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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돔 마쓰까와 숙성회 놀라운 맛의 변주

양재모 셰프의 인천 '정성횟집'  

최근 간석 카페골목에서 이전 개업 

대광어와 ‘특별한 숙성회’ 제공 선언   


참치 전문가가 이번엔 참돔 전문가로 변신했다. 인천 연수에서 참치 전문점을 하던 세 자녀 다둥이 아빠 양재모 셰프가 인천 간석동 카페골목에 참돔 마쓰까와 전문점 ‘정성횟집’을 이전 개업했다. 양 셰프는 5년 전 참치회 전문가로 본 칼럼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일식 업계에서는 그의 칼 솜씨가 정평이 나 있다.        

참돔 마쓰까와 숙성회 전문점 '정성횟집' 양재모 오너셰프.

마쓰까와는 한자로는 松皮, 소나무 껍질을 뜻한다. 원 발음은 마츠카와지만 松川과 혼동을 피해 마쓰까와로 널리 쓰인다. 도미 껍질에 벌집칼집을 낸 후 뜨거운 물로 데쳤다가 얼음물에 넣었다 빼면 마치 소나무 껍질처럼 일어 보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우리말로 적당한 것이 없어서 일본어 발음 그대로 쓰는 조리용어다.     

마쓰까와는 주로 껍질이 두껍지 않고 연한 도미를 이용하는 데 이를 마쓰까와 타이(鯛)라고 부른다. 비슷한 조리법으로 유비키와 히비키가 있다. 유비키는 껍질뿐 아니라 살까지 뜨거운 물에 넣어 데치는 것이다. 갯장어(하모) 유비키가 가장 유명하다. 갯장어 역시 벌집칼집을 촘촘하게 내고 설설 끓는 육수에 마치 꽃처럼 벙근다.      

히비끼는 물 대신 불을 이용하는 조리 방식이다. 마스까와와 마찬가지로 비늘을 벗기고 얇은 껍질을 토치로 지져서 껍질 아래 지방을 녹여 풍미를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히비키 역시 토치질 후 찬물에 담가야 한다. 히비키는 가다랑어가 맛있다고 평이 나 있다. 세 가지 조리법이 조금씩 풍미 차이를 보이며 미각을 풍성하게 한다.       

뜨거운 물로 껍질 아래 지방 녹여 풍미 ‘업’

마쓰까와는 뜨거운 물을 참돔 껍질에 부어 지방을 녹여 풍미를 높이는 방법이다. 이때 껍질이 소나무 수피와 비슷해서 松皮(마쓰까와)라고 부른다. [사진=네이버 블로그]

다시 정성횟집으로 돌아가 보자. 참돔과 대광어 숙성회 전문인 이곳은 ‘특별한 숙성회’란 간판 하나가 더 달았다. 특별함이란 숙성 방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먹는 방법에 방점이 있는 것 같다. 일단 대물급인 3kg 정도 되는 참돔을 사용한다. 포를 뜨고 4시간가량 숙성한 후 마쓰까와를 해서 내온다.      

    

그 사이 상 위에는 쌈채소, 김, 묵은지, 톳, 고추, 마늘에 양념으로는 와사비, 비법 맛간장, 초장 등이 기본으로 차려진다. 이와 함께 혀는 물론 식도가 얼얼할 정도의 매콤한 표고와사비, 오이와사비와 맛있게 자가제조한 비법 쌈장이 상을 가득 채운다.      


압권은 공깃밥 반 공기 분량의 초대리 밥이다. 마쓰까와를 한 참돔이 기름지기 때문에 밥과 천상의 조합을 위해서다. 마치 대방어 철이면 문전성시를 이루는 홍대 바다회사랑에서 밥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       


양 셰프가 먹는 방법을 시범 보인다. 쌈채소 위에 김 한 장 깔고 쌈장을 듬뿍 찍은 참돔 한두 점 올린다. 쌈장이 짜지 않고 달짝지근한 게 맛을 잘 잡았다. 김 대신 기호에 따라 묵은지를 올려도 되고 둘 다 올린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미식의 세계는 개인의 기호여서 신성불가침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 지론이다.      


참돔 위로 밥 조금과 고추 한 조각, 톳나물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화룡점정 표고와 오이와사비를 골라서 올린다. 이제 올린 건 다 올렸다. 한 쌈 오므려 쥐고 입안으로 욱여넣으면 신박한 맛의 조화를 접할 수 있다. 물론 애주가에겐 먼저 소주 한잔 털어 넣는 것은 빠트릴 수 없는 수순이다.     


마쓰까와 참돔 한 쌈 입안에서 맛 폭발 

   

갖은 재료와 기호에 맞는 양념을 올려 한 쌈 싸서 입에 넣으면 오감이 충족되는 맛이다.

입안에서 갖은 식재료가 섞이면서 생각지도 못한 맛의 조합이 생겨나고 있다. ‘특별한 숙성회’란 간판의 의미를 말이나 글이 아닌 맛으로 맛있게 설명하고 있다. 요약하면 한껏 기름진 참돔스시를 맛깔난 쌈장과 와사비장을 곁들여 한 쌈 싸 먹는 것이라고나 할까. 볼태기찜 하기 좋은 곳이다. 사이드 메뉴로는 미역국, 전, 조림 무, 도미 머리튀김(때로는 메로구이) 등이 당일 재고에 따라 서비스된다.      


참돔 숙성회를 만들어 마쓰까와를 하는 순서를 알아본다. 먼저 3kg급 참돔을 잡아 비늘 치기를 통해 비늘을 깨끗하게 벗긴다. 다음은 두 장 뜨기로 포를 뜬다. 생선 머리를 잘라낸 후 중앙 뼈를 기준으로 칼을 넣어 위, 아래 살을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포를 뜬 참돔 껍데기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이때 껍데기가 수축하면서 참돔 살이 말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말리는 정도를 보고 물의 온도가 적정한지 판단한다. 찬물에 한번 씻은 후 미리 준비해 둔 소금을 녹인 얼음물에 넣는다. 이때 여러 작용으로 육질이 탱탱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뜨거운 물을 붓는 통칭 마쓰까와를 적절하게 충분히 하지 않으면 껍질이 질길 수 있다. 또 껍질만 처리해야지 속살까지 익히면 안 된다. 이 부분에서 셰프의 내공이 갈린다고 볼 수 있다.      


마쓰까와 한 참돔 포의 물기를 완전히 제거 후 냉장고에서 숙성을 시킨다. 시간은 셰프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양 셰프는 4시간 정도 숙성한다고 했다. 이는 참돔 숙성의 최대치로 알려져 있다. 이를 넘으면 서서히 식감과 풍미가 떨어진다. 숙성 후 회 뜨기를 하기 전에 참돔 껍질 쪽에 일자 칼집을 낸다. 미각과 미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칼집이다.         


형도 인근에서 ‘마쓰까와 정성’ 경영

양재모 셰프의 ‘정성횟집’(사진 위)과 친형이 운영하는 ‘마쓰까와 정성’의 참돔 마쓰까와 한 접시와 외관.


인천에 ‘정성’이란 이름의 횟집이 두 곳이다. 양 셰프의 형이 차로 15분 거리 구월동 남동소방서 뒤에서 ‘마쓰까와 정성’(네이버 검색 기준)이란 이름으로 같은 메뉴를 팔고 있다.        


서울에서 참돔 마쓰까와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중랑구 면목동의 ‘봉쉐프의 숙성회전문점 슌락’이 있다. 이곳은 참돔 유비키도 곧잘 한다. 물론 고등어, 참치 등 다른 어종도 다뤄 한 접시에 이들을 섞어서 내놓기도 하는데,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식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우리수산도 30여 년의 내공을 가진 마쓰까와 고수 식당이다.  


참돔은 도미류서 으뜸이라 ‘바다의 여왕’ 

참돔은 도미류 중에서 맛과 영양이 우수해 으뜸으로 손꼽혀 ‘바다의 여왕’이라 불린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한편 ‘바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참돔은 도미류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혀 ‘참’이란 접두사 타이틀을 얻었다. 지방질이 적어 소화가 잘되고 단백질이 풍부하다. 그래서 노인이나 환자에게 특히 좋다. 칼륨과 타우린이 풍부해 고혈압과 동맥경화, 골다공증, 변비, 피부질환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미네랄과 라이신, 트레오닌 같은 필수아미노산도 함유돼 있다.     


참돔을 굳이 마쓰까와를 해 먹는 이유는 껍질에 비타민B1(티아민)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체에서 생산되지 않는 필수 비타민 중의 하나며 피로회복과 에너지 대사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여름 보양식으로 참돔 마쓰까와도 괜찮단 생각이다.      


우리나라 연해에는 참돔을 비롯해 감성돔, 청돔, 황돔, 붉돔, 녹줄돔, 실붉돔 등이 살고 있다. 참돔은 빛깔이 분홍색을 띠고 녹색 반사광택이 나기도 한다. 일반인들은 참돔과 붉돔을 많이 혼동한다.      


두 어종 차이는 아가미덮개 뒤쪽을 보면 피 같은 붉은색 띠가 있으면 붉돔, 없으면 참돔으로 구분한다. 또 꼬리지느러미 끝 가장자리가 검으면 참돔, 그렇지 않은 것이 붉돔이다. 우리나라는 도미류 자원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조선시대는 일본 어부들이 우리 해역으로 들어와 고기를 잡아갔다는 기록이 있다.     

 

또 일본 에도시대인 1650년 대 대표적인 요리책 ‘요리물어’(料理物語)에 따르면 도미를 이용한 맑은 장국인 고려자(高麗煮)라는 음식 명칭이 나온다. 고려라는 이름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전래된 도미요리라는 설이 있다. 이는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도 맑고 산뜻한 도미 맛을 즐겼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도미에 갖은 고명을 얹어 익힌 것을 승기악탕((勝妓樂湯)이라고 하는 데, 이는 조선 성종 때 오랑캐를 막기 위해 의주지방에 갔던 허종이 그곳 사람들이 잔칫상에 올린 도미찜을 맛보고 붙인 이름이다. 그 맛이 기(妓)와 악(樂) 보다 좋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니 그 맛이 상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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