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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기영 May 31. 2020

[아빠 오늘 뭐 먹어?] 주말 아침에는 감자수프

간단하고 맛있는 감자수프 요리법

주말이면 가족중에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난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이것저것 주중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다 보면 아이가 부스스 일어나 배고프다고 종알거리곤 한다. 빵을 그리 즐겨 먹지 않는 편이라 간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찾던 중 사놓은 지 오래된 감자가 눈에 들어왔다.


재료가 있으니 감자 수프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의외로 간단하고 맛있다. 주말 아침에 뭐 해 먹을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아주 간단하고 맛있는 한 끼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할줄 아는 요리가 없거나 주방에 들어 가는 것이 무섭기만 한 아빠나 남편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낮은 간단한 요리이다. 양파나 당근을 안 먹는 어린이들한테 거부감 없이 먹도록 하기에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준비물: 감자, 양파, 소금, 후추, 우유(혹은 치즈)
필요도구: 넉넉한 사이즈의 냄비, 블렌더 (혹은 믹서기)

1. 감자 중간 크기 세 알 (1인에 한알)과 양파 중간 크기 2/3 정도를 대충 썬다.
2. 냄비를 달군 후 양파를 넣고 기름에 볶는다.
3. 양파가 노릇해지면 감자와 버터를 넣고 다시 볶아 준다. 이때 당근이나 브로콜리 등을 같이 넣어도 좋다. (너무 많이 넣지 않도록 주의. 향미가 달라질 수 있음)
4. 물을 자박하게 붓고 감자와 양파가 다 익을 때까지 끓이면서 소금을 적당량 넣는다. 양 가늠이 안되면 조금씩 간을 보면서 넣는 것이 안전하다.
5. 블렌더(도깨비방망이)로 곱게 갈아준다. 블렌더가 없다면 믹서기에 옮겨서 갈아도 무방하다. 거품이 날때 까지 공들여서 아주 곱게 가는 것이 키 포인트.
6. 우유를 부어서 적당한 농도로 맞추고 눌어 붓지 않도록 저어가면서 잠깐 끓인다. 우유가 없다면 물로 농도를 맞추고 치즈를 한 장 투척한다. 치즈를 넣으면 풍미가 살아난다.
7. 그릇에 담고 후추를 뿌려서 먹는다. 허브가루가 있다면 같이 뿌려서 장식한다.

요알못들을 위해 자세히 적느라 길어졌지만 정말 간단한 레시피이다. 양파를 볶다가 버터를 넣고 감자를 함께 볶은 뒤 물을 조금 넣고 소금 넣어 간을 맞추고 끓이다가 블렌더로 곱게 갈아서 우유 넣고 한번 더 끓인 뒤 후추 뿌려 먹으면 된다.


수프의 유래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는 듯 하다. 감자수프의 경우는 빵을 곁들여 먹기에 좋은 것으로 보아 딱딱하게 굳어진 빵을 찍어 먹기 위해 만들어 먹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에 적은 양의 식재료로 많은 사람이 먹기 위해 물을 붓고 끓여서 양을 늘려 먹었을 수도 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말이다.


나 어렸을 적에는 경양식집이라는 곳이 있었다. 클래식 음악 (주로 비발디의 곡) 이 흘러 나오고 함박스테이크나 스파게티 등의 서양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가장 비슷한데, 돈까스 같은 것도 팔았기 때문에 국적불명의 레스토랑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경양식집에 가면 항상 돈까스를 시키곤 했다. 일본식 수제 돈까스가 아닌, 왕돈까스 스타일의 경양식집 돈까스가 어린 시절 내 입맛에는 딱 맞았다. 그리고 돈까스와 함께 나오는 수프를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오뚜기 수프와 거의 비슷한 맛이었다. 수프를 생각하면 언뜻 떠오르는 맛이 바로 그 경양식 집에서 먹던 수프 맛이다. 직접 만든 감자수프를 그릇에 담아 놓고 나니 예전에 먹던 그 경양식집 수프가 문득 떠오른다.


오늘은 모처럼 아이에게 수프를 해 주었다. 식빵을 잘라 넣고 섞은 뒤 맛있게 퍼 먹던 아이가 나를 보며 말한다. "아빠 그런데 수프에서 라면 맛이나". 감자 수프에서 천상의 맛인 라면맛을 느꼈다니, 내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 한 것인가?




*cover image by Kranich17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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