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베스트
서곡(Overture, 전주곡도 포함했습니다)은 막이 오르기 전, 즉 본 게임 전 관객의 주의를 끌어 자연스레 무대로 시선을 이끕니다.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이루어져 길면 교향곡의 한 악장 정도, 짧으면 가요 한 곡 정도의 분량이죠. 오페라 외 발레 공연이나 뮤지컬에도 서곡이 쓰입니다.
오페라는 작품 하나에 쓰이는 음악이 방대하죠. 음원만 들어도 전체를 감상하려면 1~2시간 쯤 쉽게 잡아 먹습니다. 처음 접하는 작품을 모두 이해하려고 덤비면 쉽게 피로해져요. 이때 서곡 먼저 친해지면 작품과도 쉽게 친밀해지지 않을까요? 서곡은 작품의 성격을 압축해 보여주니까 말이죠.
아리아만큼 서곡이 귀에 꽂히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음원으로도 아리아보다 서곡을 더 듣게 되는 작품들이 생겼어요. 관람했던 작품 중 좋아하는 서곡을 뽑아봤어요. 오페라를 종류별로 아주 많이 접해 보지도 않고, 푸치니의 대표 오페라는 서곡이 없다보니 List가 한정됐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서곡이 좋으신가요?
[잠깐]
https://classicmanager.com/playlist/117997
위 혹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클래식 매니저'에서 <저의 오페라 서곡 Best 10>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브런치에서 바로 연결될텐데, 우측 하단 '박스 화살표'를 클릭하고 웹브라우저로 실행 혹은 상단에서 '클래식 매니저 전용앱'으로 실행하면 음악을 들으며 리뷰를 볼 수 있습니다.
10.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 서곡
21살에 베를리오즈의 교향곡 <로미오와 줄리엣> 리허설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샤를 구노(Charles Gounod)는 28년이 지난 후 본인의 <로미오와 줄리엣> 을 만들었습니다. 결말이 비극이지만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어 감미로울 줄 알았던 서곡은 예상과 달랐어요.
'어라?' 심정으로 자연히 몰입되었습니다. , 마치 전쟁에 임하는 장군의 심정을 보여주는 거 같았죠. 아마 몬테규와 캐퓰렛 가문 간의 대립과 반목, 사랑의 격정을 표현한 게 아닐까요? 비장하고 웅장합니다. 서곡이 끝나고 나면 합창단이 슬픈 사랑의 시작을 장중하게 설명해줍니다. 길이는 약 2분 20여초로 짧은 편이죠.
9.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Die Meistersinger von Nurnberg)> 서곡
바그너는 이 작품을 통해 독일의 전통 예술과 본인이 갖고 있던 예술론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단일 악극으로 가장 긴 여섯 시간의 분량을 자랑하고, 또한 바그너의 유일한 희곡 작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서곡도 무겁지만은 않습니다.
작품의 주요 동기들이 차례로 나오며 진중하고 때로는 경쾌하며 매끄러우며 화려한 멜로디가 조화되어 있어요. 특히 전체 길이 약 10여분 중 후반부 8분 30여초 정도 지날 때 나오는 '행진 동기'의 금관악기와 타악기가 어울려 리드미컬한 연주가 이루어질 때 주먹이 꽉 쥐어질 정도로 짜릿해집니다.
8.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 intermezzo
유명한 악보 출판사인 손초뇨에서 젊은 작곡가 발굴을 목적으로 기획된 1888년 '단막 오페라 현상 공모'에서 1등을 차지했던 작품이며, 말러의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작품 제목은 재향군인의 뜻을 지녔어요. 사실 서곡이 아니라 간주곡이라 순위가 낮아요.
서곡이었다면, 바로 1, 2위를 다투었을텐데. 너무 좋아서 억지로 넣었습니다. 파국으로 치닫는 피날레 직전에 연주되는데, 폭풍 전야의 고요함과 같은 극적인 효과를 준다고 하네요. 영화 <미션>의 '가브리엘의 오보에' 들을 때 느꼈던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느낌에 눈가가 붉어졌습니다.
7.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서곡
총 4분 30여 초의 연주 중 2분 정도가 지나서야 작품에서 나오는 주요 멜로디가 나옵니다. 그 전까지는 흔들리듯 떨리는 현악기가 애처로운 분위기를 묘사하죠. 이어지는 음악은 병에 걸린 비올레타가 나오는 3막의 전주곡에서 쓰이는 선율입니다.
이후 무거운 왈츠 느낌의 멜로디가 나와요. 2막 1장에 쓰이는 '사랑의 동기'인데, 코르티잔의 화려하지만 외로운 모습을 풍자한 건 아닐까요? 서곡 다음에 나오는 음악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경쾌하고 화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비올레타의 화려한 파티가 1막으로 시작하거든요.
6.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서곡
마치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모차르트를 보는 듯한 음악입니다. '다 폰테 3부작' 중 오페라 부파의 최고 경지에 오른 작품답게 서곡은 그다운 경쾌한 교향곡 악장을 담았어요. 오페라 주요 아리아 멜로디나 주제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처음부터 엉망진창 어지럽게 흐트러지는 거 같지만 흥겹고 풍성한 선율이 춤추고 싶도록 만들다가 어느새 깔끔하게 정리되죠. 이야기도 귀족 신분 제도에 대한 유쾌한 풍자를 담았기에 작품과도 잘 어울리죠.
5. 로시니의 <윌리엄 텔(Guillaume Tell)> 서곡 중 스위스 군대의 행진(피날레)
로시니의 이름을 찬란하게 만든 마지막 작품으로 서곡 역시 심혈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 역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서곡은 총 4파트로 구성되어 총 11분이 넘습니다. 새벽, 폭풍, 정적, 스위스 군대의 행진(피날레)이지요.
가장 유명한 곡은 역시 '피날레'입니다. 약 8분 20초 정도에 시작하는 이 서곡은 말 그대로 행진곡이지요. 팡파레에 이어 달리는 말발굽 소리가 연상되는 부분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어딘가 뛰쳐 나가야 할 듯한 흥분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4. 베르디의 <나부코(Nabucco)> 서곡
웅장한 분위기를 담은 오페라답게 서곡 역시 장중하게 시작합니다. 이어 긴장감을 높이는 타악기의 울림이 서서히 퍼지죠. 총주로 전파되고 팡파레로 변하며 주제를 담은 선율이 울리고, 유명한 합창 곡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주 멜로디가 받아 줍니다.
베르디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명곡으로 손꼽히는 서곡입니다. 작품의 성격을 압축해서 보여주죠. 특히 곡이 마무리 되는 부분에서 휘몰아치는 장대함은 듣기만 해도 기분을 드높여주는 듯 합니다.
3. 베토벤의 <피델리오(Fidelio)> '레오노레(Leonore) No.3' 서곡
베토벤이 작곡한 단 하나의 오페라 <피델리오>, 오페라를 상연할 때마다 만족하지 못했던 베토벤은 여러 번 수정했습니다. 여러 개정판이 존재하는 데 서곡 역시 다르게 4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4번째 만든 곡이 작품이 시작할 때 연주되는 '피델리오 서곡'입니다.
처음 작곡한 3곡은 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레오노레 서곡 1번, 2번, 3번' 이죠. 구성과 박진감에서 '레오노레 서곡 3번'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역시 가장 많이 연주됩니다. 보통 2막이 시작되기 전에 연주하는데, 말러가 마지막 제16전 곡 '피날레' 직전에 연주한 후로 이 부분에서 연주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2. 비제의 <카르멘(Carmen)> 서곡
오페라에 나오는 인물 중 이토록 강렬한 캐릭터가 있을까요? 그 성격을 반영한 듯 듣기만 해도 알아채는 음악, 열정이 넘치는 카르멘 서곡입니다. 시작하자 마자 '투우사의 입장' 멜로디가 총주로 폭발할 듯 연주되죠. 약 3분 20여초에 달하는 길이에 작품처럼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투우사의 노래' 멜로디까지 흥겹습니다. 플라멩코를 좋아해서인지 곳곳에서 비슷한 느낌을 얻어 익숙하고, 행진곡 풍이 주는 경쾌함에 흥분을 가라 앉히기 어렵지요.
1. 바그너의 <탄호이저(Tannhauser)> 서곡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서곡은 바로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입니다. 오페라나 오케스트라 공연 때 이 서곡이 연주되면 빼놓지 않고 보려고 하죠. 두 개의 판본(버전)이 있습니다. 초연의 지루함을 수정한 개정판이 1847년 8월에 드레스덴에서 나오는데, '드레스덴 판본'으로 불리죠. 서곡은 약 14분 정도의 길이입니다.
1861년 3월에는 4분 정도로 짧았던 1막 서두의 '베누스베르크의 음악'에 바카날레 장면을 확대시켜 발레와 화려한 음악을 좋아하는 파리 시민을 위해 '파리 판본'을 새로 만듭니다. 파리판본의 서곡은 대략 10여분의 길이입니다만, 바카날레 장면을 합치면 20분이 넘어가죠.
서곡은 3부분으로 나뉘어집니다. '순례자의 합창' 멜로디가 앞뒤, 중간에는 관능의 세계를 뽐내는 '베누스베르크의 음악'이 차지하죠. 특히 후반부는 주변을 압도할 정도의 경건해서 언제나 감명을 받습니다. 파리 판본의 서곡(with 바카날레)은 너무 길게 여겨져 드레스덴 버전을 좋아합니다.
참고로 파리 판본이 수정된 '빈 개정판'이 있습니다. 탄호이저는 크게 세 개의 버전이 있는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