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도 무인 상점의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얼굴 인식 → 쇼핑 → 스캔 → 지불’
지난 9월, 홍콩의 올림피안 시티 쇼핑몰에는 새로운 형태의 팝업 스토어가 등장했다. 입장부터 결제까지 점원의 도움 없이 고객 스스로 진행하는 무인 의류 상점이다. 입장을 위해서는 매장 입구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인증해야 한다. 최초에 한번만 등록하면 재방문 시에는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얼굴을 인식하면 QR 코드가 발행되는데, 이를 스캔하면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쇼핑 후, 결제 시에는 각 상품에 붙어 있는 RFID 태그를 인식시킨 뒤 모바일 페이로 지불할 수 있다.
‘웃는 얼굴로 인증하세요!’
무인 상점을 방문한 로융홍(Lo Yung Hong · 27) 씨는 “매장 앞에서 ‘스마일 투 페이(Smile to pay)’라는 방식으로 안면 인증 후 입장했어요. 웃는 표정을 지어서 본인 인증을 하는데 매우 신기했어요. 새로운 쇼핑 경험이었죠.”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마일 투 페이는 알리바바에서 사용하는 안면 인식 서비스로 자회사인 앤트 파이낸셜과 쾅스커지라는 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무표정으로 있다가 웃는 얼굴을 하면 안면 인식을 통해 해당 사용자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고 결제를 승인한다.
‘로봇팔 바리스타가 커피 내려드려요!’
무인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 알리페이는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최신 로보틱스 기술을 선보였다. 그것은 바로 ‘로봇팔 (A robotic arm) 바리스타’가 쇼핑하는 고객들을 위해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것이다. 융홍 씨는 “로봇이 만든 커피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어요.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상점에는 의류를 비롯해 몇몇 홍콩 가수들의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결제 과정 또한 매우 편리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캐셔가 사라진 과자점’
이보다 약 일주일 앞선 9월 초, 홍콩 최초의 무인 상점이 몽콕 지역에 등장했다. 일본 과자점 오카시랜드가 점원 없는 컨셉 스토어를 한시적으로 운영한 것이다. 이 컨셉 스토어 역시 프로세스는 동일하다. 위챗 메신저로 QR 코드를 스캔하여 입장하고, 각 물품에 붙어있는 RFID 태그를 인식시킨 후 모바일 페이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매장의 각 코너에 설치된 스마트 미러는 소비자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오카시랜드는 상품의 구색이 다양하고, 소비자 선호도 반영이 재고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통업이다. 따라서 이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 무인 상점의 프로세스가 매우 적합하다.
오카시랜드는 컨셉 스토어를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미 100여개가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의 무인 편의점 스타트업 이지고(Easy-Go)와 합작하여 운영한 것이다. 무인 상점 기술에 노하우가 있는 중국의 스타트업과 많은 판매 채널을 가지고 있는 유통업이 만나 시너지를 냈다.
‘윗동네는 이미 무인 상점 전성시대’
홍콩에서는 무인 상점이 혁신적이고 신선한 등장이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비교적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인 상점에 쓰이는 기술의 활용 정도와 그 양상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무인 상점에는 크게 두 가지의 기술이 필요하다. 첫째, 상점 입장 시 인증을 위한 ‘QR 코드나 안면 인식’. 둘째, 결제를 위한 ‘모바일 페이’. 중국에서 이 두 가지 기술은 매우 보편적이다. 따라서, 확산 속도도 굉장히 빠르고 적용 가능한 상점의 종류가 다양하다. 편의점에서부터 서점, 커피숍, 호텔, 음식점까지 일상 생활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상점들이다.
유시리(刘施利 · 29) 씨는 “실제로 무인 상점은 선전 지역 내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요. 특히, 무인 편의점의 경우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죠. 주변에 무인 상점이 많다면 더욱 자주 이용했을 것”이라며, 무인 상점의 장점으로 “물건을 구입할 때 점원이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종종 부담스럽게 느껴지곤 하는데, 무인 상점은 점원이 없어도 스스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인 입장에서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선전에서는 무인 상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매우 익숙한 존재”라고 전했다.
‘요리부터 청소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는 무인 상점’
그렇다면 사람들의 일상 속에 깊게 들어온 무인 상점을 직접 체험해보자. 물론 나는 중국어를 모르는 중알못(!)이지만 다른 고객들이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어깨너머로 보고 따라해 주문에 성공했다. 우선, 총평을 하자면 매장 구석구석 고객들을 위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매장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24시간 운영되는 이 로봇 편의점은 간단한 음료, 스낵부터 가열 조리가 필요한 음식까지 판매하고 있다. 매장 입장 시 따로 얼굴 인식이나 QR 코드 스캔이 필요하진 않다.
두 번째, 여타 다른 무인 매장처럼 계산 스크린이 있다. 계산은 역시 모바일 페이로만 가능하다. 주문을 할 때, 스크린에 주문하는 사람의 얼굴이 카메라에 녹화된다.
세 번째, 결제 후 모바일 페이 영수증을 조회하면 몇 번째 기계에서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실시간 조리 과정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조리가 완료되면 로봇(!) 팔이 음식을 전달해준다.
네 번째, 식사에 필요한 일회용품이나 소스 등이 상당히 잘 구비되어 있다. 심지어 테이블 앞에는 USB 포트도 있어서 고객이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다. 테이블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면서 쓰레기를 치워주고 심지어 물로 테이블을 한번 닦아서 나온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디테일이다.
‘뜬다, 무인 상점! 연 평균 성장률 50.9%’
중국 아이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의 무인 소매 산업 규모는 약 191억위안(한화 3조1000억 원)이며, 2020년에는 약 657억위안 (한화 10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르면 연 평균이 성장률이 무려 약 50%에 이른다. 특히, 무인 편의점은 2017년 4천 위안에서 33억 위안까지 82.5배의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대기업인 알리바바, 징둥, 쑤닝 역시 무인 산업에 활발히 뛰어들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200여개의 무인 편의점을 보유한 중국의 빙고박스(Bingo Box)는 올해 말을 기준으로 약 5,000개의 박스를 더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일 평균 매출액은 2017년 6월 기준 약1000위안 (한화 16만 2천원)이다. 하루 매출액만 보면 운영이 가능할까 싶지만 한달 유지 비용을 살펴보면 납득이 간다. 중국 내 유인 편의점은 한 달 유지비가 평균 1만 5000위안 (한화 약 240만원)이고, 무인 편의점인 빙고박스의 경우 2500위안(한화 약 40만원)이 든다. 약 6배 가량 차이가 난다. 빠른 성장세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현대 기술의 축약판!’
알리바바의 마윈은 무인 상점을 두고 “오프라인 시장을 지배할 미래형 기술 혁명”이라고 언급했다. 기자 본인도 다양한 무인 상점을 체험하면서 “매체를 통해 접했던 현대 기술이 다 모여있는 축약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길거리 팜플렛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QR 코드부터 물류 분야에서 익숙하게 듣는 RFID, 나아가 안면 인식, 빅데이터, AI 등 다양한 기술이 한 매장 내에서 복합적으로 접목되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하지만, 여전히 무인화에 대한 물음표는 남아있다. 초기에 관련된 논의는 모두 기술적인 문제였다. 물건을 식별하기 위한 RFID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거나, 안면 인식 데이터 수집, 개인 정보 유출과 같은 우려였다. 그럼에도 무인 상점들은 직면한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하고 보완해 나가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하지만 현재는 서비스를 누리는 '계층'에 관련된 문제가 더 크다. 실제로 알리페이 홍콩의 팝업 스토어에서는 첫 번째 고객인 60대 여성이 셀프 결제에 익숙하지 않아 여러 번 시도하다 결국 결제를 포기하는 사례가 있었다. 홍콩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구 비율은 2030대가 평균 97% 이지만, 60대 이상에서는 35%로 급격히 감소한다. 역설적이게도 '편리를 위한 기술이 불편을 야기'한다.
중국인 유투버 유시리(刘施利 · 29) 씨는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무인 상점은 현금은 안되고 모바일 페이로만 결제가 가능해요. 또, 중국어만 제공되기에 사용자가 별도로 언어를 선택할 수 없어요. 저도 무인 상점에 대한 영상을 찍으면서 한국이나 해외에 계신 구독자 분들이 실제로 중국의 무인 상점에 방문하게 된다면 원하는 것을 구입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외국인 분들은 많이 불편할거예요.”라고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신화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약 5천 7백만 명이 중국을 방문했다. 순위로 따지더라도 세계 4위다. 중국을 방문하는 약 6천만 명이 기술에서 소외받는 것이다.
‘첫 걸음마를 뗀 홍콩의 무인 상점’
그럼에도 시민들은 무인 상점에 거는 기대가 크다. 로융홍(Lo Yung Hong · 27) 씨는 “무인 상점은 새로운 트렌드이기 때문에 분명 더 많은 무인 상점이 홍콩에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선전과 홍콩을 자주 오가는 유시리(刘施利 · 29) 씨는 “홍콩에서 결제할 때 가장 불편했던 점은 잔돈이 생긴다는 점”이라면서, “개인적으로 무인 상점을 아주 좋아해요. 평소에 사용하던 모바일 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상점이 홍콩에 많아진다면 자주 이용할 거예요.”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한 무인 상점, 앞으로의 성장세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