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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작지만 탄탄한 값진 맛집 찾아 "출발~!"

돼지곰탕 '옥동식'ㆍ제철식재료 '작은새'

돼지곰탕으로 뉴요커 입맛 사로잡은 ‘옥동식’  

다양한 제철재료로 편안한 음식제공 ‘작은새’  

          

2024년이 밝았다. 음력으로는 여전히 계묘년이지만 편의상 갑진년도 함께 쓴다. 양력 신정과 음력 설날 모두에 의미를 두고 보내는 오랜 전통 탓이다.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새해 인사로 ‘값진 갑진년’이란 문구가 눈에 많이 띈다. 일종의 언어유희다. 갑진년을 값지게 보내라니 덕담치고는 꽤 좋은 말이다.           


‘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은 당초 2018년 7월 ‘유성호의 식사하실래요’로 시작했다가 2019년 8월 지금의 칼럼명으로 바꿨다. 사람에서 지역으로 이야기 중심을 변화시킨 것이다. 이유는 삶의 속도가 너무 빨라 잊고 지나친 동네와 동네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맛있는 식당을 충실하게 소개하기 위해서다. 팍팍한 도시의 삶 속에서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골목과 그 속에 스며있는 사람과 마을이야기를 담은 일명 도시기행 맛집탐방 칼럼을 표방하고 있다.          


후미진 뒷골목 테이블 대여섯 개짜리 식당 찾는 여정        

          

NC신구로점 뒤편은 작은 식당 밀집해 있는 구로지역 대표 맛집 골목이다. 사진 좌측 첫 집에서는 구로뎅이란 작은 오뎅바가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은 오랜 업력을 가진 노포와 야무진 손맛을 가진 동네 맛집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칼럼의 기본 원칙은 식당을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고 업주와 접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유는 필자가 활동성이 강해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여러 일로 다양한 지역 맛집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주와 접점은 취재의 영역인데 꼭 필요할 때만 몇 마디 묻어보는 정도다. 물론 취재 목적을 밝히지 않고 지나가는 식객처럼 물어본다. 필자로서는 음식 맛과 친절함에 비중을 두기 때문에 식당 내력까지 알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원칙을 세웠다. 물론 때에 따라 식당 내력과 업주의 사연 등 담기도 하는 등 때와 상황에 따라 이야기가 조금씩은 다르다.           


이런 칼럼 방향을 지키면서 올해부터는 ‘작지만 탄탄한 손맛을 가진 맛집’을 추가시킨다. 필자는 이를 흔한 표현으로 ‘작은 식당’이라고 하겠다. 테이블 대여섯 개 정도에 어쩌면 홀 보다 주방이 큰 그런 곳에서 열심히 자기만의 음식세계를 펼치는 곳이 대상이다. 매번 만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접점을 만들려고 노력할 심산이다.                


태평양 건너 낭보 전한 합정역 10석 식당     

        

서울 합정역 10석 작은 식당에서 출발, 미국에 진출해 ‘올해 뉴욕 최고의 요리 8선’ 중 하나로 뽑힌 ‘옥동식’의 돼지곰탕.

지난해 연말 태평양 건너 미국 땅에서 낭보가 들렸다. 뉴욕타임스(NYT) ‘올해 뉴욕 최고의 요리 8선’ 중 하나로 뉴욕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인 국밥집의 돼지곰탕 식당 ‘옥동식’이 선정된 것이다.        

   

NYT는 구랍 13일(현지시간) 뉴욕 지역 레스토랑 대표 메뉴 중 최고 요리 8선에 ‘옥동식’을 포함시켰다. ‘옥동식’은 2016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한 골목에서 문을 열었다. 개업 초기부터 골목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맛집 소문도 있고 10석 밖에 되지 않은 자리 때문이다. 테이블이 따로 있지 않고 바 형태다. 그만큼 매장 규모가 작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 중심부 미식의 도시 뉴욕의 뉴요커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다. NYT는 ‘옥동식’ 돼지곰탕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국물”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날에 먹으면 더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매우 특별한 음식이란 의미에 무게가 실린다. ‘옥동식’의 성과는 2022년 11월 맨핸튼에 매장을 낸 지 1년 만의 쾌거다.          


‘옥동식’ 서교점은 2018년부터 미쉐린가이드 빕구르망에 선정되면서부터 매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미쉐린가이드는 “돼지국밥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뒤엎어버린 이곳의 돼지국밥 또는 돼지곰탕은 지리산 버크셔 K 흑돼지의 앞다리와 뒷다리 살만을 고아 육수가 유난히 맑은 것이 특징”이라며 “한소끔 김을 뺀 밥과 80%만 익혀 얇게 썬 고기를 방짜유기에 담은 후 뜨거운 육수를 부으면 고기는 마저 익고, 육수는 더 깊게 우러나 담백하면서도 진한 감칠맛을 낸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미쉐린가이드는 돼지국밥과 돼지곰탕을 혼용하고 있는데 이는 곰탕과 국밥의 메뉴 분류 때문이다. 옥동식은 “곰탕이 국밥에 속해 있기에 돼지국밥이 아닌 돼지곰탕으로 시작을 했고 새로 생겨난 많은 곳에서 돼지국밥이 아닌 돼지곰탕으로 명명해 판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옥동식’이 있는 서교동부터 연남동, 망원동 등 홍대 상권을 중심으로 작은 식당들 개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큰 식당을 개업하려면 초기 투자비와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최근에는 1~2인 정도가 운영 가능한 ‘작은 식당’ 개업이 느는 추세다.           


작은 식당의 약진은 표면상 영업이 잘 될 것인지에 대한 불안과 단체 회식 감소, 개인주의와 핵가족화에 따른 1~2인 손님 증가, 멀게는 인구 감소에 따른 업주의 심리적 자기 절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홍대 인근 상권은 이 일대 오래된 작은 상가와 주택 리모델링에 따른 공간 한계가 상당히 많이 관여한다. 종합하면 외식업이 얼마나 어려운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편 작은 식당은 메뉴의 특별함이 특징이다. 그곳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메뉴를 앞세워 식객의 발길을 돌려세운다. 그래서 식객 대부분이 젊은 세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음식은 문화이기 때문이다. 노포에 가면 허연 머리 오랜 단골들이 북적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선지 앞으로 칼럼은 신구의 조화인 동시에 비교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이다.          


인스타그램 통해 손님과 교감 풍성  

    

최근 정식 메뉴로 개발한 겨울채소 두유나베.[사진=작은새 인스타그램]

마포구 연남동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작은새’는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파스타, 덮밥, 커리 등 예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곳이다. 70년대 신흥 부촌으로 형성된 일대 양옥집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대여섯 명이 앉으면 꽉 차는 작은 식당이다.           


매장 크기는 플라이급이지만 젊은 여성 오너 셰프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요리는 제철 식재료를 등에 업고 묵직하게 다가온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캐롤덮밥’이란 이름으로 오징어를 주재료로 덮밥을 단일 메뉴로 내놨다. 사이드 메뉴로는 ‘겨울채소 두유나베’를 준비했다.           


최근 개발해 정식 메뉴로 올린 겨울채소 두유나베는 작은 주먹밥과 함께 제공된다. 생강, 디포리, 다시마와 함께 다양한 채소들로 채수를 우려내 칼칼하게 만든다. 여기에 두유를 부어 고소한 맛을 더했다. 내용물로는 표고버섯, 배추, 당근, 숙주, 청경채, 두부, 새우 등과 함께 귤을 넣어 포인트를 줬다. 젊은 패기와 도전정신이 느껴지는 레시피다. 따뜻한 성질 음식이라 지금이 먹기 딱 좋은 메뉴다.            


올 초에는 무항생제 동물복지 닭과 황기뿌리, 오가피, 당귀 등 국산 친환경 약재를 이용한 육수에 한창 맛이 좋을 때인 무와 대파 등 채수를 더해 만든 닭장떡국을 단기간 선보였다. 떡국 떡 역시 식감이 조금 더 쫄깃한 현미 떡국을 사용했다. 닭장떡국은 남도 쪽에서 즐겨해 먹던 떡국의 한 종류다.            


이 식당의 모토는 ‘제철 식재료들로 편안한 음식을 만듭니다’다. 메뉴가 자주 변경되기 때문에 식당을 찾는 이들과의 소통이 중요시된다.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를 통해 수시로 정보를 제공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한 소통은 젊은 셰프들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의 특징 중 하나다. ‘작은새’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메뉴와 휴점일 정보는 물론 오너 셰프의 소소한 일상과 알록달록 입맛 다시는 메뉴들이 가득하다.           


앞으로 또 어떤 작은 식당과 만날지 사뭇 기대된다. 꾸준히 내공을 쌓아 온 노포에 대한 발길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갑진년을 모두 값지게 보내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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