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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gel Kim Dec 24. 2017

내가 걸어온 길이 누군가 걷고 싶은 길이 되길 바라며

#1_먼길을_떠나다

모처럼의 미팅이 없던 날이라 머리나 볶아 볼까 미용실 예약하려니 다들 예약이 안 된다길래 왜냐 묻는 내게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렇단다.


아,, 그렇구나,, 그랬구나 크리스마스,

잡힌 약속도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는 오늘, 뭔가 내 삶을 돌아보는 글을 쓰고 싶어 졌다.


그래,


글이 쓰고 싶다. 한 번도 되새김질해 본 적 없는 내 지난 삶의 청춘 이야기를 노후에 심심할 날 위해 남기고 싶어 과거를 돌아보니.. 난, 참.. 거칠었고

.

.

.


치열하게 살았다.

과거의 나를 보고 오늘의 나를 바라 보아도 치열하다는 표현 외에는 딱히 만족스럽게 전달력 있는 단어가 없을만큼 분주하고 치열하게 살았다.  


어머니는 짜장면을 좋아하셨지만 우리 집은 가난했다. 신기하게 보통 한 번쯤은 잘 살다 몰락하는데 우리 집은 내가 태어난 그 시점부터 자라나기까지 한결같이 가난했다. 이런, 일관성 있는 집안이라니 나의 오만가지 잡 능력과 잡초 같은 생활력은 그곳에서 태동했으니 감사함 외에 무엇을 더 가지랴,


오늘 나이 서른다섯, 열 세살부터 지금까지 쉬어 본 적 없 벌써 22년 차 사회인이다. 고사리손에 맡겨졌던 첫 노동은 냄비 공장에서 손잡이를 나사로 연결하는 일이었는데 동네 아주머니들 틈 사이에 귀엽게 앉아 따박 따박 잘도 끼워 넣으면 집으로 돌아가는 내게 꼬깃한 오천 원이 떨어졌고 잃어버리는 게 겁나 어금니 꽉 물듯 손에 꼬옥 쥐고 집으로 뛰어가 어머니에게 전하던 난 새벽이면 신문 배달을 했더랬다.


가난한 녀석들이 모여 살던 동네였던 터라 나뿐만 아니라 함께 신문을 돌리던 어린이 동무들이 있었고 신문에서 전단지로 잡스콥을 늘려가며 한 달에 20만 원 정도는 벌어 들이는 학교에선 별로 안 좋아하는 훌륭한 초삐리 시기를 내던 우리는 만 12세, 그러니까 초등학교 6학년.


덕분에 신문 사설을 어린시절 부터 읽게 되더라 "신문 사절"이라고 써 놔도 배달을 빼먹으면 혼난다는 사실과 우유 아줌마랑 친하게 지내면 공짜 우유를 먹을 수 있다는 놀라운 협력 관계에 눈을 떠버리고 말았


 내 월 수입은 20만 원


중학교에 입학하며 교복을 물려 입고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입문 하던날 내 어머니가 하시는 일이 뭔지도 모르다 홀서빙과 줄어들지도 않는 주제에 무겁기는 또 열라 무거운 그릇들을 씻으며 아,, 내 어머니가 이런 일을 하고 살았구나를 처음 알고는 집으로 돌아오던 겨울의 길에 서럽게 울었다.


그 이후로 돌솥에 들어있는 돌솥 비빔밥은 한동안 먹지 않았다. ( 누군가 무거운 그릇을 씻는게 싫었고 엄마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더 싫었다. )식당 일이 없던 날이면 유치원에 가서 알바를 했는데 애들이 웃기다고 날 참 좋아했다. 나도 그런 아이들이 좋았고 그때 배운  잘 돌보기 기술로 지금도 어딜 가나 칭찬을 받는다. 유치원에서 배운 유치한 기술 참, 오래도 써먹고 있군..


또 그렇게 내 한 달 수입은 30만 원


고등학교 진학은 끊임없는 갈등의 시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있었고 성적도 참 좋은 놈이었는데 울었다, 그놈이. 선생님이 가난한 형편에 대학이 무엇이냐며 실업계를 추천했다는데 딱 잘라 말하는 그 싸가지 없음에 억울해서 였는지 그 말을 들은 친구 어머니에게 미안해서였는지 모르지만  울지도 않는 놈이 펑펑 울었다.


걸 지켜보던 초 단세포였던 난,


그 친구를 위해.


함께 실업계 고등학교이자, 무려 우리 집에서 두 시간이나 떨어진 학교에 원서를 넣고는 기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생에 최고 미친 짓은 그때였는지 모른다. 차를 3번이나 갈아탔는데 셋다 2,,30분에 한 대씩 겨우 오는 희귀 버스들이셔서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 지각을 면했으니 No잠 인생은 그즈음에 시작되었지 않나 싶으다.


그럼에도 토할 만큼 멀긴 했지만 중심지에 있었던 고등학교에 오니 선택할 수 있는 알바는 많아 좋더라, 프로 홀서빙녀를 넘어 운 좋게 대형 학원 상담실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되었는데 학생들이 오면 접수를 받고 순서대로 반 편성하면 그만이었다. 워낙 유명한 학원인지라 지인들도 많이 등록하여 잘 생기면 1반, 내 친구면 1반, 안 잘생기면 2반, 예쁘게 생기면 2반, 편성 이라는 권력남용으로 당시 내 인기는 최고였다. ( 비록 2반은 늘 성적이 좋고 1반은 개망 했지만,, 내 탓은 아니니 패스 )


화려했던 고삐리 시절, 난 월 수입 50을 달성하며 당대 최고 부자가 되었지만...


질풍노도 낭랑 18세,

생각이 많아진다. 아무리 벌어도 잘 살아질 것 같지 않는 우리 집과, 무기력했던 고3 시절. 어느 날 갑자기, 정말 갑자기 책 한 권 읽고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원히 사는 사람들,

영원히 살기에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100년 공부하면 의사가 될 수 있고, 부자도, 예술인도 될 수 있다. 하지만 끝이 없으면 결국 의미 없는 인생. 영원히 살아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


내가 만약 1억 년 살 수 있었는데 만 년 밖에 못 사는 시한부가 되었다면? 천 년 밖에 못 산다면? 수 많은 직업 중 무얼 택 했을까 우린,, 겨우 백 년 살잖아.. ? OMG.


20살까지는 길러진다.

서른이 넘으면 가정이 생긴다. ( 안 생길 줄 몰랐다. )


겨우 10년,

세상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내 인생을 살 수 있는 건 겨우 10년.


소... 오... 름...


10년이라니, 1억 년 중에 10년, 만 년 중의 10년,, 겨우 그 시간만이 난 자유롭다.


과연 난 이 10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잘 보낼까.. 나름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 여행이 좋지도 않았으면서 막연히 전 세계를 다 돌아보아야겠다 생각했다.


올림픽 기준 5 대륙으로 나누어 2년씩 돌면, 난 10년 안에 전 세계를 다 돌 수 있다. 각 대륙에서 다 살아 봐야지, 세금 내고 살아 보면 특별함을 알 수 있지 않겠나를 생각하고 3일만에 떠나버린 난, 역시 초단세포였던 것...


첫 대륙은 아시아, 그중에도 일본이었고 이유는 매우 명료하게 당시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았던 롹밴드 "Mr.Big"의 마지막 해체 공연이 도쿄였기 때문이다. 내 사랑 빌리 시언아, 에릭 마틴아, 폴 기버 트야, 팻 토페이, 기다려라 내가 간다. 세상에 해체라니..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달려 간 일본.


항공값과 공연 티켓을 사고나니 손에는 현금 10만 원 있다가 그마져도 공항세를 내고 환전을 하니 전설의 7천엔 정도가 남았다. 친구 집을 전전해도 나쁘지 않았던 도쿄의 느낌에 살아 보기를 결심했으나 돈이 없었던 나는 무작정 한인 식당엘 찾아가 먹여주고 재워만 주면 일 하겠다 했더니 정말 놀랍게 먹여주고 진짜 재워만 주고 한 달을 일 해도 돈을 안 주는 게 신기했던 그 시절,


아.. 말 한대로 이루어진다더니 이렇게 살면 박스 깔고 살겠다 싶어 아주머니에게 한 달에 만 엔만 달라 사정하고는 다른 일자리를 열라 찾아보던 그때가 내 인생 가장 진지했던 순간 아니었을까.. (사악한 아줌마 지금은 잘 사나 몰라 )  


이 곳을 떠나야한다. !!! 일 자리를 구해야 한다. !!! 일본어도 못하던 내게 전지전능했던 다음 카페 구인 구직란에 인생을 걸 길 잃은 똥강아지처럼 매일 같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던 내 눈앞에 드디어 나타난 글 하나,


" 오사카 귤 농장 함께 가실 분 구함 "


카페에 올라왔던 그 제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망설임 없이 전활 던 그날, 사기꾼이라도 좋으니 전화라도 받아라 싶었던 그날, 내 전화기도 없어 손님 전화 빌려 썼던 그날, 낯선 이에게서 함께 가자 이야기를 들었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네, 감사합니다 하고는..


만 19세, 킴 메이글은..


오사카로..

#먼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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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 생활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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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소설 1Q84에 나오는 공동체 생활속의 나.


정말 버라이어티 했었던 일본 생활, 내 인생..

그 이야기는..


또 다음에..계속 되겠쭁 ?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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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좋았던 초단세포 도쿄 자유영혼 김메이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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