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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pr 12. 2024

정치인 한동훈 100일 소묘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식 선거운동 직전 전면에 나섰더라면 국민의힘이 막판 바람을 타고 더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료 시민 여러분"이라는 다소 생경한 워딩으로 백마 탄 왕자의 신선한 이미지로 한껏 고조됐던 한동훈 신드롬은 시간이 흐르며 그가 보여준 말과 행동에서 바닥이 드러나는 환상의 한계를 보이면서 지지 열기가 떨어진 것도 국민의힘 선거 패착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집권여당 비대위원장인 한동훈은 선거기간 내내 정권 후반기 집권당의 정국 운영에 대한 큰 담론은 보여주지 못한 채,

시종일관 '범죄자' '이조심판' '뭐같은' '개폼' 등 여당대표이자 선대위원장으로서는 너무나도 품격 떨어지는 언어로 일관했다.

이런 워딩은 정계 등판시 "여의도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며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겠다던 다짐에 어울리지 않는 언사였다.

큰 정치인은 상대에 대한 말보다 내 말을 우선한다. 상대에 대한 말은 그 아래 스탶에서 한다. 큰 정치인은 그릇에 걸맞는 도량과 품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지 언어만이 아니다. 유세기간 그가 자당 후보의 유세현장에서 보여준 행동은 정치 초보를 떠나 일반인의 상식에서도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 많았다.


- 먼저 단상에 올라 함께 단상에 오르려는 후보를 밀쳐내는 행위

- 지지자를 향해 말하고 있는 후보 앞을 왔다갔다 하는 행위

- 유세 중인 후보의 마이크를 가로채는 행위

- 유세 중인 후보 앞에 주저앉아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는 행위


후보 유세 지원은 커녕 유세 방해에 가까운 이런 행동은 후보에 대한 존중보다 본인의 셀럽놀이에 취해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 셀럽 도취 모습은 유세기간 중 그의 복장에서도 나타난다.

간혹 후보들이 착용하는 당의 선거운동용 상의를 착용하기도 했지만, 그는 주로 검정색 셔츠, 흰색 셔츠, 붉은색 라운드니트 차림으로 유세 현장을 누볐다. 당의 선대위원장으로서 후보와의 동질성보다 후보가 아닌 선대위원장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듯했다. 아울러, 자신에게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세련된 패션감각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도무지 이해 안되는 유세현장 영상도 있다.


지하철 입구에서 후보와 함께 하는 거리유세 현장.

"안녕하십니까" 라며 계속 허리를 90°로 꺾는 후보와 달리 한동훈 위원장은 옆에서 아무 말 없이 고개만 까딱까딱하고 있다.

시민들이 별 반응없이 지나가자 급기야 후보가 옆을 가리키며 계속 "한동훈 위원장이십니다."라며 소개하는데 한 위원장은 여전히 어색한 미소로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

'아니.. 출마하는 후보가 누군데..'

반대로 한 위원장이 후보를 소개하며 "이 지역 발전을 주도할 국민의힘 ㅇㅇㅇ 후보입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라고 후보 지지를 부탁하는 게 선대위원장의 본분 아닌가.


전쟁이 아닌 전투를 했다


이번 총선에 임하는 야권의 명제는 단순했다.

[정권심판]. 이 간단한 명제로 유권자를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실제 유권자의 마음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렇다면 여기에 대응하는 여당의 전략은 하나다.

한동훈은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자 선대위원장으로서 정권의 失政을 인정하고 정권에게 등돌린 유권자에게 정부를 어떤 방법으로 어느 방향으로 변모시켜 국정을 이끌어 나갈 것인지 해법을 제시하여 국민을 설득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달랐다. 그는 정권주체로서 정국 개선방안과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지속적으로 야당의 두 지도자를 범죄자로 규정했다. 검사본능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이다.

신뢰를 상실한 정권의 수습방안보다 거의 매일 야당 지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트집잡았으며 야당 후보들의 부도덕을 비난하는데 주력했다. 전쟁을 지휘해야 할 사령관이 스스로 중대장이 되어 전투를 한 것이다.


정치인은 섬기면서 이끌어야 한다. Leader이자 ServantDual Mind가 필요하다.

정치인은 장수가 아니다. 자존심이 필요하지만, 자존심을 내세울 필요는 없다. "서서 죽겠다" "징징대는 것을 싫어한다"는 정치인의 용어는 아니다. 징징대는 행위가 외교관의 용어로는 인내심있는 협상이 되고, 정치인의 용어로는 호소가 된다.


경쟁자는 어떻게든 깎아내려야 내가 이기는 것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것을 패배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대상에게 부탁하며 허리 숙이는 것을 굴종이라 여기고, 잘못을 시인하면 범죄가 된다는 자기비하 인식.

이런 인식의 오류가 교정되지 않는 사람은 정치를 해서는 안됨을 우리는 이미 겪고 있는 중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집권당의 총선을 지휘하기에는 선대위원장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했다. 그 결과는 헌정사상 집권여당 최대 참패였다. 그가 다시 정치판에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돌아온다면 그땐 패션이 아닌 마인드가 세련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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