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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기영 May 30. 2020

아삭한 오후

빨래를 건조기에서 꺼낸다.

옷에서는 포근한 냄새가 난다. 따뜻하다.


아이의 방 앞에서 빨래를 개킨다.

아사삭 사과 베어 무는 소리.

작고 귀여운 쩝쩝 소리와 함께.


양말을 겹쳐서 잘 펴고 위에 있는 한 켤레를 한번 접고 두 번 접어

아래의 다른 짝으로 감아서 접어 넣는다.

단단하게. 풀리지 않게.


아사삭. 또 사과 베어 무는 소리


속옷은 양 날개를 접어 일자로 만든 후

위를 접어 내리고 아래를 접어 넣는다.

역시 단단하게, 풀리지 않게.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셔츠는

양팔을 모으고 세로로 반 가로로 반 접어 놓는다.

아사삭 쩝쩝. 맛있는 소리.


날은 화창하고 밖에선 이름 모를 산새의 지저귐.


아삭한 주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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