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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Jul 23. 2023

가족 안에서의 나를 돌아보며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을 마치고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부모님이 계신 대전으로 향했다. 세 식구(신랑과 딸)가 함께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으며 휴식한 시간을 포함해서 총 4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도착한 대전에서의 2박 3일간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지만, 가족 안에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제 다 자란 성인이 되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가족들 사이에서 나의 위치는 그대로이다. 둘째 딸, 여동생, 누나... 그리고 내가 대하는 가족들도 어려서부터 지켜봐 온 모습 그대로다. 사회에서의 나, 결혼 후 꾸린 가정에서의 나, 그리고 원가족에서의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그런데 원가족에서의 나는 늘 가족들과 부딪치고, 불편함을 주는 것 같다.


돌아보니 가장 큰 이유는 인정 욕구다. 둘째 딸로 자라면서 가장 큰 결핍이자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여전히 나의 존재를 증명하고, 인정받고 싶어서 역할과 책임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면서도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꼈던 것 같다. 이제는 딸이자 엄마라는 정체성이 하나 더 생겼고, 모든 걸 완벽히 해낼 수 없다는 점은 더욱 분명해졌다. 그런데도 난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고, 내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다. 그 안에서 가족들과의 관계가 불편했다.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가족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과 말투, 가족이지만 서로 다른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려는 마음 아닐까. 스스로 마음이 편안할 때 함께하는 사람에게도 편안함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랑의 말에 왜 그동안 한 번도 '편안함을 주는 관계'에 가치를 둔 적이 없는지, 무엇을 하려고만 애써왔는지 싶었다. 내가 먼저 행복해야 주변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건데. 가족 안에서도 너무 잘하려고 애쓰는 마음을 내려놓아야겠다. 아무도 나에게 그러라고 하지 않았다. 스스로 그래야 한다고 믿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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