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순간, 감각이 돌아온다

by TamArt

어릴 때는 시간이 이렇게 빠른 줄 몰랐다.

매일이 활기찼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 물론 지금도 많지만 — 거의 모든 일에 놀랐다. 기쁨, 행복, 슬픔, 분노, 불안, 초조. 그 사이사이에 이름 붙이기도 어려운 수만 가지의 감정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은 묘하게 단순해진다. 기쁨, 슬픔,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 놀라움이 줄어드는 만큼 무뎌진다고 해야 할까. 감정의 기복이 줄어드는 건 나쁘지 않다. 그러면서도 하루의 결 하나하나를, 매 순간을 새롭게 느끼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전 세계 대통령들을 설득하겠다던 10대 소녀처럼. 세상 모든 것이 처음이고 놀라웠던 그 시절처럼.


그래서 더욱, 사계절이 고맙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달라지고, 공기의 무게와 온도가 계절마다 전혀 다르게 피부에 닿는다. 겨우내 그토록 갈망하던 초봄의 온화한 공기가 볼을 스칠 때 — 그 순간만큼은, 닫혔던 감각이 하나씩 다시 열리는 기분이다.

상쾌한 오늘, 박수현

박수현 작가는 바로 그 감각을 그린다.「상쾌한 오늘」 앞에 서면 샛노란 배경 위로 푸른 털 덩어리가 빽빽하게 솟아오른다. 처음엔 그저 귀엽다는 생각만 든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면 수없이 반복된 가느다란 붓질들이 한 올 한 올 쌓여 있다. 멀리서 보면 아이코닉한 캐릭터,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선과 점의 집합. 이 이중적인 읽기가 오래도록 발길을 붙든다.


작가는 빠르게 효과를 내려하지 않았다. 집요한 반복과 축적. 마치 매일 아침 자신의 감정을 가다듬는 루틴처럼, 한 획 한 획 쌓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긍정적으로 나아가겠다, 지금 그러고 있다"는 내면의 결의처럼 화면 한가운데 당당히 서 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며.

겨울 향기, 박수현

작가의 작품 제목들은 모두 이런 것들을 가리킨다. 「사랑스러운 날」, 「겨울향기」, 「바른 오늘」. 구체적인 사건이 아니라 하루의 공기, 계절의 분위기, 마음의 상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려는 시도다.


「겨울향기」의 제한된 색 팔레트 — 파랑과 화이트, 보라와 그린. 복잡한 색을 섞지 않고도 그 계절 특유의 공기가 느껴진다. 차갑고, 건조하고, 어딘가 신비로운. 겨울의 냄새를 눈으로 본 적 없었는데, 이 그림 앞에서 처음으로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계절, 공기, 냄새, 기분.

안 보이는 것들을 보려고 관찰할 때, 더 중요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 공기가 어떤지, 지금 이 순간 몸에 닿는 온도가 어떤지, 코끝에 스치는 냄새가 어떤 기억을 데려오는지 — 그것들에 잠깐 머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달라진다.


그게 현재에 존재하는 기쁨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공기가 상쾌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하루다. 박수현 작가가 한 올 한 올 붓질을 쌓아 오늘을 그려냈듯, 지금 이 순간을 한번 제대로 느껴봐도 좋다.

사랑스런 날, 박수현



아무도 짚어주지 않던 작가, 아무도 알려주지 않던 포인트. 작품 하나로 하루가 달라지는 경험, 브런치에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구독하시면 그 순간들을 함께 나눠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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