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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Apr 28. 2023

극한 스포츠 - 번지점프 편

롤러코스터는커녕 바이킹도 못 타던 겁쟁이였던 나는 대학 시절 큰 변화를 겪었다. 때는 베이징에서 대학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우리 부모님과 사촌 동생이 함께 중국에 놀러 왔다. 만리장성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산 위에 인공호수를 만든 용경협(龙庆峡)에 들렸다. 용의 입으로 들어가면 굽이굽이 에스컬레이터가 연결되어 있어 댐 너머로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면 산 위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풍경이 펼쳐진다. 


용경협 입구와 배를 타고 구경하는 호수 (사진출처: 바이두)


배를 타고 구경하다 뜬금없이 나타난 번지점프대를 발견했다. 사촌 동생은 우리가 어릴 적 했던 케케묵은 약속을 꺼내 들었다.


"우리 같이 스카이다이빙하기로 했잖아. 대신 이거 같이 하자."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번지점프라니. 그것도 중국에서? 아니 나는 바이킹도 못 타는걸? 하지만 사촌 동생의 반짝이는 눈빛과 오래된 약속에 어느새 목욕탕에 있을법한 체중계에 몸무게를 재고 번지점프대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 번지점프대는 룽칭샤의 기암절벽에서 물 위로 뛰는 형태고, 뛰고 나면 배가 나타나 아래서 사람을 받아준다.


한여름이었던 탓에 우리는 헐렁한 티셔츠에 쪼리를 신고 있었다. 하네스를 착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그냥 발목에만 줄을 묶는 번지점프였기 때문에 티셔츠가 뒤집힐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안전요원은 테이프를 꺼내 들었다. 티셔츠가 뒤집히지 않도록 허리에 테이프를 둘둘 두르고, 또 쪼리를 테이프로 발에 고정했다. 이게 안전한 게 맞을까 하는 의심을 가지고 먼저 뛰기 위해 점프대 끝에 선 사촌 동생을 바라보았다. 동생의 눈에도 의심이 가득했다. 동생은 두 번 정도 뛰기 위해 마음을 먹는 듯했지만 결국 뛰지 못하고 말했다.


"언니, 나 밀어달라고 말해줘."


그렇게 동생이 밀려 떨어지고(?) 점프대에 선 나는 안전요원에게 말했다.


"밀어주세요."


떨어지는 동안 발목에 감긴 로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자유낙하인가. 아 날고 있는 건가, 아니면 이렇게 가는건가... 하는 순간 물에 가까워지고, 다시 하늘로 튕겨 올랐다. 파란 하늘과 초록빛 물을 번갈아 보기를 몇 차례. 점점 움직임이 잦아들고 나는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아래서 누군가 소리를 쳐서 바라보니 조각배에 한 사람은 노를 젓고 있었고, 또 한 사람은 내게 긴 대나무 막대를 건네고 있었다. 그걸 잡으니, 위에서 줄을 풀어주었다. 그렇게 배로 내려왔다.


사촌 동생과 나는 우리의 무모함과 위험천만했던 어설픈 번지점프에 대해 몇 년이나 이야기했다.




테이프를 허리와 발에 두르고 했던 번지점프 이후에는 그 무엇도 무섭지 않았다. 자이로드롭, 자이로스윙, 각종 롤러코스터에 스카이다이빙까지도 도장 깨기처럼 이어갔다. 이제 위로 올라가는 경험은 꽤 해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친구와 함께 아래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산소통을 매고 바닷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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