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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마담 Dec 19. 2019

영화 <캣츠>를 기다리며

[공연을 담은 리뷰 #14] 뮤지컬 <Cats> 리뷰

다음주 영화 <캣츠(Cats)>가 개봉하죠. 연말을 맞아 다른 대작들도 즐비하지만 가장 기대됩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스크린으로 멋지게 옮긴 톰 후퍼가 감독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최애 뮤지컬이기 때문이죠. 또 하나 로열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프란체스카 헤이워드의 빅토리아에 대한 기대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Cats>를 본 지 벌써 5년이나 됐네요. 제게는 복습, 보지 못한 분들에겐 예습을 위해 리뷰이자 프리뷰를 썼습니다.


https://youtu.be/Eh1nSYlAPYE (<캣츠> OST 모음)

<캣츠> OST 모음


땡기지 않았지만 푹 빠져 버리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소문이 자자한 <Cats>는 썩 땡기지 않았습니다. 'Memory'라는 유명한 넘버가 다른 뮤지컬에 비해 심금을 울리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스토리를 중시하는 제 성향에 <캣츠>는 고양이가 당췌 무얼 하겠다는 지 이해하지 못해서죠.


그럼에도 사람들을 계속 불러 모으는 힘이 무엇인지는 궁금했습니다. '왜? 이걸 할까?', '이 뮤지컬의 매력은 뭘까?' 싶었지요. '그래, 뭐 속는 셈치고 보자' 싶어 예매를 했습니다. 그런 후에야 본격적으로 넘버들을 구해 들어 봤어요. 또한 2002년 오리지널 캐스팅 DVD를 보았습니다.


그 동안 들었던 다른 뮤지컬 작품의 넘버와 많이 달랐습니다. 뭐랄까 산만한 느낌이랄까?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DVD 역시 졸린 힘겨움을 참고 참아 그리자벨라가 Memory를 부르고 부분까지 보고서야 다시 돌려 봤습니다. 그리자벨라가 젤리클에 녹아 드는 장면부터 빨려 들어가더군요. 영상임에도 눈물이 핑 돌만큼 감동적인 합창에 소름이 살짝 끼치기도 했습니다.


전 독특한 습관이 있는데, 감동을 받으면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봐요. 누가 나오고 만들었는지. 도대체 이 역을 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죠. 아~ 이름이 낯설지 않았던 일레인 페이지가 그리자벨라로 나온 걸 알자마자 웹을 열어 캣츠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초연부터 주연으로 활약했더군요.


https://youtu.be/4-L6rEm0rnY (Memory를 부르는 그리자벨라역의 일레인 페이지)


다양한 넘버의 조합, 산만함에서 다양성으로.


아무 정보도 모르고 무작정 예매할 때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 작품이라는 점이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의 대표 작품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오페라의 유령> 사이에 <캣츠>가 발표 됐지요. <Jesus Christ Superstar>의 락 오페라처럼 강렬하지는 않습니다.


<The Phantom of the Opera>와 같이 심금을 울리는 극적인 음악은 <Memory> 외 없는 듯 했어요. 대신 춤추기 좋은 곡들이 많았어요. 아마도 무용을 하는 듯한 고양이 몸짓을 쫓으며 작곡했기에 그럴 것입니다. 특히 'Jelicle Song for Jelicle Cats'과 'The Jelicle Ball'에서 보여주는 역동적인 춤은 화려하죠.


매년 단 한 번, 한 마리의 고양이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선택을 받는 젤리클 축제. Cats 각자는 자신을 소개하며 그 동안 살아온 삶을 말하는 넘버를 갖고 있어요. 캐릭터만큼 개성 강한 다양한 넘버들이 존재합니다. 아무 정보 없이 들었던 제게 혼란스러웠던 이유였어요.


역동적인 군무와 춤은  <캣츠>를 화려하게 표현한다


들을 수록 중독되는 넘버들


익숙해지자 넘버들은 중독성 있게 다가 왔습니다. 합창과 군무로 단연 돋보이는 'Jelicle Song/Ball'은 판타스틱한 전반부의 느낌과 신나는 후반부는 들을수록 좋아요. 곧바로 이어지는 'Gumbie Cat'은 바퀴벌레와의 신나는 탭 댄스가 일품입니다.


느끼한 면이 있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로 인기 많은 'Rum Tum Tugger' 락 음악으로 표현되죠. 2막의 맥커비티의 넘버는 서스펜스가 느껴집니다. 많은 곡들에서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선율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요. 익숙함과 함께 개성을 표현합니다.


가장 즐겨 듣게 된 곡 중 하나는 바로 기차역 고양이 'Skimbleshanks'여요. 어찌나 신나던지. 재즈풍스럽고 춤은 통통 튀지요. 2막에 나오는 곡입니다만, 배치 역시 감탄스럽습니다. 곧바로 'Macavity'의 반전으로 긴장감을 한층 올리다가 따돌림 당하던 그리자벨라의 <Memory>로 젤리클 고양이는 물론 청중의 마음까지 울립니다.


노래만 들었던 'Memory'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와요. 스토리의 맥락이 주는 힘인 거 같습니다. 곧바로 그리자벨라가 헤비사이드로 올라가며 나오는 'The Joumey to the Heaviside Layer'와 올드 듀터러너미와 젤리클 고양이들의 합창 'The Addressing of Cats' 는 웅장하죠.


1막은 고양이 각자 아기자기하게 이야기하고 2막은 전반적인 스토리로 엮었습니다. 곳곳에 'Gus'와 같은 은퇴한 고양이가 부르는 잔잔하지만 마음을 찌르는 넘버도 있어요. 이 곡을 들으며 눈물이... 마치 <오페라의 유령>에서 나오는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https://youtu.be/AiaGOdHU7dk (캣츠의 화려한 군무를 대표하는 'the Jellicle ball dance')

캣츠의 화려한 군무를 대표하는 'the Jellicle ball dance'


춤, <Cats>만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감동 코드


들을 거리만 있는 건 아닙니다. 고양이다운 춤은 멋졌어요.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The Jelicle Ball' 넘버에서 추는 단체 군무는 춤 자체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발레를 기본으로 재즈 댄스와 현대 무용이 섞여 있어요. 안무가는 질리언 린(Gillian Lynne)이 맡았습니다.


춤을 통해 고양이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몸 짓을 표현했어요. 보고 있으면 진짜 고양이들이 추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또한 각 캐릭터의와 넘버들과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죠. 발레와 재즈, 락스러운 안무 그리고 고양이의 그루밍 같은 동작은 탁월했습니다.


고양이 특유의 몸 털기나 떠는 모습 그리고 머리를 긁거나 뛰어 다니는 모습과 럼 텀 터거에게 열광하는 안무는 어디서 쉽게 볼 수 없습니다. 그런 춤을 창조한 안무가 질리언 린은 탁월한 업적을 이룬 예술가에게 수여한다는 올리비에 어워드 뮤지컬 부문 최우수 특별상을 받게 되고 얼마 후 <오페라의 유령> 안무도 담당하게 됩니다.



이 때 모든 공연에 인증사진 무지하게 찍을 때임^^


고양이다운 인간, 사람다운 고양이


많은 부분 무척 놀란 건 주목 받지 못하는 무대의 뒤편에 있는 배우들 어느 누구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최소한 몸털기나 그루밍은 하고 있어요. 고양이처럼 목이나 눈동자를 돌리거나 동료들끼리 장난치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Cats>의 배우라는 자부심이 보여요.


인터미션 시간엔 관중들과 호흡합니다. 고양이가 되어 관람석 위를 돌아 다니며 놀래 키거나, 가방을 뒤지고 머리 카락을 헝클어 놓는 장난을 서슴치 않고 하죠. 2층과 3층도 돌아 다니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줍니다. 어떤 리뷰에서 본 것처럼 정말 한 마리 데려와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죠.


공연 내내 관객들과의 호흡을 맞추려 노력합니다. 관람석의 복도를 돌아 다니며 아이 컨택을 하며 웃어 주기도 하고 특유의 손짓 발짓으로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들어 주죠. 젤리클석이 바로 그 순간을 만들 수 있는 시간입니다. 다시 본다면 저 역시 젤리클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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