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미르 Feb 09. 2020

몽상가를 위한 진혼곡

<25번째 커버곡>

Weight In Gold - Gallant


Gallant - Weight In Gold (from. GallantVEVO)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헛된 꿈이나 생각을 우리는 몽상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런 생각과 꿈을 가진 사람들을 몽상가라 일컫는다.

과거의 인류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듯이, 현대의 인간들도 생존을 위해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금전적 이유이든, 사람 간의 관계 때문이든 점점 각박하게 변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현실 안에서 이 시대는 몽상가들을 점점 잃어간다.

이 곡은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몽상가들을 위한 위로의 곡이자, 설 자리를 잃어 사라져 간 몽상가들을 위한 진혼곡이다.


현실의 무게는 마치 바람에 날리는 재처럼 서서히 그들의 어깨애 내려앉는다.

자신도 모르는 채 서서히 쌓여가는 재는 어느 순간 그들에게 커다란 짐처럼 무거워진다.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순간 그 무게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짓누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함에 따른 대가라 할지라도, 자신이 가라앉고 있는 원인이 바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도록 만드는 잔혹함을 과연 감히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더 이상 혼자서 이 일을 해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뼈저리게 느낄 무기력함과 나약함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이처럼 현실은 몽상가들에게는 가혹하기 그지없는 척박한 사막과 같은 곳이다.



기댈 곳 하나 없는 적막 속 홀로 걸어가는 듯 한 *인트로*벌스.

성한 곳 하나 없는 지쳐버린 몸에 열이 나며 쓰러져가는 모습의 첫 번째 *훅.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걸음을 옮기지만, 왠지 모를 서글픔이 북받쳐 오르는 두 번째 벌스.

차오르는 감정에 그동안의 서운함과 외로움, 그리고 고통이 느껴지는 두 번째 훅.

절망감에 하늘을 보며 눈물과 함께 외치는 *브릿지.

그리고, 그간의 설움을 모두 쏟아내는 하이라이트.

한참을 울고 나서 다시금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바라보는 *아웃트로 까지.

4분이 채 안 되는 곡 안에 한 명의 몽상가가 펼치는 작은 서사가 완벽하게 들어가 있다.

스토리를 충실하게 담아낸 *M/V와 함께할 때 이 곡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높은 몰입도 때문일까, 이 곡은 정말이지 짧은 느낌이다.

마치, 시간이 지나가는 줄 모르고 감상하게 되는 멋진 작품처럼.


*인트로(Intro) : 곡의 시작을 이르는 말

*벌스(Verse) : 운문 또는 노래의 절

*훅(Hook) : 노래의 끝이나 중간 부분에 같은 멜로디를 반복해서 부르는 부분 (=코러스, Chorus)

*브릿지(Bridge) : 과 벌스를 이어주는 구간

*아웃트로(Outtro) : 곡의 마지막을 이르는 말

*M/V(Music Video) : 뮤직비디오의 준말


2016년 센세이셔널한 데뷔와 함께 유명세를 탄 갈란트(Gallant).

그의 정식 데뷔 앨범 [Ology]의 첫 번째 *싱글이 바로 이 곡 'Weight In Gold'다.

뛰어난 곡의 완성도, 갈란트의 타고난 연기 및 연출로 가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더 투나잇 쇼(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에서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싱글(Single) : 1개의 곡으로 구성된 음반

*더 투나잇 쇼(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 : 1954년부터 NBC에서 방영된 미국의 최장수 연예 프로그램


곡의 벌스는 전반적으로 공허한 느낌이 주를 이루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기타 사운드와 심심하게 울려 퍼지는 드럼 비트에 갈란트 특유의 팔세토 창법이 그 느낌을 너무나도 잘 살리고 있다.

그의 진성에 가까운 목소리는 오히려 훅에서 들을 수 있다.

훅은 벌스와는 또 다르게, 한음씩 묵직하게 이어지는 전자음, 그 자신의 보컬로 채워놓은 *코러스가 기본적인 보컬과 함께 드럼 비트에 맞추어 연출되면서 가슴속 응어리진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곡의 가장 매력적인 파트인 브릿지는 빗소리와 함께 블루지한 느낌의 기타 사운드가 분위기를 다시 한번 잡아준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에서는 더욱 고조된 톤의 코러스가 추가되면서 있는 힘껏 외치고 있다.


*코러스(Chorus) : 메인 보컬을 받쳐주는 합창 파트 (=백그라운드 보컬, Background Vocal)


과연 몽상가들은 이 사회를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

이들이 결국 포기하고 자신들의 꿈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는 얼마나 무거울까.

시대의 흐름에 억눌리고, 사라져 가는 그들의 마지막을 위해 이 노래는 울부짖는다.




P.S. 그들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기리며

매거진의 이전글 낭만, 사랑을 말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