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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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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기영 Jul 14. 2018

시드니의 낮과 밤

Vivid Sydney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 반대이다. 한국에서는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 호주에서는 겨울이 시작되는 달이다. 5월 말의 시드니는 낮에는 따뜻하고 아침저녁으로 좀 쌀쌀해서 우리나라 늦가을 날씨와 비슷하다. 우연이겠지만 시드니 출장은 항상 이 즈음에 오게 된다. 일요일 아침에 도착했으므로 한나절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일단 시드니의 명물 오페라 하우스 (Opera House)를 돌아보기로 했다. 시드니 중심가에서 - 호주 사람들은 Sydney CBD (Central Business District) 라 부른다 - 걸어서 갈 수 있다. 6년 만에 다시 찾은 오페라 하우스는 여전히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은 여행자들은 그러기 힘들겠지만,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 한편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때는 가장 저렴한 입석표를 구매해서 일단 입장한 다음에 중간 쉬는 시간 (intermission)에 앞 쪽 빈자리에 앉아서 오페라를 감상했다. 이십 년 전 이야기이니 지금도 가능한 지는 모르겠다.

오페라하우스는 멀리서 볼때 더 아름답다
오페라 하우스 입구


오페라 하우스 주변은 그야말로 관광의 명소이다. 써큘러 키 (Circular Quay)라고 불리는 부두를 중심으로 양 옆으로 산책로와 함께 레스토랑과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부두를 바라보고 오른쪽에 오페라 하우스가 있고 왼쪽으로 더 록스 (The Rocks) 지역이 펼쳐져 있다. 더 록스 지역은 1788년 영국 제1함대 선원들과 영국계 이주민이 호주에 최초로 정착한 지역이라고 한다. 현재는 고풍스러운 옛 거리에 시드니 천문대, 박물관 등이 위치해 있다. 주말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는 록스 마켓이 열린다. 마침 일요일이었으므로 마켓이 열려 있었다. 벼룩시장 같은 분위기인데 주말의 여유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더 록스에서 하버 브릿지로 가는 길목에 아주 유명한 팬케이크 가게가 있다. Pancakes On The Rocks라는 곳인데 팬케이크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가서 맛보기를 권한다. 십여 년 전에 아내와 함께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팬케이크를 먹었던 곳인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들르지 못했다. 하버 브리지 (Sydney Harbour Bridge)는 오페라 하우스와 함께 시드니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시드니 상업 중심지와 부자 동네인 North Sydney를 연결해 주는 다리로 세계에서 4번째로 긴 아치교 (길이 1.5km)라고 한다. 다리를 걸어서 건널 수도 있고 아치 꼭대기까지 등반을 하는 체험 프로그램 (Bridge Climb) 도 있다. 아래 사진의 아치 꼭대기 부근 깃발 옆에 클라이밍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모험을 즐기는 분들은 한 번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맨리 비치 (Manley Beach)로 가기 위해 오페라 하우스 옆의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선착장을 바라 보고 뒤쪽에 있는 공중 화장실 근처에 보면 버스, 기차, 페리 등의 티켓을 살 수 있는 자판기가 있다. 오팔 카드 (Opal card)가 있다면  따로 티켓을 살 필요 없이 그냥 타면 된다. 오팔 카드는 우리나라 교통카드와 비슷한데, 세븐일레븐 등의 편의점이나 코울스(Coles)등의 슈퍼마켓에서 카드 구입 및 충전이 가능하다. 이 카드 하나로 기차, 버스, 페리를 모두 탈 수 있다. 일요일에는 오팔 카드로 최대 2.6달러까지만 지불하고 추가금액 없이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오팔카드

맨리로 가는 페리에서는 오른쪽 자리에 앉거나 밖에 나가서 경치를 구경하는 것이 좋다. 왼쪽 자리에서는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30분 정도 페리를 타고 달리면 맨리 선착장(Manly Wharf)에 도착한다. 선착장을 빠져나와 그 길로 계속 직진하면 해변이다. 때마침 맨리 비치에는 Taste of Manley라고 하는 음식 및 와인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거리에는 갖가지 먹을거리를 파는 간이식당과 그걸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32년째 열리고 있는 축제인데, 매년 6월 첫 번째 주말에 열린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다.

바닷가의 간이 공연장
각종 노점상과 사람들로 가득한 맨리 비치
모래사장 위에 TASTE OF MANLEY라는 문구가 세워져 있다


바다를 돌아 부두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다가 푸른 생선 까시가 로고인 예쁜 카페를 발견했다. 바로 Manly Fish Cafe인데, 해산물 요리로 이름난 곳이다. 구글에서 찾아보면 5점 만점에 평점 4.1이다. 해외여행할 때에는 주로 구글에서 평점 4 이상인 음식점을 찾아간다. 보통은 다 맛있다. 어쨌든 Manly Fish Cafe에서 몇 가지 음식에 맥주를 곁들여 먹었다. 모두 매우 훌륭했다.


점심을 먹은 뒤 이 곳의 유명한 산책로인 Manley Scenic Walkway를 따라 걸어 보기로 했다. Many Wharf에서 시작해서 Clontarf Point까지의 여정이었다. 지도에서는 2시간 30분 정도로 나오지만 실제로 구경하며 걸으면 3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다.

Manly Wharf를 나와 왼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Scenic Walkway의 시작이다. 한쪽으로는 해변이 보이는 숲길을 걷는 기분이 새롭다. 구름이 좀 끼어있지만 햇살도 따사로웠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Manly Wharf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독특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에 바로 접해 있는 수영장이었다. 바닷물을 가두어서 수영장으로 사용하니 그야말로 천연 해수풀장이다. 겨울로 접어들고 있어서 풀장을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혹시라도 여름에 다시 오게 된다면 수영복을 입고 와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바닷가 수영장

길 옆의 해변에는 요트가 한가로이 떠 있다. 호주인들의 여유가 느껴진다. 어디서나 돈이 많으면 여유로울 수 있겠지 싶기도 하다. 산책로 주변으로는 비싸 보이는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정박해 있는 요트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수다를 떨며 한 시간 정도 걷다 보니 매우 피곤했다. 밤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너무 무리하는 가 싶었다. 중간 지점에서 마을로 나와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래도 Fairlight Walk를 따라 Davis Marida 근처까지는 대충 둘러볼 수 있었다.




10년 만에 전 직장 동료를 다시 만났다. 그간 많은 교류를 하며 지내지는 않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의 근황을 보아온 터라 오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었다. 시내의 바에서 칵테일 한잔 후 Vivid Sydney를 즐기기 위해 오페라 하우스로 발길을 옮겼다. 일 년에 한 번 5월 말~6월 초에 열리는 Vivid Sydney는 조명예술과 음악을 이용한 창작물을 시드니 전역의 빌딩에 전시하는 축제이다. 특히 오페라하우스와 달링하버 인근에 예술품들이 집중되어 있다.

종이학

오페라 하우스 근처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시드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명동에 온 줄 알았다. 레이저 조명이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고, 어디선가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오페라 하우스에는 형형 색색의 그림들이 다채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오페라 하우스에 그림이 그려졌다
오페라 하우스 주변의 빛 예술

아래 사진은 건물벽에 큰 회전문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냥 보통 건물에 빛을 쏘아 회전문을 구현해 놓은 것이다. 중간의 회전문은 계속해서 돌아간다. 신기한 광경이다.

신기한 회전문

거리를 거닐다 보면 곳곳에 빛 예술작품이 펼쳐져 있고 바다에서도 하버브리지 위로 레이저 쇼가 한창이다. 서울에서도 등 축제 같은 것을 하지만 청계전 구간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정도인데, 시드니는 도시 전체를 예술품으로 바꾸어 놓는다. 스케일이 다르고 예술품의 완성도도 뛰어나다.

하버브릿지 주변의 레이저 쇼


어느 저녁에는 달링하버(darling harbour) 인근에서 일을 끝내고 나오다가 화려한 레이저 쇼를 목격했다. 이 때는 Vivid Sydney에 대해 알지 못했으므로 그냥 상설로 공연을 하는 것인 줄만 알았다. 원래 달링하버는 주변 건물들의 조명으로 인해 펼쳐지는 야경이 유명하기도 하다. 근사한 레스토랑도 즐비해서 로맨틱한 저녁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달링하버의 야경은 그냥 그 자체로 예술품이다
달링하버의 레이저 쇼


*cover image from vividsydn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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