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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미르 Mar 26. 2020

세상 모든 것을 가질 방법

<26번째 커버곡>

No Roots - Alice Merton


Alice Merton - No Roots (Alice Merton Official)




무소유, 금욕주의처럼 철학적인 것에서부터 미니멀 라이프, 심플리시티 등 우리 삶에 밀접한 부분들 까지.

'*공수래 공수거' 같은 경전 속 가르침부터 '바람처럼 왔다 바람처럼 간다'는 가사 속 구절까지.

왜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가지지 않는 삶을, 욕심부리지 않는 삶을 말하고 추구하는 것일까.

또, 그러한 삶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치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줄까.

음악, 특히나 물질주의와 시장경제의 발생지인 서구권의 대중음악을 주로 다루는 사람이 왜 갑자기 이런 철학적 물음을 하는지 의아할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편하게 음악을 들으며 기분전환을 하려는 나에게 왜 이렇게 뜬금없이 머리만 아픈 철학 얘기를 하는 건지 약간 짜증이 날 수도 있다.


*공수래 공수거(來 去) :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뜻. 인생의 무상과 허무를 나타내는 말


앞에서 묘사한 심경이 드시는 분들이라면 안심하시라.

철학적 물음에 대한 답을 원하는 것도 아니며, 그런 고뇌에 빠져 심각하게 음악을 감상하라는 것도 아니다.

필자 스스로도 그러한 물음에 정확한 답을 내리지도 못하고, 무소유의 삶이 어떨지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다.

답하기 참 어려운 이런 의문들을 이 곡의 멜로디와 비트들이 나에게 들려주기 전까지.

글과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것들이 음악이라는 형태를 통해 나의 머릿속에, 가슴속에 답을 던져주었다.

평소 고민이 있었던 분들, 각박한 현실에 지쳤던 분들, 무소유의 삶이 궁금하셨던 분들 모두 편한 마음으로 이 곡을 들어보시길 적극 권한다.



조금은 진지하게 시작한 소개글 때문에 잔잔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곡을 기대하셨던 분들이 많으셨을 것이다.

사실, 이 곡은 정말 흥겨운 에너지가 가득한 곡이다.

요소요소를 다 때어놓고 봐도 하나하나가 모두 흥겨움이 듬뿍 묻어있다.

*펑크*디스코 사이 어딘가에서 두 장르의 즐거움을 모두 흡수하는 비트, 고민 하나 없이 자신감으로 가득 찬 보컬, 절로 따라 부르고 싶게 만드는 *훅, 듣기만 해도 힘이 나는 *백업 코러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펑크(Funk) : 재즈, 리듬 앤 블루스, 소울이 결합된 음악 양식으로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 발생한 대중음악 장르

*디스코(Disco) : 1970년대 후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대중음악 장르

*훅(Hook) : 노래의 끝이나 중간 부분에 같은 멜로디를 반복해서 부르는 부분 (=코러스, Chorus)

*백업 코러스(Back-Up Chorus) : 메인 보컬을 받쳐주는 합창 파트, 또는 그것을 담당하는 멤버(=백그라운드 보컬, Background Vocal / 코러스, Chorus)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은 바로 베이스.

기타를 대신하여 베이스가 멜로디를 전적으로 끌고 가는 점이 참 인상적이다.

특유의 통통 튀는 느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멜로디를 전체적으로 연주하기보다는 치고 빠지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멜로디 라인을 베이스에 내어준 일렉기타는 약방의 감초처럼 *벌스 중간중간 우리의 귀를 간지럽힌다.

앨리스 머튼(Alice Merton)의 보컬과 백업 코러스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보통 큰 울림을 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중저음의 보컬이 이 곡에서는 기쁨을 대놓고 표현하기는 살짝 부끄러워 내적 댄스를 추고 있는 한 사람이 떠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사람의 입가에는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미소가 떠있을 것이다.

이 곡은 백업 코러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베이스 만으로는 자칫 비어 보일 수 있는 멜로디를 채워주기도 하고, 훅에서 앨리스 머튼의 보컬 뒤에서 힘을 북돋아주기도 한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 또한 내적 댄스를 추고 있을 것이다.


*벌스(Verse) : 운문 또는 노래의 절



독일에서 아티스트로의 커리어를 시작한 그녀가 그녀의 매니저와 함께 직접 설립하여 처음으로 발매한 곡이 바로 오늘 소개한 'No Roots'이다.

독일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독일, 캐나다, 영국, 미국 등 다양한 곳으로 이사를 다녔던 그녀의 경험이 담긴 곡이다.

이 곡은 발매와 함께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며 여러 국가의 음원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며, 이러한 인지도를 기반으로 미국에서도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정식 앨범 발매뿐만 아니라 유명 TV 경연 프로그램 '*더 보이스'의 독일 버전에 코치로 참가하며 우승자를 배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더 보이스(The Voice of Germany Season 9) : 네덜란드의 음악 경연 프로그램 'The Voice of Holland'의 라이선스로 만들어진 독일 프로그램



자신이 뿌리내린 곳이 없다고 말하는 가사는 글로만 보면 조금은 슬프게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곡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듯이 느껴진다.

마치 얽매인 곳이 없어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새가 된 것처럼 들린다.

자유로운 영혼, 얽매이지 않은 삶,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누릴 수 있는 누구나 꿈꿔봤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다시 맨 처음의 물음으로 돌아가서, 무소유의 삶이 어떨지 조금은 감이 왔으리라 생각한다.

가지지 않았기에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가지지 않았기에 역설적으로 이 세상 모든 것을 가지게 됐다고 말해주는 곡이라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오랜만에 만나는 속 시원한, 가슴 뻥 뚫리는 곡이었다.




P.S.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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