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대리 Dec 14. 2020

내 잘못은 무엇인가

- 일하는 티를 내지 못한 것이 문제였나 보다


언제부터인가 무의식적으로 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때가 있었다.


그 질문의 끝에는 늘 내가 회사에 무엇을 잘못했을까라는 질문이 자리했다.


"잘못했긴 뭘 잘못해. 그런 거 없어.

우리가 한 잘못이라고는 우리가 여기에서 일하는 거,

그리고 그들보다 늦게 들어온 것뿐이야."


나의 질문에 김대리가 대답했다.


내가 회사의 방침에 불만을 가지게 되고 회사가 나에 대해 했던 행동들을 곱씹을 때마다 나는 되도록이면 객관적인 시선을 가져보고자 노력했다.


누군가는 내가 알지 못한 나의 잘못을 인식할 수 있을 수도 있을 테니까..






"야, 건어물녀 업무 수치가 이게 뭐냐

이번에는 좀 더 신경 써서 하지."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하라는 거야?"


"아니 티를 좀 더 내라는 거지.

지금 다들 연말이라 일한 티 내려고 난리인데."


업무 관련 얘기를 나누다 입사 동기 녀석이 얘기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괜스레 욱하는 마음에 더 힘이 들어간 손목 스냅으로 타자를 힘차게 두드렸다.


"그럼 다들 그렇게 일한 티 내라고 해.

난 편히 일할 테니."


"에휴~

고생해라."


나의 날카로운 답글에 동기 녀석이 한숨 섞인 메시지가 금방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마음속에서 겨우 잠재웠던 커다란 불길이 확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 동기의 평소답지 않은 오지랖이 나를 향한 비난이나 독설이 아닌 애정 어린 조언이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입사 때부터 에이스라 불리며 이래저래 윗 상사들로부터 이쁨을 받던 동기라 이미 팀장이라는 타이틀을 단 지 여러 해였기 때에 아직도 승진의 문턱에 걸려 허둥대고 있는 가 안타까웠을 것이다.


그러니 인사철을 맞이하여 그 녀석 답지 않은 오지랖을 한 번쯤 부려본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 동기의 애정 어린 오지랖에 자격지심이 가득 서린 날카로운 대답을 토해냈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그저 한숨 섞인 수고해라는 메시지만을 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고 있는 나로서는 이미 꼬일 대로 꼬인 것인지 마음속에 가득 차버린 자격지심 때문이었는지 그 동기가 내뱉은 일한 티를 내라는 말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어쩜 내가 그토록 찾으려 했던 내 잘못이 그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