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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r 14. 2024

교육박물관 앞 우리 옛 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

광주 북구 교육대에는 특별한 박물관이 있는데, 바로 교육박물관이다.

교육박물관은 공사 중이라 문을 열어 놓지 않았다. 1년도 넘게 공사 중이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줄 알았는데, 언젠가 보니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사가 끝나면 볼 수 있겠구나 하고 기다리는데, 방문할 때마다 문을 열지 않았다. 마치 고집쟁이가 삐쳐서 꼭 다문 입처럼...

교육대는 산에 올라갈 만큼의 시간 여유가 없거나, 몸이 피곤한 상태지만 운동을 할 경우에 선택하는 운동삼아 가는 곳이다.

교육박물관이 문을 닫았을지언정 나는 운동이라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되었다.

오늘은 박물관에서 돌아서는 데 잔디밭에 놓인 돌들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하고 자세히 보니 우리의 옛 문양, 훈민정음해례본 전체와 처음 우리 한글이 반포될 때의 자/모음이 새겨져 있다. 

몇 걸음을 옮겨 간 또 다른 곳에는 박물관이나 미술책에서 보았던 삼족오, 백제시대 왕관, 악귀를 쫓아낸다는 도깨비 문양 등 우리 전통 문양이 새겨져 있다. 바로 옆에는 경주 불국사에 가면 볼 수 있는 석가탑과 다보탑 모습이 있다. 우리 전통문양이나 그림은 우리만의 것이어서 우리 옷이나 상품에 함께 담기면, 외국사람이 갖기를 바라는 소중한 선물이 된다. 그림이나 문양이 바로 우리나라 한국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오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 전통 놀이인 탈춤에서 사용하는 탈의 모습도 보인다.

근처에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호랑이가 있고, 잉어도 보인다. 동물의 왕인 호랑이를 우리 그림에서 만나면 무섭기보다는 정답게 느껴진다. 조상들이 살았을 옛날에는 동물원이 아니라 실제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났을 텐데도, 우리 조상은 호랑이를 해학을 담아 표현하는 여유를 가졌다. 잉어는 출세 또는 다산과 장수를 상징한다. 꿈에 잉어가 나타나면 재물, 명예, 출세, 예술작품 등으로 해몽한다.

교육박물관을 찾는 사람에게 우리의 옛것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자료로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와서 보여주며 공부하면 좋겠다. 다만 데리고 오는 어른은 미리 공부를 하고 오는 게 좋다. 알아야 가르칠 것 아닌가? 그림공부만 하고 간다면 몰라도....

이런 마음으로 주변을 다시 보니 항아리도 보이고 돌확도 보인다.

항아리는 집집마다 없는 곳이 없을 만큼 우리 생활에 필수품이었으나, 지금은 냉장고가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기 힘들다.

나 어렸을 때 장독이 모여있던 장독대 근처에서 놀면 항아리 깨질라라고 하며 다른 곳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던 적도 있다.

해가 떠서 맑은 날에 엄마는 장독 뚜껑을 열어 놓았었다.

어느 날엔 장독을 깨끗하게 닦으셨다. 물기를 머금지 않아도 장독대는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거렸다.

엄마가 보고 싶다.

이렇게 엄마가 그리울 줄 알았다면 엄마가 장독을 닦으실 때 마루에 앉아 멀거니 바라볼 것이 아니라 엄마를 도와드렸어야 했다.

그때는 당연히 엄마의 일이겠거니 했을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단 하나도 없는데도, 그걸 몰랐으니, 나는 세상모르는 철부지였다.

돌확을 어렸을 때 확독이라 불렀다. 확독에 생고추를 갈아 절인 배추에 버물려 주시던 생김치는 정말 맛있었다.

꿀조차 귀하던 시절 새로 담은 생김치는 꿀맛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생김치를 먹으면 엄마의 확독 김치가 생각난다.

잔디밭 끝에는 비석이 몇 개 서 있다. 전부 한자로 된 비석이다. 우리 글이 반포되기 전에는 한자를 사용했으므로 한자 비석도 우리 옛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하얀색 비석에 검은색 글자로 새긴 비석은 한자를 잘 모르는 나이지만 무슨 비석인지 알 수 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척화비'다.

척화비 주문(主文)은 '양이침범 비전즉화 주화매국(洋夷侵犯 非戰則和 主和賣國)'이다. 그 뜻은 ‘서양의 오랑캐가 침입해 오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친하자는 것이고 화친을 주장하는 것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나는 학교에서 흥선대원군 집권기에 문호를 닫고 서양과 통상하지 않았던 대외정책을 '쇄국정책'이라 배웠다. 하지만 나라의 문호를 걸어 잠근다는 의미인 ‘쇄국’이라는 용어는 일본 나가사키의 통사(通詞)인 시즈키 다다오가 1801년에 만든 말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일제강압기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교복을 입고, 체벌을 하고... 일제의 잔재를 걷어내야 진정한 대한민국 독립이 아닐는지... 따라서 통상 수교 거부 정책 또는 통상 거부 정책으로 고쳐서 표현하는 게 옳다.

지금 일본에 저자세로 나가는 외교정책이 그래서 못 마땅하다.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독립운동을 한 애국자보다 친일파가 득세하는 세상은 내가 바라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니다. 외국문물을 받아들이되 우리 것은 철저히 지켜서 실리를 챙겨야 한다. 실리도 챙기지 못하고 민족 자존심도 팽개치는 모습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운동하러 나왔다가 생각이 얽힌 거미줄처럼 되어 버렸다. 일본 때문에....


#우리전통문양 #예그림속호랑이 #잉어의뜻 #한글 #훈민정음해례본 #척화비 #친일배척 #일본굽신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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