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과 제자
다른 교수님과 대화를 하는데.
본인은 미대 입시를 할 때도 밤을 새우며 열심히 그려본 적이 없고 홍대도 입시 한 번에 그냥 갔고. 졸전을 할 때도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자서 교수님들이 너 완성할 수 있겠냐라고 걱정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그냥 쓱 졸전을 하고 대기업 그것도 두 군데나! 디자이너로 다니다가 그만두고 제주로 와서 즐겁게 지낸다.
부럽다아....
본인은 정말로 해본 적이 없어서 밤새 작업하는 사람들이 놀랍고 대단한 거 같다고 하는데. 나와는 정 반대의 스타일이라 나는 그 교수님이 놀라울 뿐이다.
나는 늘 밤을 새워서 해도 담날 보면 너무 못해서 책상에 앉아 울고 또 그리고 또 그리는데. 원래 저렇게 머리 좋으면 모든 걸 쉽게 할 수 있구나.라고 부럽다.
나는 학생일 때 늘. 나는 머리가 나쁘니깐 남들 두 배 세배는 해야지 따라갈 수 있지. 나는 그림을 남들보다 못 그리니깐 더 많이 그리고 그려야 따라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시작을 했으므로 망해도 포기하지 않고 그냥 또 했다. 뭐 하다 보면 되겠지. 마인드로.
돌이켜보면 나는 이런 마인드로 그냥 열심히 열심히 했고 그게 늘 좋았고 당연했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 꾸역꾸역 열심히 하는 동양인학생의 말을 늘 다 들어주고 도와주고 칭찬해 줬다. 한 번도 비난하거나 맘 상하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을 거야..
그래서 재능 부족한 내가 이만큼 작업하고 공부한 걸 거야. 그래서 나도 내 선생님들이 나를 들어주었던 것처럼 듣고 믿어주고 잘 될 거라고 조용히 응원하고 싶다.
인생의 긴 시간 속에 우리는 어느 시점에. 찰나와 같은 시절에 선생과 제자가 되고.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고받고. 긴 인연으로 함께 인생을 살아간다는 거... 근사한 인연. 근사한 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