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미르 May 04. 2020

헛된 꿈을 꾸던 자들

<27번째 커버곡>

Trampoline - SHAED & ZAYN


SHAED x ZAYN - Trampoline (Official Lyric Video)


꿈속에서 보았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오늘도 눈을 감는다.

현실에서는 절대 가보지 못할 그곳, 만날 수 없는 존재들, 이루어질 수 없는 도전.

누군가는 그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나의 상상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나에게 그곳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잠에 든다고 하더라도 그곳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장담도 없기에, 그때의 그 꿈을 다시 꿀 수 있다는 확신도 없기에 더 간절해진다.

그곳이 과연 내가 바라는 이상향 일지, 꿈에 그리던 사람을 만날 장소인지 사실 그 무엇도 명확한 것이 없지만, 애매모호한 그 꿈에 대한 기억은 나를 더 애타게 만든다.

그때의 그 순간을 다시 맞이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더 뚜렷하게 기억에 남을까.

나는 그 꿈에 취해버렸다.

꿈에 중독되어 버린 자에게 현실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정확하게 어떤 꿈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꿈을 꿀 동안 황홀했던 그 기분만은 선명하게 남아있는 자는 다시금 그 꿈으로의 항해를 하기 마련이다.

다시 눈을 감는다고 절대 그때의 그 꿈과 똑같지 않을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억지로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려 하는 노력이 멈춰지지 않는다.

결국 현실이 꿈이 되며, 꿈이 현실이 되어 자신의 삶의 정의를 찾기 위해 영원한 꿈으로 들어가게 된다.

타인의 눈에는 비극일 뿐이지만, 마지막 순간 그들은 그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남긴다.

영화 '*인셉션' 속 '*코브'가 바라본 '*맬'의 표정이 그렇지 않았을까.


*인셉션(Inception)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10년작,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 특정 정보를 입력시키려는 조직의 활동을 그린 영화

*코브 : 영화 '인셉션'의 주인공, 자신의 부인 '맬'의 꿈속에서 입력시킨 생각 때문에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맬 : 영화 '인셉션' 속 주인공 '코브'의 배우자, 그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아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방해한다.



전체적으로 꿈속을 유영하는 분위기 속, 슬프면서도 일말의 희망을 바라는 간절함이 숨어있다.

이 곡의 분위기에 대하여 명확하게 밝다 혹은 어둡다고 말하기 참 어렵다.

어찌 보면 그것이 이 곡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커다란 거품이 터지는 듯한 사운드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외치는 목소리 같은 두 보컬, 메아리처럼 맴도는 *백그라운드 보컬, 한음씩 길게 이어지는 *코드 연주, 거기에 묘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휘파람 사운드까지.

몽환적이면서도 현실과 환상의 경계 그 사이 어딘가로 우리를 이끄는 듯한 묘한 분위기는 이 곡의 종착역이 어디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앞서 언급한 메아리처럼 떠다니는 백그라운드 보컬이 아닐까 생각한다.

곡이 시작하는 순간 'Dreams'라는 단어로 우리에게 살며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2절에 들어서면서 이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제인 말리크와 첼시 리 두 보컬의 목소리를 이런 효과를 통해 담아내면서 가사를 표현하는 보컬 사운드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근래 들었던 어떤 곡보다 백그라운드 보컬의 활용이 돋보이지 않나 생각한다.


*백그라운드 보컬(Background Vocal) : 메인 보컬을 받쳐주는 합창 파트, 또는 그것을 담당하는 멤버(=백업 코러스, Back-Up Chorus / 코러스, Chorus)

*코드(Chord) : 화음



사운드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면, 그 세계를 꿈이라는 주제를 오묘하게 풀어낸 가사로 완성시켰다.

의문점이 가득한 화자와 그들이 꾸는 꿈의 느낌을 공중에 떠올라 있는 느낌으로, 때로는 물속에 가라앉아 몸이 식어가는 느낌으로 표현한 가사는 그냥 "몽환적이다"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그만큼 이 곡의 가사가 전해주는 느낌은 공허하면서도 압도적이다.

1절에서는 몸이 떠오르는 느낌을 첼시 리의 보컬이 주도하면서 묘사하고, 2절에서는 물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을 제인 말리크가 주도적으로 표현한다.

각각의 보컬이 표현하는 *벌스에서도 상대 보컬이 곳곳에서 겹쳐지며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다, *브릿지*훅으로 넘어가면서 두 보컬이 완벽하게 섞여들며 하나의 목소리에서 여러 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두 보컬이 융화되는 이런 모습에 중성적인 매력까지 가미되어 한층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간주에서 나오는 휘파람은 얼핏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은은하게 긴장감까지 가져온다.


*벌스(Verse) : 운문 또는 노래의 절

*브릿지(Bridge) : 과 벌스를 이어주는 구간

*훅(Hook) : 노래의 끝이나 중간 부분에 같은 멜로디를 반복해서 부르는 부분 (=코러스, Chorus)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을 가진 이 곡은 원래 셰이드의 솔로곡으로 2018년 발매된 *EP [Melt]의 수록곡이었다.

솔로 버전의 원곡은 '애플'사의 광고에 사용되며 큰 인기를 끌었고, 2019년 오늘 소개한 제인 말리크와의 콜라보 버전이 발매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두 명의 보컬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콜라보 버전을 더 선호한다.

또한, 콜라보 버전에서 원곡보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더 짙게 묻어 나온다.

*원 디렉션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제인 말리크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슈퍼스타로 성장했기에 그보다 덜 알려진 셰이드라는 그룹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쌍둥이 형제 프로듀서 맥스, 스팬서 어니스트와 보컬리스트 첼시 리가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두 형제는 피아노부터 기타, 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들을 다루며 메탈부터 일렉트로닉까지 여러 장르를 골고루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험들이 그들의 음악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원 디렉션(One Direction) :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The X-Factor'의 7번째 시즌에 결정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보이밴드, 현재는 휴식기에 들어가 있다.


꿈속에 파묻혀 있는 자들을 타인의 시각에서 보고 있자면 어리석기 그지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그 꿈이 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면서 마냥 어리석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그 꿈은 현실의 세상보다 더 소중한 공간이다.

현실을 바쳐 꿈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어찌 보면 정말 순수한 열망을 가진 이들이다.

한 번쯤은 그토록 황홀하고 소중한 꿈에 빠져보고 싶지는 않은가.

오늘의 곡을 통해 그 꿈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 모든 것을 가질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