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맛동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한 겨울 몸 데우는덴 역시 탕국이 최고

진한 육수 ‘진해곰탕’ㆍ남원식추어탕 ‘포도나무가든'

한강변·김포평야 두루 조망 개화산 둘레길

진해 출신 셰프의 육수 진해서 ‘진해곰탕’ 

대물림 50년 남원식추어탕 ‘포도나무가든’          


연초에 올해는 ‘작은 식당’을 최대한 응원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작은 식당에서 식사할 일이 생각보다 적었다. 아니 거의 없었다. 일부러 맛집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작은 식당 만나기가 의외로 어려웠다. 작은 식당이라 함은 필자 기준 20석 미만으로 운영되는 곳을 말한다. 그래도 약속을 잊지 않으려고 한 번 더 언급해 놓는다. 꾸준히 노력하겠다.           


얼마 전 주말 멀지 않은 곳에 사는 고등학교 동문 선배가 식사하러 가자며 김포 신도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하철 김포골드라인의 거의 끝 구래역 인근이다. 그리 가깝지만 않은 거리지만 지인이 운영하는 곰탕집이라 멀지만 행차를 했다고 한다. 구래역 일대 김포시 구래동은 2003년 참여정부가 추진한 김포한강신도시 2기로 개발된 곳이다. 조성된 지 20년이 지난 곳이라 신도시란 딱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보인다.     

      

이 지역은 김포반도 중앙 평야지대에 위치한다. 남동쪽으로 가현산과 팔봉산이 펼쳐져 있고 인천광역시 검단동과 경계를 이룬다. 조선시대에는 경기도 통진군 상곶면 지역이었다.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통진군이 김포군으로 편입됐다. 상곶면, 양릉면, 반이촌면이 양촌면로 통합됐다. 김포군 양촌면 구래리가 됐다.           

가현산 자락 큰골에 자리 잡고 있어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산수가 수려하고 인심이 좋아 아홉 번 다시 와서 살고 싶은 마을이라는 의미로 구래(九來)라고 불렸다. 1998년  김포군이 김포시로 승격되고 신도시 개발로 양촌면 구래리 일부 지역에 인구가 대거 유입되면서 2009년 구래리는 구래동으로 승격됐다.           

미역곰탕·스지구이 등 실험적 메뉴 인기


‘진해곰탕’의 곰탕, 즈기가 들어간 수육, 스지구이. 미역곰탕 등.

‘진해곰탕’은 구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작은 간판, 2층, 도시의 끄트머리 등 악조건 속에서 나름 선전하는 곳이다. 곰탕과 수육이 대표 메뉴다. 수육은 아롱사태와 뽈살로 구성돼 있다. 모둠수육을 주문하면 스지가 더해진다.           


전반적으로 달근한 고깃국물에 따로 썰어 내준 청양을 약간 넣으면 칼칼함과 후끈함이 이 겨울에 딱이다. 한 생일 맞은 손님 때문에 우연히 개발한 미역곰탕은 미역 향과 육향의 어울림이 좋다. 소고기미역과는 살짝 결이 다른 묵직한 맛이다. 대표메뉴 곰탕은 평범하지만 맛이 진하다. 노란 계란 지단만 보면 나주식 곰탕이란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는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특징적인 고명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다.           


자칭 전국적으로 유일한 메뉴일 것이라며 내놓은 스지구이는 숯불 직화가 아니지만 적당히 불맛을 입혔고 스테비아 방울토마토 몇 알 넣어 미감과 색감을 잘 살렸다. 스지 특유의 쫀득한 힘줄이 많이 달렸으면 했지만 이곳은 도가니 쪽에 가까운 식감이다. 이를 말 했더니 도가니보다 스지가 비싸다고 한 소리 들었다. 수입 스지인데 현지인들이 손질을 너무 많이 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다. 직접 담근 백김치와 깍두기도 맛이 일품이다.            

상호는 이곳 셰프가 경남 진해 출신이라 ‘진해곰탕’으로 지었다. 국물이 진해서 ‘진해곰탕’이란 중의적 표현도 담았다. 사방이 아파트로 둘러싸인 채 식당가와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대부분이 베드타운이라 식당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가맹사업, 전수창업, 확장이전 등 많은 수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강서 방화서 올 첫 ‘맛있는 동네산책’       

           

인문공동체 문화지평은 올 첫 맛있는 동네산책을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개운산 둘레길을 걸었다.

올 들어 첫 인문공동체 문화지평 답사를 했다. 지역은 강서구 개화산 둘레길이다. 강서구 문화해설사인 정미옥 씨가 해설을 해줬다. 조선중기 문신이며 한성부 판윤, 형조판서에 오른 심정과 그 일가 분묘 500여 기가 있는 심성쉼터부터 시작했다. 분묘 중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6기의 분묘와 묘비, 상석 등이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개화산 중턱 배산임수 명당지에 위치한 약사사는 울창한 숲과 한강변을 비롯한 빼어난 주변 경관 때문에 일찍이 겸재 정선이 ‘개화사’란 제목으로 화폭에 담았다. 이 절은 냉천이 있어 병자가 목욕을 하면 오랜 병도 낫는 약수터로 유명했다.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석불과 약사사 3층 석탑 등 고려시대 사찰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절의 창건은 삼한시대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의 고찰이다.           


개화산 전망대는 방화대교와 한강, 행주산성, 서울N타워, 월드컵 공원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시 선정 조망명소다. 겸재 정선이 보고 화폭에 담았던 ‘경교명승첩’, 양천팔경첨‘ 등 한강 일대 진경이 상상되는 곳이다. 산 정상에 위치한 봉수대는 전라도 순천에서 오는 봉화를 받아 남산 제5봉수에 전했던 곳이다. 이곳에 있는 봉화정이란 정자는 봉수대로부터 기원한다. 아라뱃길 전망대에서는 인천 앞바다와 한강을 직접 연결시키는 아라뱃길과 김포시가지, 일산신도시를 조망할 수 있다.   

        

삼층석탑·석불입상 등 문화재 보고     

개화산 미타사 석불입상. 현 위치보다 위쪽에 묻혀있던 것을 발견해 지금 자리에 세웠다.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된다.

아라뱃길은 800여 년 전 고려 고종 때 최초 시도된 이래 조선시대를 거치며 끊임없이 열고자 했던 뱃길이다. 2009년 착공해 마침내 2011년 친환경 내륙 뱃길을 열었고 홍수조절 기능은 물론 관광레저 자원이 됐다. 둘레길 뒤편 호국충혼비는 6.25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인민군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곳에 세워진 위령비다.           

당시 북한군 대병력이 밀려오자 김포지구에서 후퇴한 육군 1사단 소속의 장병 1000여 명은 김포비행장을 지키기 위해 개화산에 진을 치고 마지막 전투를 벌였다. 탄약과 식량보급이 끊긴 상황에 결국 북한군에 패해 모두 전사했다. 이들 전몰 군인들의 애국충정을 기리기 위해 1993년 12월31일 충혼비를 세우고 해마다 6월에 호국위령제를 올리고 있다.          


호국충혼비 아래 미타사에는 서울의 서쪽 끝 김포평야와 행주나루 끝에 걸쳐 있어 도심 속에 있는 사찰이면서도 평온함과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법당 옆 커다란 바위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미륵불입상으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늘길 전망대는 개화산 서측방향에 위치해서 김포공항이 내려다보인다. 비행기 이착륙 모습이 눈에 띈다. 공항 옆 넓은 김포평화에선 지금도 쌀농사가 활발하다. 김포 쌀로 빚은 선호막걸리 등 지역 막걸리도 맛이 일품으로 소문나 있다. 답사는 두 시간을 훌쩍 넘겨 방화근린공원에서 마쳤다. 개화, 방화 등 이 지역에는 꽃화(花) 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 방화는 사시사철 꽃향기가 퍼지는 개화산 옆에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개화산 둘레길 1만보를 걸으니 허기와 입맛이 돌았다.           


듬뿍 담은 시래기·겉절이가 압권        

남원식 추어탕 전문 ‘포도나무가든’의 추어탕과 겉절이, 추어튀김.

답사에 참여했던 지역 주민 한분이 추어탕으로 유명한 ‘포도나무가든’을 소개했다. 남원식 추어탕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 상호와 함께 네이버 검색어로 ‘남원추어탕’도 등록시켜놨다. 마당에 수령이 제법 된 포도나무가 있다. 업력은 선대 어머니 때부터 50년이 넘었고 지금은 중로의 아들이 대를 이어 운영 중이다. 현 자리에서는 22년째란다.           


이날도 아들은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식당 밖 한 구석에서 불을 지피고 탕을 끓이기 여념 없다. 잘 먹었단 인사를 남기기 위해 조리실을 찾으니 선한 할아버지 미소로 맞는다. 인상이 음식 맛에 고스란히 배어서 추어탕이 고소하고 담백하다. 시래기가 많이 들어가 기분 좋은 단맛이 난다.       

   

개인적으로 향이 강한 향신료를 좋아하지 않아 제피가루를 안 넣은데 이 식당서는 조금 쳐야 단맛을 살짝 누르면서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압권은 겉절이다. 아침에 버무려 놓은 게 아니라 주문하면 바로 버무려 주는 듯 풋풋한 고춧가루 향이 입맛을 한껏 돋운다. 상추와 치커리는 최소 양념에 향 좋은 참기름을 둘러 애피타이저 역할을 충실히 한다.           


남원추어탕이지만 미꾸라지는 경기 화성에서 양식한다. 대부분 식재료를 국산을 고집한다. 손님은 중년 이상 여성 압도적이다. 현재 네이버 검색에는 오르기 직전 가격이 나온다. 지금은 1만2000원이다. 가끔 네이버 식당 가격정보만 믿고 갔다가 황망했던 일이 몇 번 있어서 하는 말이다. 메뉴판 사진을 찍지 못해 수정제안을 할 수 없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문화지평 개운산 둘레길 답사 마치고 답사 멤버들과 함께 한 첫 식사였다. 식전 막걸리 첫 잔이 목젖을 경쾌하게 자극하고 넘어갔다. 식후 방화역에서부터 서울식물원, 마곡역, 양천향교역, 목동사거리, 오목교를 지나 약 4만보 정도 걸었다. 그동안 충분히 동네 산책을 하지 못한 데 대한 ‘보복걷기’ 심리가 일조했다. 2월에 양천 지역을 한 번 더 답사할 예정인데 어느 식당에서 식후경(食後景)할지 기대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굴풋할 때 스미는 굴레방다리 근처 맛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