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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Oct 26. 2024

물의 도시 베네치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아드리아해를 사이에 두고 크로아티아와 마주 한 곳이다. 원래는 6개의 자연섬이었으나, 인공섬 112개를 만들어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훈족(프랑크족)이 로마 침입 시 베네치아를 통해 들어오겠다는 경고를 받고, 미리 준비했다. 뻘, 석호, 돌 등의 지형을 이용해 작은 배로 적 군함을 뻘밭으로 유인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섬 입구가 막힌 상태로 6개월 봉쇄를 당하면서도 베네치아 사람들은 꿋꿋하게 버텨냈다. 훈족 본국이 다른 외적의 침입을 받고 철수하면서 결국 베네치아는 침입을 막아냈다. 로마에서는 베네치아의 능력을 인정해 자치독립권을 주었고, 이때부터 베네치아는 커지며 공화국을 이루기도 했다. 영토를 넓히기 위해 인공섬을 만들었는데 인공섬 하나를 만드는데 100년이 걸렸다. 얕은 바다에 향나무기둥 수십만 개를 박고, 그  위에 흙과 돌을 채워 섬을 만들었다. 인공으로 만든 섬이다 보니, 높낮이가 없이 평평하다. 기후온난화로 물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서 베네치아가 사라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자주 홍수를 겪는다. 실제 나도 다음날 아침 베네치아를 떠날 때 다니던 도로가 막혀 우회하는 경험을 했다. 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집은 물론 루이비통, 디올 등 명품상점에도 바닷물이 들어와 명품 가방이 물에 떠다니는 영상이 유튜브에 나온다고 한다. 디올? 돋보이고 싶어서 거짓인생을 산 거니나 물에 떠다니다 일본으로 갔으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물 수위가 높아지면서 모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한 번은 성공하고, 한 번은 실패를 했다. 시에서는 물 수위가 높아져 위험해질 것 같으면, 3시간 전부터 경보를 발령하고, 1시간 전에는 배를 타고 피해 나가야 한다. 물의 도시에서 물과의 전쟁이다. 산타마리아광장을 걸으며 보니, 아침이면 물안개가 피어 음울하게 시작한다는 베네치아지만 유모차에 타거나 품에 안긴 아이 모습은 해맑다. 베네치아 아이들은 6살이 되면 노 젓는 법을 배운다. 곤돌라를 타고 골목을 다녀보니 가정집이나 호텔 등의 문 앞에 배를 댈 수 있도록 돼 있다. 문을 열면 도로가 아니라  바로 물이다. 따라서 배가 아니면 외출하기 힘들어 보였다. 곤돌라에 서서 한 손으로 노를 젓는 곤돌리에를 보며 쉰다. 낭만을 즐겨야  하나, 하나라도 더 보려는 바쁜 마음에 여유를 부리지 못한다. 예전에는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는데, 요즘에 그냥 노를 젓는다. 도시에서 노를 저어 먹고사는 사람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

베네치아는 오스트리아 지배를 받다가 벗어난 것을 기념해 만든 도로가 있는데, 이름이 '폰테리베르트=자유로'다. 비를 맞으며 돌아다니니, 물의 도시란 게 실감이 난다. 물멍을 좋아 하지만, 눈만 뜨면 물이 보이는 베네치아는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 고향을 두고 떠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베네치아 원주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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