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오군 Jun 21. 2020

여행의 과거, 현재, 미래 이야기

<여행의 미래> 리뷰, 그리고 마이리얼트립 이야기


여행의 과거.


군 제대 후 처음 맞이하는 대학교 겨울방학 때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우연찮게도 출국일은 새해 첫날이었고, 인천에서 출발, 홍콩을 경유해서 네팔 카트만두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그 비행기는 홍콩에서 4시간 연착되었지 -_-...)  엔트리 비자를 받아서 공항을 나왔을 때 카트만두 특유의 매캐한 공기를 마시면서 느꼈던 묘한 감정이 기억나는데, 설레임과 두려움이 반반쯤 섞인 감정이었다.  지금도 머릿속에 또렷하게 그려지는 이 장면은 '해외여행'의 첫 인상으로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마이리얼트립 명함에는 원하는 공항 코드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나는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KTM)을 선택.


지금은 모바일로 항공권을 받아보는 시대가 되었지만, 놀랍게도 그 때는 수기로 쓴 항공 티켓을 가지고 갔었다. (나이 인증?) 먹지로 된 항공 티켓에 여행사 직원이 직접 탑승정보를 펜으로 적어줬는데(경유까지 비행기를 4번 타야해서 먹지 사이사이에 티켓이 4장이었음),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할 때 마다 한 장씩 뜯어서 제출하는 식으로 사용했다.  (얼마전에 회사 항공팀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더니 뻥치지 말라는 소리 들음 -_-;;;  사진 찍어 둘 걸 ㅋㅋ)


해외여행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가이드북으로 나온 책들을 많이 참고했었는데, 가이드북을 그대로 가져가면 너무 무거워서 필요한 도시 내용만 복사해서 가져가고는 그 도시 여행이 끝나면 버리곤 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훨씬 전이라서 여행에서 휴대폰을 쓰는 건 상상도 못했고, 'international call' 라는 표지판이 붙은 가게를 찾아 들어가서 분당 요금을 내고 국제전화를 하면서 집에 생존 소식을 전했다. (주인 아주머니가 통화 시간을 스탑워치로 체크함 ㅎㅎ)  새로운 도시에 들어갈 때 마다 우체국을 찾아가서는 엽서를 부쳤고, 그러면 그 엽서는 내 귀국 일정과 비슷하게(?) 한국으로 도착하곤 했다.




여행의 현재.


어쩌다보니 여행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여행의 현재'를 볼 수 있는 최전선에 있다 보니, 내가 경험한 과거의 여행들을 떠올리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경험한다.  거의 매년 해외 여행을 다녀오는데, 나갈 때마다 새로운 걸 적어도 하나는 겪게 되는 것 같다.  챙겨가는 준비물, 여행 준비를 위한 서비스, 항공과 숙박 예약방법, 현지에서의 이동이나 투어 등등... 몇 년 사이에 스스로 여행을 경험하는 방법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그것도 신경쓰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만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매년 늘어나는 출국자 수 만큼이나 사람들이 원하는 여행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고, 정보를 얻는 소스나 방식도 매년 크게 변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 회사는 트렌드를 잘 보면서 열심히 따라간다고 생각하는데, 정신차리고 둘러보면 여기저기서 새로운 서비스들이 계속 등장하고 기존의 강자들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찾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정보 기술이 도입되면서 많은 산업들이 새롭게 정의되었는데, 여행은 이제서야 그 시작점에 들어선 느낌.  IT가 여행을 얼마나, 어떤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까?  밀레니얼이 원하는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에 나름의 답을 한 책이 있다.


김다영, <여행의 미래>, 미래의창


저자인 김다영 님은 본인이 여행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면서 여행 산업에 대한 강의와 컨설팅을 하시는 분인데,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으면서 탄탄하게 구축한 전문가의 view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여행 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풀어가는 이야기들이 꽤 설득력이 있다.  (여행회사 직원도 잘 몰랐던 재미있는 사례들이 꽤 많다;;; )  특정 도메인의 인플루언서라고 할 만한 사람들 중에, 이렇게 까지 본인이 활동하는 도메인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여행업 최근 변화 트렌드 (자유여행의 증가, 호텔과 항공 업계의 변화 노력)

여행 산업에서의  인플루언서 활용 사례

여행의 미래를 바라보는 기업들


여행업 변화 트렌드는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 부분이다.  여행 서비스 만들고 있긴 하지만 주로 Product 관점에서 서비스를 바라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보니, 비즈니스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이 시장의 주요 player들이 어떤 방향의 혁신을 추구하는지... 이런 거 잘 모르고 있었는데 -_-; 막연히 느끼고 있던 여행 산업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 본인이 인플루언서로 활동했던 다양한 경험이 담긴 두 번째 파트는 좀 신기했는데...  비교적 다수의 인플루언서를 활용할 수 있는 패션이나 뷰티 업계와 달리, 상품 단가가 워낙 비싼 여행에서는 인플루언서와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기 쉽지 않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도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물론 이 책에 실린 사례에서도 인플루언서의 활동 효과를 수치화해서 설명하거나 하진 못했는데,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서의 데이터 측정이나 활용이 더 중요해질 것 같은 느낌.


마지막 분야는 약간 아쉬웠는데, 여행의 미래를 준비하는 몇몇 사례를 소개해 준 건 좋았지만... 그런 사례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여행의 미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나는 작가의 편견이 들어간 책을 좋아하다보니 이런 부분이 좀 아쉬움)  책 후반부에 여행 스타트업을 위한 짧은 제언이라던지, 미래의 여행 시장에서 떠오를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등장하긴 하지만... 책 전반부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만큼의 마무리는 없었음.




여행의 미래.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여행을 못 가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 모처럼 친구네 가족과 함께 서해안에 있는 수목원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수목원에 들어서서 녹색 정원을 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는 순간, '아 진짜 좋다' 라는 말이 육성으로 나오더라. >_<  수목원을 한바퀴 둘러보고 나서, 아무도 없는 천리포해수욕장에 들어선 아이들은 모처럼 마스크를 벗고 신나게 물놀이를 했다.  일상을 잠시 떠나서 새로운 곳에 머물면서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경험, 여행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얼른 해외여행도 정상화되었으면 ㅠ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여행 산업 자체가 굉장히 큰 타격을 받았고 (마이리얼트립도 예외는 아님 ㅠㅜ) 혹자는 기존처럼 자유롭게 여기저기로 막 여행하던 시대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여행이 사라지는 날이 올까?  글쎄다.  앞으로 여행의 양상이 달라질 거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여행이 없어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미 여행이 주는 설레임과 치유를 경험한 사람들이 너무 많고, 이건 다른 활동으로 온전히 대체할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미래의 여행은 지금과 달라지겠지만 (당연하게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그 달라지는 방향을 얼마나 잘 포착하고 미리 준비하느냐가 여행업의 next winner를 결정하는 질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이리얼트립이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녹록치 않은 외부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머지 않아 여행이 다시 정상화되고 사람들이 일상을 떠나 낯선 곳으로 떠나는 때가 오면, 그동안 누가 더 잘 준비해왔는지 알 수 있겠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같은 길을 걷는 동료들의 든든한 등을 보면서 살짝 욕심을 내어본다.


...그리고 나는 열흘 뒤면 입사 2년이 되는구만. 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인프런 그로스해킹 강의 5개월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