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나의 번아웃 극복기
2020년 12월 15일 나홀로 에어비앤비를 빌렸다.
작업실로 사용하기 위한 용도였다. 이 당시에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어 카페는 이용할 수 없고, 집에서는 집안일이 눈에 밟혀 집중이 어려웠다. 짧은 시간 몰입을 위해 에어비애비를 선택했다.
2020년 나는 마케팅 대행사 4년차 디자이너였다. 바쁜 회사 일정과 결혼 준비를 병행하다 온 번아웃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이 상했고, 2020년 5월 퇴사 후 회복을 위해 쉬며 간간이 프리랜서로 일을 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길게 가졌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은근 어려운 일이다. 보통은 눈 앞에 사는 일이 바빠 내면의 목소리는 묻어두고 산다. 그래서 잊혀지고, 사회적 기준이 내 마음이 원하는 가치인줄 착각하게 된다. 그렇게 서서히 마음의 병이 들었다. 진짜 원하는 것이 아닌 해야할 일들만 하다보니 몸이 거부하기 시작했다. 나의 무기력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힘들었지만 극복하고 싶었다. 오롯이 나와 보내는 시간이 겉으로는 편하게 노는 것 같겠지만 스스로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불안의 감정을 견뎌내야 한다. 그 시간 속에서 내 마음이 원하는 길을 찾으려고 애썼다. 몸의 회복을 위해서는 요가를, 달리기를 했다. 나를 옥죄는 사회적 기준에서 탈피해 진짜 내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 퇴사 이후 결혼식을 올리고, 6개월의 시간 동안 꾸준히 나를 가꾸는 힘을 길렀다.
그리고 12월, 우연히 발견한 채용 공고에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꼭 부합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 정말 우연의 순간이었다. 내 안에서 욕망이 다시 솟아났다. 집중하여 작업할 공간을 찾다 에어비앤비를 빌렸고, 1박의 시간 동안 포트폴리오를 주워모아 처음부터 고쳤다. 포트폴리오를 다 뒤엎기엔 짧은 시간이었만 할 수 있는 한 고치고, 지원서를 작성했다. 고요한 나만의 공간에서 집중하여 나의 진심을 쏟아부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때 지원한 회사에 합격하여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마음이 건강한 세상을 꿈꾸며, 마음 돌봄의 장벽을 낮추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다. 초기 멤버로 합류하여 브랜드 만드는 과정을 함께 했고 회사도, 나도 많은 성장을 경험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갖고 있다. 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다. 마음의 적신호를 더 빠르게 알아차리고,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용기도 있다. 물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는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나에게 솔직한 시간을 놓치지 않으면 행복은 다시 가까워진다. 잠시 멈춰가는 시간 동안, 나의 지난 경험과 성장의 과정들을 솔직하게 담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