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법칙
내면이 풍요로운 자는 바라는 것이 많지 않다. 이것은 인생의 진리다. 내면에서부터 꽉 찬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물질적인 욕심이나 타인에게 바라는 기대가 적다. 반면에 내면은 텅 비었는데 겉으로만 풍족한 사람은 자신의 가치나 바람을 외부에서부터 채우려고 한다. 관계에 매달리거나, 쇼핑에 중독되기도 한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많은 기업들이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준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있는데 너만 없어.' 이러한 사실(같은 허구)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외로워진다. 소속되지 못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외로운 감정이 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더 많이 물건을 사게 된다.
우리도 한동안은 물건을 많이 샀다. 나는 워킹맘으로 일할 때에는 너희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있으면 아무런 제약 없이 100%, 아니 120%까지 너희들에게 다 주려고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너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아쉬워서 나의 그 아쉬운 마음을 물건으로 채우려고 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새로운 물건의 가치는 금세 사라진다는 걸 말이다. 너희들은 곧바로 다른 더 멋진 물건들을 원했다.
물건을 사고 났을 때의 만족감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왜일까? 왜 외부로부터 얻어낸 만족감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일까? 왜냐하면 외부의 무언가를 끌어와서 만족하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초점이 외부로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외부를 바라보다 보면 금방 다시 깨닫게 된다. 외부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것들이 쌓여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무언가를 가지고 나오면, 다른 더 좋은 무언가가 내가 가져온 것을 대체한 채로 전시된다. 나는 새롭게 전시된 더 좋은 무언가를 계속 가질 수가 없으므로, 결국 공허감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너희를 만난 건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었다. 나는 너희를 만나기 전에는 늘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으려고, 잘난 사람처럼 보이려고, 괜찮은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를 썼다. 지금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애를 쓴다. 이렇게 살았더니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소유욕이 사라졌다는 점,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너희를 만난 이후, 나의 행복도는 저절로 올라갔다.
나는 너희 덕분에 내면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너희들이 스스로 이러한 진리를 깨우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다만, 외부에 초점을 두기 전에 내면부터 채워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기억해 주길 바란다. 만약 어떻게 내면을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 다음의 두 가지 방법부터 실천해 보면 좋겠다.
첫 번째 방법은 혼자 시간을 많이 보내는 방법이다. 너희의 초점을 내부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스스로와 대화를 많이 해볼 필요가 있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지, 나는 어떤 것을 핵심 가치로 두고 살아가는지' 등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나 자신에게 대화를 할 때에는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주거나 위로를 줄 때와 같이 하면 된다. '힘들었겠다, 그래도 진짜 고생 많았어, ' '앞으로 잘하면 되지, 너무 기죽지 마!' 하는 식으로 너희 자신에게 말을 걸어보면 좋겠다. 그렇게 틈틈이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면 너희는 스스로 '나는 어떠한 사람이다'하는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너희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세운 뒤, 내가 세운 나의 가치와 나의 정의에 따라 살면 외부의 그 누가 너희를 평가한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평가에 따라 길을 잃지 않게 될 것이다.
두 번째 내면을 채우는 방법은 (역시 혼자서) 책을 최대한 많이 읽는 것이다. 처음에는 책을 고르는 요령이 없을 테니, 베스트셀러나 고전 소설 위주로 시작해 보자. 한두 권씩 독서량이 쌓이다 보면 너희가 끌리는 책이나 주제가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엄마의 경우에는 인문/철학, 심리학, 동물권 및 환경과 관련된 도서가 재미있었다. SF 소설이나 만화책, 위인전이나 백과사전 종류도 다 괜찮다. 너희가 빠져서 읽을 수 있는 책들이라면 무엇이든지 읽어보고, 내가 관심 있어하는 주제와 책의 종류를 파악해 보기를 바란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먼저, 너희가 너희 스스로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너희가 살아가는 데에 여러 방면으로 책이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너희 스스로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철저하게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인생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진리를 깨닫는 일은 평생에 걸쳐서 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아주 어려운 일일 테지만. 엄마 역시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엄마가 깨달은 바를 먼저 너희에게 공유해 본다. :)
'몸과 마음이 건강할 것,
낙천적이고 쾌활한 마음을 가질 것,
남의 시선과 평가에 주의를 두지 말 것,
돈이나 사치를 쫓지 말고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찾을 것,
행복은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진리를 깨달을 것.
또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외로움을 사랑할 것'
앞으로 너희들이 더 많은 글들을 읽어보고, 더 많은 책들로부터 인생의 교훈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특히 위대한 철학자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좋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현명한 자는 즐거운 것을 추구하지 않고 고통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고 말했으며, 괴테는 <친화력>에서 '자신이 소유한 것보다 더 나은 것을 바라는 사람은 완전히 눈먼 인간이다.'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또한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어느 책에서는 이런 글도 쓰여 있다.
"청소년기가 우울하고 불행한 이유는 인생에서 반드시 행복을 붙잡아야 한다는 확고한 가정하에 행복을 향해 질주하기 때문이다."
이 말에 나 또한 동의한다. 스스로에게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고 가정을 두면 안 된다. 남들을 위해 행복해 보일 필요도 없다. 행복이란 그저 내가 먼저 나를 잘 알고, 나 스스로에게 만족할 때 찾아오는 작은 선물 같은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나서 잠깐 부리는 여유에 행복이 있고, 잘나 보이는 누군가 옆에 섰을 때도 주눅 들지 않고 떳떳한 내 자신의 어깨 위에 행복이 있다. 내면이 꽉 찬 사람들은 도처에 행복이 널려 있다. 그들은 행복하기 위해 질주하거나, 행복해 보이기 위해 치장하지 않는다.
'행복'의 법칙은 이런 것이다. 거창한 행복을 목표로 하루하루 힘들게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먼저 바라보고 나를 이해하며 나 스스로에게 만족하며 살다 보니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 이를 위해 철저하게 혼자 시간을 보내보고, 시간 날 때마다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참,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핸드폰은 은근히 책 읽을 때에 큰 도움이 된다. 바쁜 와중에도 핸드폰으로 책을 보고, 생각을 많이 하고, 메모도 해둘 수 있으니까. 너희들의 핸드폰을 아이디어 노트처럼 사용해 보자, 알겠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