ㅋㅋ  


유럽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기차를 탔는데, 우리나라 고속철도 관련한 기사에서만 이름을 들어봤던 테제베를 직접 탄다니 뭔가 새로운 느낌이었다. (한국 촌년 ㅋㅋ) 

기차를 타고 괜히 신나서 찍은 동영상 



테제베를 타고 니스에서 리옹까지 가서, 리옹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파리 북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동하면서 파리를 검색할 때마다 소매치기 이야기도 너무 많고, 특히 우리의 종착역인 파리 북역은 워낙 안 좋은 평이 많은 동네에 있는 역이라서 정말 쫄았었다.  리옹역에 도착해서 파리 북역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고 가는 길에도 누가 내 가방을 훔쳐가는 것 아닌가 싶어서 엄청 긴장했었다. ㅋ  리옹역에서 파리 북역으로 갈아타는 길이 좀 복잡해서 길을 잃었었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불어로 질문 안 하면 대답 안 해준다는 썰을 들은 터라 길을 물어보는 것도 걱정했는데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친절하게 (영어로!) 길을 알려주셨다. (아직 세상은 따뜻했다!)


가방 도둑맞을까 봐 쫄아있는 나


우여곡절 끝에 파리에 도착했는데 낮이라서 그랬을까, 북역은 생각보다 깔끔한 역이었다. 다만, 북역을 나오자마자 여기가 파리 맞나 싶을 정도로 중동 계열, 흑인 계열 사람들이 길에 엄청 많아서 당황했다. ㅋㅋ 하지만 나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여러 후기와는 달리 동네 분위기는 그냥 평안했다. 백인보다 유색인종의 비율이 훨씬 높을 뿐! 


여차저차 해서 찾아간 숙소는 어느 파리 시내의 아파트 5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 5층이었다.  이전까지 숙소는 (규모가 작아도) 호텔이었거나, 단층이었는데 엘베 없는 5층 꼭대기 층이라니...  거의 20킬로쯤 되는 캐리어 두 개를 한꺼번에 들고 계단을 올라가느라 남편이 꽤 고생했다... 

험난했던 계단

시내의 골목에 커다란 나무문이 많아서 저게 뭘까? 궁금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커다란 나무문이 대부분 아파트의 공동현관이고, 그 공동현관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 개 건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나 마당이 나오고 개별 아파트 건물로 들어가는 구조였다. 왜 이렇게 건물이 낡았나 의아했는데 유럽의 대부분의 주요 도시들(역사가 오래된 도시들)도 그렇듯 프랑스 파리도 역사가 오래된 도시인만큼 건물의 외관은 건드리지 못하도록 한단다. 그래서 외부나 큰 골조는 건드리지 못하고 내부만 리모델링하거나 인테리어 해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올라가는 계단은 빡셌지만 집 내부는 인스타 갬성이었던 숙소.


숙소에 들어가 보니 낡은 건물 외관과는 전혀 다른 집 내부 모습에 놀랐다. ㅋ 집 내부는 엄청 깔끔하고, 인스타 감성으로 꾸며져 있었다. 물론 우리가 머무는 2층은 매우 좁아서 다락방 느낌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좁은 공간을 깔끔하게 리모델링해놔서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숙소 근처 펍에서 간식으로 사 먹었던 감튀랑 맥주

고생 고생하면서 집을 옮겨놓고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배가 출출해서 숙소 앞에 있는 펍에서 감튀를 사 먹고 파리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초콜릿 가게가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나도 디저트를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남편은 초콜릿을 싫어하지만 그래도 뭔가 파리에서 오래되고 유명한 초콜릿 가게라면 가볼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찾아가 봤다.  가게 이름은 라 메르 드 파미에 (À la Mère de Famille). 구글 평점도 나쁘지 않고, 리뷰도 좋아서 방문해 봤는데 가게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건물 외관부터 오래된 가게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판 초콜릿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종류의 초콜릿들이 구비되어있었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더라 ㅎㅎ 남은 여행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기념품으로 초콜릿을 살 수 없는 상황이고, 배도 어느 정도 부른 상태라서  뭔가 맛있어 보이는 종류의 초콜릿 두세 개만 포장해서 나왔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과 관광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러 조합의 선물세트들이 구비되어있었다. 

파리 시내를 걸어 다니면서 초콜릿을 맛봤는데 진짜 맛있었다. ㅎㅎ 초콜릿 향 자체도 부드러웠고, 안에 들어간 필링도 단맛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초코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남편도 오오옹 하는 맛. 


특별한 목적지도 계획도 없었으므로, 그냥 발 닿는 대로 파리 시내를 산책하면서 여기저기 골목길을 돌아다니고 시가지를 구경했다. 영국, 스페인, 남프랑스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도시여서 건물과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여행기를 쓰면서 느끼는 건데 난 왜 이렇게 건물에 꽂히는 걸까?) 


날씨가 좋았던 파리 여행 첫날.

한 시간 좀 넘게 산책을 하고 나서 저녁으로 먹을 케밥과 과일을 사 가지고 숙소로 복귀했다.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서 움직였던 터라 이 날 정말 일찍 잠들었다. 남편은 파리 여행 중에 오늘만 여유롭고 이후의 일정은 엄청 힘들기 때문에 일찍 자 둬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었는데 ㅋㅋ 과연 이후의 일정은 거의 매일매일이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로 꽉꽉 차있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남편은 몇 번이나 유럽 가서 어떤 걸 하고 싶냐고 물어봤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대답했었다.(준비하는 사람 복장 터지게 하는 스타일ㅋ) 생각을 쥐어짜고 쥐어짜서 겨우 대답한 건 유럽에 유명한 도시들은 한 번씩 가보고 싶다는 거였는데, 그 유명한 도시 중에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파리였다.  딱히 프랑스의 음식이나 문화에 로망이나 동경 같은 건 없었고 '이왕 유럽까지 가는데 파리는 한 번 가봐야지' 하는 가벼운 생각이었다.  큰 기대나 욕심 없이 갔던 파리인데, 지금 돌이켜 보면 유럽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던 도시가 바로 파리였다. 


우리의 파리 여행은 박물관, 미술관, 유명 관광지를 가이드와 함께하는 워킹투어들로 꽉꽉 들어차 있었는데, 나는 가이드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이 도시와 나라의 특징들을 정리해서 우리가 둘러보는 장소에 맞게 소개해주는 투어가 있어서 파리 여행이 정말 재미있었다. 혹시나 파리 여행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워킹투어를 꼭 해보시길! (후회하지 않습니다!)


여하튼, 파리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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