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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또 Feb 22. 2016

허언증 갤러리, 새로운 놀이의 등장

무엇이 우릴 웃게 하는가

최근 SNS를 통해 유행하는 '허언증 갤러리', 혹시 들어보셨는지? 이름 그대로 온갖 허세와 거짓말을 일삼는 커뮤니티 게시판이다. 몇 가지 대표  작품(?)을 살펴보자.







당신이 픽 웃었다는 데에 필자의 손모가지를 건다.

웃기다. 그런데 왜 웃길까? 사람들은 왜 허언증 갤러리에 열광할까?


새로운 놀이문화, 허언증

허언증 갤러리(이하 허갤) 유저 중 실제로 허언증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들은 일부러 허풍을 떨고 거짓부렁을 재잘댄다. 의도는 단순하다. 웃기려고! 그들은 웃고 놀기 위해 글을 쓴다. 새로운 놀이 코드의 등장이다.


나도 피규어 하나만.

허언증 갤러리는 왜 웃길까? 사실, 사람이 왜 웃는지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 시절부터 논쟁해온 유서 깊은 주제다. 허갤의 인기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기 위해 <무엇이 우리를 웃기는가> 를 연구한 가설 중 두 가지만 간단히 소개한다.


1. 점잖은 위반 (Benign Violence Theory)
: 웃기기 위해선 반드시 상식이나 규정을 위반해야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  
내 PENIS 가 커요!

위의 그림은 성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외설적이거나 모욕적이지 않고 웃음을 유발한다. 일탈과 점잖음을 잘 갖춘 유머다. 이걸 좀 더 점잖게 바꾸거나 상식을 극도로 위반하면 어떻게 될까?

극도의 점잖음은 웃기지 않다. 일탈의 짜릿함은  온데간데없이 지루하다. 극도의 일탈은 도리어 거부감이  들뿐이다. 이처럼 사회의 규범으로부터 '적당한 일탈'이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2. 부조화 이론 (Incongruity Theory)
: 모순되거나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웃음을 유발한다.

부조화 이론은 쉽다. 아예 불가능한 일이나 예상과는 벗어난 일이 발생하면 긴장이 풀려 웃는다. 친구가 넘어져서 깔깔 웃어본 경험은 누구라도 있다. 본능적으로 다칠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다치지 않으면 웃음이 나는 것이다.


허언증 갤러리의 유머는 두 이론을 충실히 증명한다. 농담이 도를 넘어 주변을 싸늘하게 만드는 (주변에 꼭 하나씩 있는) 친구와 달리 상식의 선을 넘지 않는다. 신동엽의 섹드립(성적 유머)이 생각난다. 허갤은 상식과 일탈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천연덕스럽게 말을 던진다. "유머의 해석은 너네 몫이야."


어떤 글은 터무니없는 개뻥인게 당연해서 헛웃음이 나온다. 길가다 목성을 주웠다니. 근데 실제로 보니 목성이랑 진짜 비슷하다. 어이없다 못해 차라리 그 상상력이 귀엽지 않은가.


허언증 갤러리는 왜 유행할까

진정한 금수저

웃기면 대세가 되는 세상이다. 그런데 허갤의 인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시대가 힘들수록 유머는 짙어진다. 웃음은 긴장을 풀고 갈등을 완화시키는 탁월한 기능을 수행한다. 필자의 한 선배는 허갤을 '해학과 풍자로 그려낸 민화'에 빗댔다.

조선시대 민화는 서민들의 해학과 풍자의 수단이었다

허갤은 블랙코미디와 풍자, 역설, 초현실주의가 전부 모인 코미디의 최종병기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금수저의 제목에 울컥해서 들어온 사람들은 금수저의 정체를 알고 피식한다. 한동안 뉴스를 무겁게 했던 수저 논쟁은 이렇게 조금씩 가벼워진다. 사람들이 이제 갈등에서 벗어나 긴장을 풀고 싶어 한다는 암시인 동시에, 그만큼 힘들어하고 갈등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허갤의 매력은 누구나 직접 허언증 콘텐츠를 생산함에 있다. 이는 주체적인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의 탄생을 알린다. 사람들은 더 이상 TV 속의 개그맨에 의존하지 않는다. 죄악시되었던 거짓말을 당당하게 나누며 즐거워한다. 유머를 향유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물론 이 트렌드가 발전할지, 유머가 지나치게 비관적이거나 저급해질지는 지켜볼 문제다.)


허언증 갤러리는 숨쉬기 버거운 사회를 나타내는 척도이자, 과거의 '관람하는 유머'에서 '참여하는 유머'로 변화하는 트렌드의 중요한 지표다. 어찌 보면 참으로 역설적이다. 



웃음은 숨을 쉬는 과정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The NewYorker>의 카툰 에디터인 Bob Mancoff 의 말이다. 우리는 웃으며 잠시 긴장을 풀고 숨을 쉰다. 현재 허갤이 흥하는건, 힘든 사회에서 웃음으로나마 숨통을 틔우려는 사람들의 몸부림이 아닐까.


오늘도 힘겹게 일어나 출근하고 일하는 당신을 위해 필자가 허갤에서 즐겁게 본 몇 가지 글을 더 올리며 이 글을 마친다. 제발 당신의 80여 개 안면근육 중 하나라도 씰룩거릴 수 있기를!







<참고 자료 및 사진 출처>

Special Thanks to 민화 아이디어를 준 속물러s

TEDx - What makes things Funny

Scientists Discovered What makes Something Funny

디씨인사이드 허언증 갤러리

[카드뉴스] 거짓말, 어디까지 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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