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페치아 역에서 기차를 15분간 타고 가려고 했던 '친퀘테레'의 '친퀘'는 '숫자 5', '테레'는 '땅'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비바람으로 인해 기차가 가지 않는다고 하여 일정이 변경되었다. 라스페치아에서 가까운 명소 피사가 일정에 추가됐다.
피사는 라스페치아에서 로마로 가는 경로상에 있는 곳으로 1시간 거리다. 근처 주차장에서 내려 피사의 사탑으로 가는 길, 초등학교를 지난다. 수리나라와는 다르게 초등학생들을 볼 수 없도록 담이 높다. 유럽에서는 아이를 유괴해 동유럽 인력시장에 팔기 때문에 아이들 얼굴이 알려지지 않도록 신경 쓴다. 아이들 등하교도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부모가 시키며, 등하교시키는 부모를 위해 직장에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준다.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서 가정마다 보통 2~3명의 자녀를 둔다.
걷다 보면 성외곽이 보인다. 전에는 물이었던 곳이 흘러내려온 퇴적물로 메워져서 땅이 되었다.
성벽 문을 지나자 둥근 돔으로 이루어진 건물과 십자가 모양의 성당, 그리고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이 보인다. 피사의 사탑은 십자가 모양 성당의 종탑으로 지어졌다. 물이었다 메워진 곳에 지어졌기 때문에 사탑 아래의 기초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탑이 기울어졌다. 지금은 기초를 보강해 더 이상 기울어지지는 않는다. 피사의 사탑을 사진으로 촬영하는 위치에 따라 탑이 기울거나, 아니면 똑바로 선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탑이 기울지 않고 똑바로 서 있다면 지금처럼 유명할까? 지금까지 보아 온 탑과 비교해 보면 피사의 사탑 외관이 화려하지 않은 것으로 봤을 때, 그리 유명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남과 다른 독특함이 오히려 눈길을 끌어 명소가 된 사례다. 우리가 여행을 할 때 보려는 것은 내 일상이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을 보거나 느낄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사람도 그렇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남과 다른 특이함이 매력과 개성이 되어 사랑을 받는다. 나는 어떨까? 나는 나만의 색깔을 갖으려 한다. 100 사람이 다 Yes를 해도 내 판단이 No이면 단호하게 No를 선택한다. 많은 사람의 물결에 휩쓸려 가느라 내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젊었을 때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침묵했으나, 나이 든 지금은 침묵 대신 내 의견을 말한다. 참고 지낼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행동한다.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이다.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거나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므로 부담이 훨씬 적다. 과감해지고 뻔뻔해진다. 살아 낸 세월의 경험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