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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덕텐트 May 15. 2024

아무 티켓을 사서 무작정 여행을 시작했다 (신탄진)

매표소 앞, 아무 티켓 사서 무작정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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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내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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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생각만 하다가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리스트 중에 ‘즉흥 여행’이 있었다.

나는 극단적인 J(계획형)이기 때문에 즉흥적인 것을 매우 싫어한다. 내 하루과 내 삷을 항상 어떠한 ‘계획’하에 맞춰 사는 것을 즐긴다.


그러다보니 나는 여행 같은 것들을 별로 다니지 않았다. 언제나 기회비용을 따졌고, 효용을 따지면서 일정을 짜고나면 항상 ‘무슨 일’이 있어서 여행은 뒷전이 되었다.


시간이 지났다. 대학교를 졸업했고, 많은 시험을 봤다. 취업하고는 회사 생활에 적응해야했고, 열심히 해야했고, 중요한 일들이 있었다. 지금은 퇴사도 하고 백수의 삶을 오랜 시간 보내고 있지만, 또 나에게는 새로운 ’무슨 일‘이 생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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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득 부끄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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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무슨 핑계를 대며 여행을 다니지 않게 된 결과, 이제는 내게 여행이라는 것은 그다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무가치한 일이 되었다. 어쩌면 나는 새로운 곳을 간다는 행위를 무서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역설적으로 나는 최근의 관심사가 ’경험‘에 대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경험’ 그리고 그 ‘교훈’을 통해 나를 점검하고, 느껴보고, 앞으로를 기획하였기 때문에 경험이라는 말은 내게 참 중요한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경험에 대한 확장을 통해 삶의 인사이트를 날카롭게 만들어가고 싶어하는 내 모습이 있다.


그런데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나의 모습과 끝없이 미루는 모습을 보며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어디든 좋으니 한 번이라도 나가보고 이야기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구석에 앉아서 세상은 이런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내 스스로가 ‘쪽팔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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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주한 현실이 오늘의 여행이었다. 이 계획도 애시당초 몇년 간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으며, ‘나가보자’ 라는 키워드도 4월 초부터 정해둔 거였다. 그 와중에도 ‘몸이 안 좋아서’, ‘늦잠을 자서’, ‘날씨가 좋지 않아서‘, ’어디갈지 정하질 못해서’, ‘마음에 드는 곳이 안 나타나서’ 처럼 온갖 핑계가 터져나와 5월 둘째주가 된 오늘 ‘도전’할 채비할 수가 있었다.


어제 다녀오지 못한 운동을 보충하면서 햇살을 맞이했다. 날씨가 좋아서 마음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했던 핑계들을 낼 수 없도록 오늘의 모든 핑계거리를 처리했다.


어디갈지 모르겠어서 우선 서울역을 가보고 생각해보자라며 발을 옮겼다.




서울역에는 정말 많은 인파로 에너지가 넘쳤다. 다들 목적지를 향해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여행의 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기며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고 있었다.

나는 내가 쌓아놓은 우물에 갇혀 햇빛 넘치는 세상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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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매표소 앞으로 갔다. 이것저것 눌러봤다. 처음엔 단양이나 공주 등 들어본 지역 이름을 눌러보았다. 14시 무렵이었기 때문에 너무 먼 곳으로 갈 수는 없었다.


적당한 지역을 눌러보다가 환승역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들어보면서 내가 적당히 투자할 수 있을 것 같은 지역명이었다.


‘신탄진’. 생소한 이름이라 마음에 갔다. 평소 역사와 지리 등 잡다한 지식들을 접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웬만한 지역은 다 아는데, 당최 들어본 곳이 아녔다. 알아보니 대전의 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나의 첫 즉흥 여행지는 신탄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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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새로운 정보를 접하기에 가장 적합한 행위이다. 여행은 또한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인간은 바라보는 행위를 통하여 즐거움을 느낀다.

여행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어떤 것이든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여행은 바라보는 것을 통해 즐거움을 우리에게 주는데, 동시에 새로운 것들을 보는 것은 더한 즐거움을 우리에게 준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개념은 ’새롭게 보기‘라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해서, 때때로 우리는 우리가 익숙한 곳을 ’여행‘이라는 접근을 통해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려는 시도까지 한다.


신탄진을 여행하면서 지역에 대한 새로움이 내게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더하여 나는 그곳에서 ’걷고‘ ‘보고’ ‘마시기’ 밖에 하지 않았다. 내가 동네에서도 주로 하는 것들이었다. 나는 2시간 더 게으름을 부리면서 그냥 동네에서 똑같이 거리를 걷고, 보고, 커피를 마셔도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일상에서 하지 않고 낯선 곳에서 행위하니 나는 ‘새로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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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행위는 신탄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누군가가 신탄진에서 행동하였다면 결코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나의 일상에 대해 신탄진에 사는 사람이 경험하러 서울을 와서 똑같이 해보았을 경우엔 서울에서의 행위가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여행이라는 ‘봄’을 통하여 나는 익숙한 에너지가 아닌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지만, 그것은 기존에도 존재하던 에너지를 기존처럼 본 것이 아닌 ‘다시 봄’을 통히여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일상을 살아가는 삶 속에서 무언가를 의도하여 ‘다시 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때론 여러 관점으로 바라보기, 다시 생각하기, 재해석 등에 단어로도 표현될 수 있다.


일상에서의 무가치함이 느껴지는 요즘이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다시 봄‘ 하는 시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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