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의 법칙
얼마 전에 나는 너희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너희 앞에 문제가 만약 하나 있어. 그럼 어떻게 할 거야?“
나의 이 질문에 너희는 너무나 당연하는 듯이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요. 뭐, 해결해봐야죠."
너희는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말 뿐이었다. ’문제는 해결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가끔씩 나는 이렇게 너희들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져볼 때가 있다. 너희랑 이런저런 얘기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며, 또한 너희의 말 속에 세상에서 가장 확실하고 명료한 진리가 들어있을 때가 있어서이다. 너희들이 ‘문제’ 앞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해결’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란 무엇일까. ‘문제'의 사전적 정의는 '해결을 요구하는 물음'이다. 즉, 해결이 요구되는 상태가 곧 문제 상태다.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동시에 해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문제와 해결을 한 묶음으로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정말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해결을 떠올릴까?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어떤 문제 앞에서 해결에 집중하기보다는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나 내 주변 환경을 탓할 때가 많다. '저 사람 때문에, 나의 안 좋은 환경 때문에, 내가 그때 그렇게 말하지 못해서,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등 문제를 일으킨 여러 이유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이런 이유들에 몰두하면서 점점 더 외부 요인을 탓하게 되고, 나 자신을 자책하며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들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쉽게 멈출 수도 없다. 그럴 때에는 우선 너희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보자. 우리가 문제 앞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보통 이런 것들이다. 혼란스러움, 부끄러움, 원망스러움, 답답함, 무기력함, 겁남, 막막함, 속상함. 이 중에서 너희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 ‘내가 지금 답답하고 속상하구나.’ ‘너무 부끄러워서 어딘가에 숨고 싶구나.’ 이렇게 스스로 감정을 인정하고 나면 너희는 그 감정을 소화시킬 수 있게 된다.
이후에는 감정에서 조금은 빠져나온 뒤, 너희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해 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너희는 어떤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까? 희미하게라도 무언가 떠오른다면, 그것은 좋은 신호다. 그 신호에 더 집중하여 너희가 원하는 모습을 그려보면 좋겠다.
어떤 문제들은 있다가도 사라지고, 없다가도 생겨난다. 삶을 뒤흔들던 문제가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지기도 하고, 문제라고 여기지 못했던 일이 순식간에 엄청난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즉, 문제는 유동적이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하고, 반대로 가라앉기도 한다. 우리의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에 따라 문제의 존재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우리의 삶 속에 문제는 '언제나'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너희도 알게 되겠지만, 우리의 삶에는 우리가 바라는 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다. 죽기 전까지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낸 일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큰 성취를 해낸 삶이다. 그러므로 너희에게 닥치는 모든 문제들을 다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꼭 알아두었으면 한다.
당연히 나 또한 살면서 꼭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들을 마주한 적이 있다. 나에게 큰 문제가 되었던 것들은 나를 미워했던 친구, 내가 싫어했던 사람,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모습, 쫓기듯이 가려고 했던 대학원, 준비 없이 퇴사를 해도 될지 여부, 원하는 삶과 점점 더 멀어지는 현실 등이었다. 때로 나는 굉장히 혼란스러워했고, 또 때로는 정확하게 수치화하여 의사 결정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런 나에게 특히 도움이 되었던 것 하나는 문제와 해결 방안들을 수치화하는 시도였다. 세상엔 생각보다 많은 의사 결정 매트릭스가 있다. 그중 가중평균 의사 결정 매트릭스(WADM)라는 것이 있는데 참고해 보기를 바란다. 이 매트릭스는 결정과 관련된 요인들을 분리해 우선순위별로 좌측열에 배열 후, 각각의 결정이 갖는 가치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이를 활용하려면 두 개 이상의 선택지가 꼭 필요하다. ‘준비 없이 퇴사할까 vs 6개월 후에 퇴사할까.’의 문제라고 해보자. 이때의 관련 요인들은 생활비, 커리어, 타인의 시선, 안정감, 이직, 하고 싶었던 일(꿈) 등이 될 것이다. 각 요인에 점수를 부과한 후 측정해 보아라. 이처럼 문제와 해결을 수치화하는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아예 모르겠다면, 공책에 이렇게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에겐 지금 __한 문제가 있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포스트잇에 적어서 거울에 붙여두어도 좋겠다. 이제부터 너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알아보고, 시도할 수 있다고 믿으면 된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관계에서 흔히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은 흔히 타인의 무시나 무례한 언행으로 인해 발생한다. 나 또한 살면서 여러 번 겪었고, 어릴 때는 그로 인해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너희들도 자라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공격으로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너희가 자주 하는 말은 ”복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복수는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너희가 당한 일을 가해자에게 똑같이 한다고 해도, 그는 너희와 같은 마음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정확한 의미에서의 복수는 ‘같은 경험’을 인위적으로 생산해 내는 기획이다. 피해자는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를 그 양과 질 그대로 알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가해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 본인의 자발적 역량만으로는 그런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해자의 성품과 노력의 차이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근원적 무능력, 즉 ‘타인의 슬픔을 똑같이 느낄 수 없음’이라고 요약될 그것과 관계하는 사태이기 때문이다.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타인의 무례함(=문제)에 대처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마음 자세는 ‘나는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너는 나에게 피해를 주지 못 해. 나는 이미 괜찮은 사람인 데다가, 고작 너로 인해 나를 바꾸진 않을 거야. 그러니 나한테 피해를 주겠다는 생각은 버려.‘ 하고 생각하길 바란다. 이렇게 생각하면, 너희의 눈빛과 자세에서도 쉽게 피해를 받지 않는 분위기가 풍겨져 나오게 된다.
인생의 부정적 경험은 마음에 굳은살을 만들어 단련시킨다. 하지만 굳은살이 어디에 박일지 좌우하는 것은 당신이다.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을 피해자로 여긴다면 굳은살은 당신을 보호하는 분노가 될 것이다. 그것은 당신을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신뢰하기 힘든 사람, 세상에 대해 지나치게 화가 나 있는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신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 되겠지만, 마음은 단단해지지 않을 것이다.
-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 데이비드 고긴스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다. 어떤 아픔은 인생의 트라우마가 되기도 하고, 건드리기만 하면 눈물이 나올 만큼의 큰 상처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에 굳은살을 박이게 하면, 너희가 받은 아픔이나 상처만큼 마음이 단단해진다. 마음에 굳은살을 박이게 하려면, 스스로를 피해자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너희의 삶에는 수많은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다. 너희가 상대해야 하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너희 자신이다. 문제 앞에서 무너질 것인지 해결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너희 자신이며,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도 결국 너희 자신이다.
삶은 하나의 거대한 심리전이다. 당신이 상대하는 유일한 사람은 당신 자신이다.
-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 데이비드 고긴스
엄마가 너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문제란 결국 ‘해결해야 하는 상태’라는 것을 기억하고, 나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믿어보자. 결정이 어려울 때는 의사 결정 매트릭스를 활용해보자. 너희 자신을 피해자로 여기지 말고 마음에 굳은살을 박이게 하면 좋다.
"아무도 당신의 동의 없이 당신에게 고통을 가하지 못한다."
- 엘리너 루스벨트
덧.
살면서 너희들이 어떤 문제 앞에서 좌절하거나 어려워하더라도, 너희에겐 매일매일 단 1분 1초도 빠짐없이 너희를 늘 지지하는 우리가 있다. 문제가 생겨 두렵고 힘들다면 언제든지 우리를 찾아오면 된다. 우리는 너희의 튼튼한 기둥이자 지지대이며, 언제나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랑을 주는 사람들이라는 걸 꼭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출처 : Kelly Sikkema,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