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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여행, 여행 사진을 기록할 것인가?

여행 사진은 나의 시선의 표현

by Allan Kim

요즘 내 스위스 여행 사진을 보고, 스위스 여행을 같은 루트로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 혹은 같은 카메라 선택하고 싶어 스위스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들의 카메라 구성에 대해서 질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스위스는 다른 유럽 지역에 비해 여행자가 많지는 않지만,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대체로 사진을 취미로 찍는 사람이 많은 편인 듯 보인다.

여행 사진, 참 어려운 듯 쉬운 듯.

그런데, 막상 여행을 다녀오면 참 아쉬운 사진이 많다. 현지에서는 다 사진으로 담고 싶었는데, 다녀와서 보면 뭔가 정보를 전달하는 기록사진처럼 보이는 사진 일색이다.

이런 느낌을 피하려면 어떻게 사진 찍는 것이 좋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는 '시선'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시선을 따라 사진을 찍는 건 비단 여행 사진뿐 아니라, 모든 사진에서 공통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유독 여행지는 모든 걸 눈에 담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마음이 닿는 대로 기록하는 사진이 더욱 많아지기 마련이다.

시선을 따라 찍는 사진은 일단, 넓게 담기보다는 내가 바라보는 시선을 좁게 잘라서 담아내는 것이 유리하다. 프레임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으면 내 시선을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50mm 이상 화각을 추천한다.)

풍경 사진도 그렇다.

멀리서 걸어오면서 앞에 보인 알프스 산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산이 주인공이에 산만 깔끔하게 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아주 완만한 언덕 위로 솟은 산이 나에게 더욱 매력 있게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 산만 담았다면 산을 홍보하는 브로셔에 나올법한 정보 전달 사진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언덕 위로 솟은 산을 찍은 위 사진이 더 좋다.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장면은 나와 눈싸움을 하는 듯한 장면이었다. 바짝 엎드려 눈싸움을 하길래 나도 카메라 렌즈로 눈싸움 도전장을 받아들였다. 한동안 바라보다 눈매가 가장 날카로워 보이는 순간 셔터를 눌렀다.

그냥 평화로운 장면을 담은 사진보다 난 이 사진이 더욱 맘에 든다.

에스컬레이터, 기차, 도시의 조명 이런 요소가 무척 맘에 들었다. 그런데, 이 요소만 찍으면 뭔가 아쉬울 듯. 조금 특이한 동작을 한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마치 정지한 듯 서 있는 남성이 나를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뭔가 깔끔하고 멋스럽고 친절한 현지 일들. 하지만 평소 현지인들의 일상 모습에는 약간 긴장된 느낌도 느껴졌던 취리히 도심 풍경.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던 감정을 이 남성을 통해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내가 상상하던 순백의 빙하. 하지만, 실제는 이런 순백의 빙하는 알프스 산 위에서는 (특히 여름에) 찾기 어려웠다. 산 위에 있던 만년설은 녹아서 거의 없었고 흙과 돌 부스러기가 범벅이 되어 순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내가 상상 속에서 그리던 순백의 빙하를 담고 싶었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다. 자연상태의 것을 인간이 관광하기 좋게 터널을 만들며 관리한 것이니 인공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래도 자연상태 그대로였다면 이렇게 순백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을 듯.


나의 마음과 시선을 표현한 빙하 사진이다.

스위스의 상징과도 같은 기차.

플랫폼에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과 빈 의자를 담아 보았다. 이런 대비를 통해 내가 바라본 기차를 내 시선으로 담은 사진이다.

취리히 도심의 풍경이 보이는 산에서 1박을 하며 산 위에서 찍은 사진이다. 산을 일부 끼고 어두운 산과 밝은 도심을 담아 보았다. 전경(어두운 산)이 없었다면 그냥 드론 샷 같은 도심의 풍경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여긴 스위스니까. 스위스 하면 알프스 산이 연상되니까, 내가 바라본 시선은 조금이라도 산을 하나의 Layer로 넣고 싶었다.

종종 내 시선으로 바라본 사진을 보고 현지에 처음 방문한 사람은 내가 본 장면과 다른 장면에 놀라곤 한다. 실제 현실은 이렇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현상을 자아내는 사진이 좋은 여행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보고 현장에 도착했는데, 같은 느낌이 든다면 그건 정보를 전달한 사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내 여행 사진에는 나의 이야기 나의 시선이 담겨야 한다.

그리고 내 사진을 보는 독자는 내 시선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게 된다.


인스타그램이나, 여행 인플루언서 사진을 보고 핫플레이스에서 인증 사진 찍는 여행 말고 이제 '나의' 여행을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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