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일을 하고싶다는 후배들에게
대학생 때 모 영화감독이 교양수업 특강 강사로 왔던 적이 있다. Q&A 시간에 누군가가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데, 조언을 해줄 수 있냐'고 질문을 했다. 당장 감독처럼 큰 역할을 맡을 수는 없겠지만, 촬영장에서 필요한 그 어떤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할 마음이 있다고 덧붙이면서.
그 영화감독의 답변은 굉장히 실망스럽게도, "하지 마세요. 이거 진짜 힘들어요" 였다. (아니, 그 힘든 일을 당신은 하고 있잖아요...) 특강 내내 묘하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었는데, 이 대답을 듣고 나니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가 좀 더 명확해졌다. 강의 전반에 걸쳐 '이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거든. 나는 이 일을 할 만큼 대단하지만, 너는 그럴 수 없을거야' 라는 뉘앙스를 캐치했다면 나의 오해였을까.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 마다 이 일화를 떠올린다.
종종 나와 비슷한 커리어를 고민하는 후배들을 만나면 데이터분석과 그로스해킹이 얼마나 즐거운지, 열심히 설명한다. 그리고 노력하면 누구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도 꼭 덧붙인다. 데이터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아이디어를 찾고 동료들과 토론하고 서비스를 개선해나가는 일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고,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구든 공부하고 일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식같은(!) 서비스가 커 가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업이라고. 인프런 강의 마지막 세션에 강의를 마무리하는 멘트로 이걸 이야기했는데, 모처럼 그 내용을 언급한 후기를 만나서 반가웠다. 지식만큼이나 설레임과 용기를 얻어가셨길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