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유튜브를 시작하면 모두 머지않아 실버 버튼을 받는 꿈을 꾸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일주일에 영상 하나 올리는 것도 힘들어하다가 몇 개월 버티지 못하고 포기한다.
소위 알고리즘으로 떡상 했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떡상한 사람이라 생각되던 사람들이 알고 보면 수년 전부터 열심히 시행착오를 거치고 채널을 뒤집어엎고 다시 만들고 등의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즉, 빙산의 외부만 보고 아래에 오랜 기간 누적된 내공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나도 유튜브를 시작할 때 큰 착각을 했다. 나는 이미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이미 라이카 주제로 잘 알려진 블로그고 일방문자도 꽤 있으니 YouTube 채널을 운영하면 금방 가입자가 늘 거라 생각했다.
이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몇 달 지나지 않아 현실을 알게 되었다. 가입자는 정말 늘지 않았다. 그냥 블로그에 집중해 볼까란 생각도 수십 번도 더 했지만, 유튜브 채널이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말 꾸역꾸역 운영해왔다. 처음에는 격주에 하나, 한 달에 하나 등 불규칙적으로 영상을 올렸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영상을 만들고 편집해서 매번 올리는 건 너무 힘들었다.
라이카 주제만으로 운영하다, 간신히 1000명이 넘었다. 이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1000명에서 2000명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반면 나를 제외한 다른 유튜브 채널은 1000명 이상이 되면 금방 몇천 명으로 성장하는 느낌이었다. 라이카 콘텐츠의 한계일까?
그간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어찌어찌해서 2,000명 초반까지 채널이 성장했다. 신기하게도 길거리나 온라인 포럼 등에서 내 유튜브를 구독하고 있다면 먼저 다가와 인사하는 분들이 늘기 시작했다. 채널 규모로 보았을 땐 보잘것없지만, 은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이제 욕심이 생겼다. 그래 적어도 채널 운영을 하기로 맘먹었으니,좀 더 적극적으로 해 보자. 콘텐츠도 라이카에서 내가 영상을 촬영할 때 주력으로 사용하는 소니 카메라 및 렌즈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그리고 빈도도 늘렸다. 매주 3회. 영상 1회 찍는 것도 무척 힘들었지만, 3회를 찍으니 죽을 맛이다.
콘텐츠에 적극 투자하기로 하고, 최근 장비를 어마어마하게 구매했다. 몇 년 구매할 장비를 한꺼번에 다 구매한 느낌이다.
그랬더니 반응이 있다. 이제 몇 달 전에 비해 성장 속도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가입자를 보니 2702명이다. 이 가입자 중 얼마나 내 채널에 진심인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로열티 있는 구독자든 아니든 가리지 않고 일단 채널을 성장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재미있는 현상이 최근 몇 주 벌어지기 시작했다.
새벽반, 원하지 않는 조언들...
다른 유튜버의 말이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새벽반이라고 칭한다. 이들은 은근 부지런하다. 영상을 올리면 거의 바로 악플을 단다. 이뿐 아니다.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주는 사람도 있지만, 원치 않는 조언을 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내 영상의 특징은 진리를 소개하는 채널이 아니라, 내 사용자 경험에 대한 소개를 소개하는 채널인데, 내가 경험한 내용이 틀렸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내가 직접 사용해서 느낀 점인데..
과거에도 가끔 악플을 다는 사람이 있었지만, 최근 채널이 갑자기 이전보다 빠르게 성장하며 이런류의 댓글이 급속도로 많아졌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은 콘텐츠를 만들지도 않으면서 타인의 콘텐츠에 지적질만 하고 다닌다. 누가 등떠민것도 아닌데 참 일심히 보며 영상마다 악플을 남기는 사람도 있다. 보기 싫으면 안보면 될텐데 말이다. 참 씁쓸하다.
누군가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새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무섭다고도 한다. 나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살짝 의기소침해졌다. 그러지 않기도 다짐하고 채널을 오픈한건데 말이다.
난 YouTube 에서 정말 많은 도움과 영감을 받았다. 내가 상업사진을 하는데 필요한 모든 스킬은 모두 해외 유튜버들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나 또한 유튜브 커뮤니티에 영감을 주고 싶었다. 나처럼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진리' 가 아니라, 나의 경험을 공유하며 말이다. THE WAY 가 아니라, MY WAY 를 소개하면 분명 다른 사람이 영감을 받아, 그들만의 WAY를 만들 것이다. 내가 그랬듯 말이다.
요 며칠 악플, 지나친 댓글 등을 보며 잠시 내가 누굴 위해 채널을 성장하려고 할까 란 생각을 하다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내 채널을 성장시키고 싶은 욕심은 분명 있다. 좀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그건 내가 다른 유튜버에게 많은 영감을 받아 성장했듯, 나와 같이 영감의 소스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일이다. 그리고 또 나를 위한 일이다.
아마 채널이 더욱 성장하면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악플, 새벽반 친구들(?)을 만날 것이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자 기왕 적극적으로 투자도 하고 힘들게 영상 콘텐츠도 만들고 있으니 채널이 팍팍~ 성장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