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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리 Feb 15. 2021

클럽하우스 특징 분석_긍정 ver

내향인은 클럽하우스가 알고 싶다


  클럽하우스를 쓰다 보니 클럽하우스만의 독특한 특징들이 보입니다. 이를 함께 공유하고 싶어 글을 썼습니다.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클럽하우스도 긍정적인 특성과 부정적인 특성이 공존합니다. 내향인으로서.. 클럽하우스에 대한 저의 생리적인 반응은 꽤나 부정적이었으나 막상 써보니 긍정적인 측면도 많았습니다. 또 IT로 버무려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회인/직장인으로서 대체  이것이 인기가 많은지를 알고 싶은 마음이 커 '클럽하우스 특징 분석_긍정 ver'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클럽하우스가 정말 인기입니다. 코로나로 입이 근질거렸던 사람들에게 내려진 단비인 걸까요?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끄는 요인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겠으나, 서비스 자체가 가지고 있는 차별성이 무엇인지 궁금해져서 마구 생각해보았습니다. 크게 두 가지 특성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개방성과 휘발성.




   개방성 1: 클럽하우스에서는 너도 나도 말할 수 있어요.

   클럽하우스에서는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엘론 머스크도 나도, 모두 동등한 스피커가 됩니다. 물론 트위터, 인스타, 브런치, 유튜브도 콘텐츠를 만들기에 제한이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클럽하우스만큼 가볍지는 않습니다. 기존 플랫폼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그걸 소비하는 사람의 경계가 큽니다.  반면 클럽하우스는 '소비하는 사람'에 대한 개념이 흐릿합니다. 방에는 'Speaker'와 'Others'만 존재합니다(사진 1).(누구나 스피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좋은 UX writing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클럽하우스에서는 스피커가 되기 위한 준비 단계도 적고 해야 할 것도 적습니다.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인스타에 사진 올리기보다 훨씬 쉽게 스피커가 될 수 있습니다.

사진 1. 위의 세명은 Speaker, 밑의 두명은 Others in the room으로만 불립니다.

   팔로우도 쉽습니다. 내향인인 저는 인스타그램을 할 때 '내가 저 사람을 팔로우해도 될까? 저 사람 유명 인사도 아니고.. 그냥 나는 사진을 잘 찍고 말을 웃기게 해서 팔로우하고 싶은데 그가 부담스러워하면 어쩌지? 또 나도 부담스러워.. 갑자기 DM이 오면 어떻게 해...' 하는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에서는 쉽게 팔로잉을 하고 있습니다. 나도 그도 그냥, 모두가 스피커이고 스피커로써만 인연이 이어지니까요!

   또 갑자기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은데 전화할 사람도 없고.. 나는 셀럽이 아니라서 인스타 라이브 같은 걸 켜도 아무도 안 온다고 해도! 이제는 좌절하지 않고 클럽하우스를 켜면 됩니다. 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한가득이니까요. 저는 '갑자기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잘 들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동안의 SNS가 셀러브리티 위주로 흘러가고 또 그것이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모두가 스피커가 될 수 있는 이 클럽하우스의 개방성은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개방성 2: 클럽하우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요.

   클럽하우스를 듣다 보면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것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만나기 힘든 패션 마케터들, 유럽에서 사는 사람들, 성대모사 달인들이 방을 열어두고 신나게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개인들이 하는 편집되지 않은 말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어느 정도 정제된 말'과는 또 다른 매력입니다. 살아있는 목소리로 '지금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그들의 말은 '다양함'이라는 단어를 더욱 확실히 느끼게 해 줍니다.

   평범한 이야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에 피곤함을 느껴서 슬픈 내향인에게는 굉장히 '가성비'가 좋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약간의 에너지만으로 다른 사람들의 재미난 수다를 엿들을 수 있으니까요.


   휘발성 1: 클럽하우스에는 피드가, 역사가 없어요.

   클럽하우스는 실제 대화에 가까운 SNS입니다. 말로 이어진다는 것도 그렇지만, 내 말이나 내가 참여한 방이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나에 대한 정보도 프로필 사진, 바이오 몇 줄이 끝입니다.(사진 2)트위터와 인스타를 연동할 수 있지만 선택 사항이에요.

사진 2. 프로필을 누르면 저렇게 프로필 사진과 바이오가 보입니다.

   인스타나 페이스북에선 나의 활동이 곧 나의 정체성이 됩니다. 이런 기록들은 나를 나타내기에 더없이 좋기도 하지만, 좀 피곤합니다. 인터넷 세상에 나의 모습을 너무 많이 흩뿌린(!)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나의 피드를 꾸미고, 억지로 PC해보이는 것에 좋아요를 누르는 그런 일을 하기에는 작위적인 나의 모습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클럽하우스는 말하면 끝입니다. 억지로 바른말을 할 순 있어도 그건 평소 사람들과 대화하는 수준에서 쓰는 가면만큼일 것입니다. 술에 취해 헛소리를 했다고 해서 그게 박제되어 놀림거리가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합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로만 나를 보여준다는 건, 어쩌면 자신이 여태까지 가져왔던 정체성에서 살짝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휘발성 2: 클럽하우스에는 '좋아요'가 없어요. 아니 있는데.. 없어요.

   클럽하우스에서는 내가 한 말에 대한 '좋아요'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반응은 말을 한 직후에 결정되고 거기서 끝납니다. 더 신경 쓸 것이 없습니다. 물론 조금 두근거리긴 합니다. '내가 지금 헛소리를 하나..?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는데..?' 하는 걱정이 들긴 해요. 하지만 사진 하나 올리고 좋아요가 몇 개가 되었나, 그런 신경을 쓰는 것에 비하면 아주 짧은 순간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모더레이터분들은 꼭 반응을 해주시기 때문에(헤헤) 대부분은 '좋아요'에 비견할 수 있는 반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대화 중에 주는 우호적인 피드백은 좋아요 몇 개만큼의 효과를 주는 걸까 궁금해지네요! 혹시 뭔가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알려주세요^.^)




   클럽하우스의 인기 요인으로 FOMO(Fear of missing out)를 말하는 글들이 많습니다. 저도 '나만 안 하는 거야? 나 빼고 무슨 얘기하는 거야?' 하는 마음에 살짝 조급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며칠 사용해보니, 세상에 클럽하우스를 들어가지 않아서 손해 볼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클럽하우스만이 가지는 차별성을 오롯이 느껴 빠져들기엔 전 역시나 내향인인가 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클럽하우스는 탐구하고 싶은 대상이고, 아직까진 클럽하우스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재밌습니다. 참고로 클럽하우스에는 클럽하우스에 대해 얘기하는 방도 많습니다. 클럽하우스 메타방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늘은 이런 방에 들어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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