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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자리 Apr 04. 2019

자해. 살고 싶은 이들의 은밀한 용기

이렇게라도 숨을 쉬고 싶은 사람들. 



이러다 잘못 그으면 진짜 큰일 난다 너...

상처가 퉁퉁 불어 오른 손목을 바라보며 사정하는 내게
그녀는 언제나처럼 피식 웃어 보였다.
별일이 아니라는 듯. 

손목이 뭔 죄야 너한테 매번 칼을 맞게. 
퍼렇게 부어오르잖아. 이거 봐... 

그러게요. 쫌 안되긴 했어요. 그죠.
그니까.

근데... 칼을 대고 피가 나고... 그걸 보고 있음...
좀 나아져요. 마음이.



당황스러운 말. 자해가 위로가 된다.

초보상담자였을땐 이 느낌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혼자. 그 무서운 행위를 하고 침착하게 닦고 다시 약을 바르고 붕대를 묶는...

그리고 죽은 듯 평온해진다는 그 느낌.


그녀는 어떤 세상을 살아 자해로 위로를 받는 걸까.

세상에 그를 위로해줄 것들이 얼마나 없었으면 

얼마나 말할 곳이 없었으면 

깊은 밤. 혼자. 그런 탈출과 해방을 꿈꾸게 되는 걸까. 


학원, 성적, 대인관계, 가족 간의 갈등, 너무나 먼꿈. 답답한 일상

뻔한 지시와 통제, 그리고 한계가 느껴지는 나...


그 복잡한 모든 것들을 잊고

마치 죽은 듯... 조용히

이제사 숨을 쉬는 것 같다고


수많은 아이들이 자해 사진을 올리고 이야기를 나눈다.

뭐하는 짓인가. 왜들 저러나. 

놀란 마음을 천천히 한 번은 내려두고...


왜 아이들이 자해로 막막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지.

다시 우리를 돌아보아야 하는 건 아닌지.


좀 더 멋있어보이는,
지금과는 다른 그 어떤 모습이 되라고 말하는 그 이전에

지금도 참 좋다고. 이대로도. 당신과 함께 있는 지금이 좋다고.

충분하다고. 감사한 일이라고. 

사람의 마음이 위로가 되어주는 기억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말

우리가 전하고픈 마음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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