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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자리 Dec 19. 2017

실천하는 용기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는 삶, 그런 척하는 삶인거죠.  용기를 내보려구요.


오체투지를 순례가 끝나고 나서 2년이 됐는데

내 삶의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오체투지 전에도 물론 사회적인, 정치적인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죠. 

예전 야학생활도 그랬고 6월 민주화 항쟁도 그랬고

김대중 정권을 세우고 노무현 정권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괜찮아지겠구나 대충 그렇게 생각했었나 봐요.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광우병 촛불시위를 하고 

대운하 반대운동을 하고 그래도 사대강 공사를 강행하면서

이렇게 다시 급격히 무너지는 와중에 오체투지를 하면서는 


뭐랄까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느꼈어요. 

결국 그렇게 정권을 애써서 한번 바꿨다고 

세상이 변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절망감도 있었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질문을 갖고 순례에 임했었고, 

오체투지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잖아요. 

뭔가 중요한 걸 놓쳤구나. 싶었어요.


정말 제대로 나부터 한 사람 한 사람 

생명, 평화, 사랑에 대한 의식, 무의식이

온전히 변화하지 않으면 바꿔도 바뀌는 것이 아니었구나

전에는 나의 시선이 정치권력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나라는 인간, 내가 살아가는 생활의 뿌리부터 

더 제대로 바뀌어야 하지 않나.

내 삶부터 올바르게 정립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신앙인이라 신앙인의 자세로서 생각하게 되죠. 



뭐랄까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느꼈어요. 
결국 그렇게 정권을 애써서 한번 바꿨다고 
세상이 변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절망감도 있었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질문을 갖고 순례에 임했었고, 
오체투지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잖아요. 
뭔가 정말 중요한 걸 놓쳤구나. 싶었어요.

정말 제대로. 나부터 한 사람 한 사람 
생명, 평화, 사랑에 대해 의식, 무의식이
온전히 변화하지 않으면 바꿔도 바뀌는 것이 아니었구나

전에는 나의 시선이 정치권력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나라는 인간, 내가 살아가는 생활의 뿌리부터 
더 제대로 바뀌어야 하지 않나.
내 삶부터 올바르게 정립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뜨거운 아스팔트를 뚫고 새로운 생명이 살아갑니다.


내가 내 삶에서 온전히 변화한다는 건 어떤 건가요?


오체투지를 그렇게 하는 와중에 

대전교구에는 전에 없었던 대전교구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가 만들어졌어요. 

오체투지 하면서 교구에서 하는 사회교리 학교를 다녔죠. 

신앙인은 이 사회에서 사회인으로서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교리를 가르치는 학굔데 

거기서 1기 졸업하니까. 정평위에서 활동을 같이하자 하셔서 참여하고. 

작년엔 남편이 2기 졸업을 해서 함께 하고

본당에도 정의평화위원회가 만들어져서 저희 부부가 같이 하게 되구요.  


한 달에 한 번씩 정의평화환경미사를 준비해요. 

지난번엔 본당 소속 작은 형제회 신부님께서 

원자력과 에너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주셨는데

당신은 전문가가 아니라고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인상 깊었던 건 

우리가 지구 상에서 분에 넘치게 많은 에너지를 쓰는 사람들 중에 하나고. 

제철음식을 먹고 내 텃밭이라도 가꾸어서 소박하게 사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셨어요.

참 많이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끼리 많은 토론을 하고,  

우리도 텃밭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래서 10명만 모아서 작은 텃밭을 분양해서 해보자

이런 실천을 생각하게 되죠. 


또 진료소 봉사를 하시는 목사님께서 해외진료를 하신다고 해서 

후원이나 하지 그렇게  생각했다가 

오체투지를 끝나고 나서 목사님이 하루에 200~300명씩 환자가 오는데

약사가 없어서 약을 어떻게 나누어주어야 하는지 

간호사 혼자서 혼란스러워하더라 호소를 하셔서

그렇게 약사가 필요한 거면 제가 가겠다 자원을 했죠. 

이런 결정들도 다 실천하는 용기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예전엔 정치적으로 좀 사변적으로 생각했던 일들을 

좀더 내 삶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희망을 가지고

생활에서 조금씩 실천하는 용기가 생겼어요. 

정치적인 변화도 물론 중요하죠  정말 중요해요.

하지만 내가 내 삶 안에서 실천하고 

주변의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거 

실천해 나가는 것,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것 같아요. 


순례가 없었어도 끊임없이 이런 사회적인 관심을 가졌겠죠

그래도 이렇게 행동하는 순례는 제게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준 것 같아요. 

뜻을 같이했던 사람들이 변해가고 점점 무감각해져 가요.

종교로 말하면 세속화되는 거고 세상의 시류에 따라가는 거죠. 

젊었을 때는 그런 이상적인 생각을 했었고, 지금도 모 나쁘게 살고 있는 건 아니고

그러니 자본주의의 편안함을 누려가면서 적당히 살자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삶은 외적으로는 문제없어 보이지만 

실재로는 공허한 겉과 속이 다른 삶이고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는 삶, 그런 척하는 삶인 거죠. 

그런 척만 하면 안 되는 거구나 

작은 일이라도 하나하나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환경에 대해서, 생명에 대해서, 평화에 대해서 

옛날 같으면 내 소신은 이 정도라고 말하고 말았던 것을

이젠 구체적으로 해보고 싶고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해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어요.



뜻을 같이했던 사람들이 변해가고 점점 무감각해져 가요.
종교로 말하면 세속화되는 거고 세상의 시류에 따라가는 거죠. 
젊었을 때는 그런 이상적인 생각을 했었고,
지금도 모 나쁘게 살고 있는 건 아니고
그러니 자본주의의 편안함을 누려가면서
적당히 살자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삶은 외적으로는 문제없어 보이지만 
실재로는 공허한 겉과 속이 다른 삶이고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는 삶, 그런 척하는 삶인 거죠. 

그런 척만 하면 안 되는 거구나 
작은 일이라도 하나하나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환경에 대해서, 생명에 대해서, 평화에 대해서 
옛날 같으면 내 소신은 이 정도라고 말하고 말았던 것을
이젠 구체적으로 해보고 싶고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해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어요.


함께 같이 조금이라도 내가 해볼 용기를 내는 것.  이게 회개(悔改)라고 생각해요.




종교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회개하는 삶인 것 같아요. 

생명 평화 사람 이게 다 종교적으로는 

더 본질적으로 하느님의 본성으로 돌아가고

신의 뜻을 받들어 사는 거고, 

그것이 내 본성의 모습으로 사는 거죠.

위선적인 포장된 삶이 아니라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그것이 회개하는 삶 아닐까요.


내 안에 좋은 삶, 선한 일에 대해 생각이 있었지만 

내가 구체적으로 움직이고 해야 한다고 용기를 내는 것은 쉽지 않았죠.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보니까, 또 문이 열려요. 

저 혼자만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하느님이 또 제 의지에 길을 열어주시는 거라 생각해요.

다행히 제가 캄보디아 봉사를 다녀올 동안 도와주실 약사 분도 만나게 됐구요. 

그분은 개신교 신자신데 다녀오라고 흔쾌히 맡아주신다고 해주시고, 

사람이 용기를 내서 본성으로 돌아가고자 실천하려고 하면

하느님도 길을 열어주시는구나 그런 경험을 해요.

그렇게 아주 어려웠던 건 아니었구나. 




"예" 하고 선택해야 할 때 

     2008년 9월 28일 일요일 연중 제26주일 

            에제키엘 18,25-28 
            필리피서 2,1-11<또는 2,1-5> 
            마태복음 21,28-32 


평화동 성당이 있는 전주 가까이까지 왔습니다. 
기막힙니다. 놀랍습니다. 감사합니다.  
그토록 느리고 느려 터져도, 걷는 게 아니라 그냥 사지로 기고 기어가는 것일 지어도, 
미약하고 작기만 한 움직임일지어도, 가면 되는군요. 멈추지 않으면 되는군요.  
그 한 점 한 점의 움직임이 이토록 긴 길을 낼 수 있었습니다.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저희 순례단 진행팀에 마웅저라는 이름의 버마 청년이 있습니다. 
고국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죽음을 피해 1994년에 한국으로 피신해왔습니다. 
2000년부터 한국정부로부터 법원으로부터 난민 지위, 
즉 정치적 망명이라는 걸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9월 25일에 대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입니다. 


낯설디 낯선 이 땅에서 그동안 얼마나 서럽고 힘들었겠습니까.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절망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계속해서 움직이고, 길 없는 곳에 길을 만들어가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끈질김과 인내와 의지로 일궈낸 결실입니다. 


우리의 삶이 진정함과 진실함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마웅저 씨는 잘 가르쳐줍니다. 
고된 여정 속에서도 평화로움과 소박함,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고 있는 그의 길이 바로 
순례자의 길입니다. 
그의 삶 자체가 바로 오체투지 순례길입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해도 여전히 앞날이 험하고 고국을 떠난 자의 슬픔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도 다시 희망할 수 있고 평화의 길을 가는 여정에 이정표를 찍었다는 것이, 
그 소식을 우리 순례길에 만났다는 것이 더더욱 특별한 의미와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우리 모두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주는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하고 싶습니다. 그 길에 있는 그가 그저 고맙습니다.


이번 주는 날씨 변화가 참 심했습니다. 
그러나 햇살이 폭염으로 내리꽂힌들 어쩌겠습니까. 
비가 쏟아지고, 몸을 눕혀야 할 길이 질척인들 어쩌겠습니까. 
찬바람까지 불며 젖은 몸을 파고든들 어쩌겠습니까. 


들판 곡식들에 생기가 돌고 농부들이 시름을 잊는 것에 기뻐합니다. 
아스팔트 먼지가 씻겨나가니 엎드려 숨쉬기가 편안하고, 
목욕하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나뭇잎을 보는 것도 좋고, 
동해바다처럼 깊고 푸르게 된 하늘 속으로 몸을 던지듯 가는 것도 좋습니다. 


어깨에 두른 모포 한 장이 예수님 위로의 손길 같고 부처님 자비 같고, 
따뜻한 물 한 모금이 천국입니다.  
조용히 와서 손 잡아주고 안아주는 순례자들 얼굴이 더욱 크게 보이고,  
그들의 착한 눈물과 웃음이 더욱 가슴에 꽂힙니다. 


비를 피하고 바람을 피하고 더위를 피하고 추위를 피하고 
그렇게 해서는 갈 수가 없는 길입니다. 
영악하고 타산하고 마른자리 찾으면서는 결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가야할 길은 그저 가야하는 것입니다.  
이번 주일 묵상에서는 입으로만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하는 척 하는 사람과, 
부정적인 마음을 바꾸어 하느님 부르심에 “예” 하고 응답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 얘기가 나옵니다.
우리 삶은 하느님 부르심에 대한 반응과 반응, 응답과 응답으로 이루어집니다. 
매 순간 우리는 우리의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한 점 한 점의 선택에 마음을 다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한걸음 한걸음의 선하고 의로운 선택이 생명의 길, 평화의 길, 정의의 광장을 만들고 
한 번 한 번의 정성스러운 절이 마침내 신 앞에 이르게 할 것입니다. 


어렵고 힘들어도 절망하지 말고, 탓하지 말고, 상황에 눌리지 맙시다. 
먼저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진리와 진실 앞에 “예” 하고 바꾸어 열심히 끈기 있게 나아가며, 
어떤 조건에서도 기쁨과 희망을 맛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생활 속 순례와 기도, 오체투지의 길을 내어가시기 바랍니다.  



길 위에서
문규현 바오로 신부

오체투지 진행팀에서 함께 해주신 마웅저님 2008년 순례길에서 난민지위를 인정 받으셨고 

한국에서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셨으며 2013년 다시 버마로 돌아가 

현재 버마의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운동 '따비에' 에 헌신하고 계십니다. 

2016년 올해의 필란트로피스트상을 받으셨고 한국과 버마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게속 이어집니다)

_______________


대전의 이 시희, 이 경민 부부는 2차 오체투지때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마지막 임진각까지 매 주일마다

오체투지 수행으로 함께 해주셨습니다.

보내주신 따뜻한 사랑과 정성 늘 기억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로 만나서 좋았죠.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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