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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Oct 28. 2024

스페인광장, 로마를 떠나 다시 서울로

안개 낀 키안치아노 테르메를 떠나 로마로 향하는 아침이다. 마을의 가로수잎이 뿌연 안개 속에서 가을로 익어가고 있다. 여행은 내일까지이지만 실질적인 여행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로마시각 오후 5시 5분에 이륙하는 비행기를 타고 로마를 떠나 8974Km를 날아 다음날 아침 11시 35분에 서울에 도착한다. 공항으로 가기 전 스페인광장에 들렸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공주인 오드리헵번이 계단에 앉아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으로 인해 유명해진 곳이다. 계단 위로 오벨리스크와 성당이 있고, 계단 앞에는 배 모양의 분수가 ㆍ있다. 계단에 앉아서 젤라또 아이스크림 대신 피자로 점심을 먹는데,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여자 경찰이 와서 영어로 말한다."No sit, no eat", 로마에 왔으니 로마법을 따라야지 어쩌겠는가. "Sorry"하고 일어난 후 오벨리스크 앞으로 옮겨 서서 남은 피자를 먹었다. 대형 매장에서 아들 줄 초콜릿을 샀다. 명품점이 줄지어 선 가게를 구경하는 중에 산자코모인 아우구스타 성당이 보여 들어갔다. 아내의 기도가 길어지는 동안 나는 열심히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 남는 건 사진뿐이다. 로마 공항으로 가는 길, 싸이프러스나무와 우산소나무가 잘 가라고 손을 흔든다. 우산소나무는 길쭉한 기둥 위에 우산처럼 둥글게 잎사귀를 펼친 게 영낙없이 우산 모습이다.

내 인생에 또 이탈리아에 올 기회가 있을까?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지. 가야 할 나라가 많으니, 이미 방문했던 나라를 또 방문하기는 쉽지 않겠지. 잘 있어라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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