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 2-8] 판테온
판테온의 위치는 로마 유적들 중심에 위치해서 어느 관광지에 있더라도 보러 가기 쉽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다음 목적지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들렸다. 공짜고, 입장 시간 소요가 적다는 점도 있지만 판테온은 어쩌면 로마를 대표하는 상징적이고 미스터리한 건물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판테온은 서기 126년에 완공된 약 43미터 높이의 '모든 신을 모시는 신전' 이라는 뜻의 신전이다. 카톨릭의 성지 바티칸이 있는 로마에서 유일신이 아닌 '모든 신'을 모시는 신전이 있는 것이 어쩌면 아이러니하다. 여러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예수가 태어나기 전 혹은 예수가 유일신으로 선출되기 전의 (출처 : 다빈치 코드) 로마 시대 상황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일지도 모른다. 이런 내용은 다른 이탈리아 건물에서도 나타나기도한다.
판테온 앞에 설 때마다 압도 당하는 기분이 든다. 정말 신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은 높이와 웅장함에 정신을 가다듬고 입구 방향에 있는 분수대에 앉아 판테온의 형태를 천천히 맛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는 매끈하고 굻고 긴 기둥이다. 이미 2000년도 전에 저런 돌을 구하고 다듬어서 만들었다는 상상만 해봐도 얼마나 대단한 건물인지 알 수 있다. 더군다나 현존하는 어떤 로마 건물들 보다 보존이 잘 되어 있어서 놀랄 따름이다.
기둥을 아래에서 위로 쭉 훑다가 기둥 가장 위에 조각되어 있는 식물에 눈이 도달하는 순간 소름이 돋기도 한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기둥들 위에 적혀 있는 글이 있다. “M·AGRIPPA·L·F·COS·TERTIVM·FECIT”. 검색해보니까 그냥 “루시우스의 아들인 마르쿠스 아그리파가 세 번째 집정관 임기에 만들었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글자 폰트는 현대에 와서 까지도 계속 언급될 정도로 유명하다.
판테온 안으로 들어가면 지금까지 로마에서 불편했던 모든 답답함들이 뻥 하니 뚤리는 기분이 든다. 교회 내부의 직사각형의 느낌과 달리 원형으로 되어 있는 내부 안으로 돔 천장에 뜷어있는 구멍과 그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에 눈길이 자동으로 끌린다. 자연스럽게 저 구멍으로 비가 들어오면 그 물들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했다. 바닥을 살펴보니 작은 구멍들이 있는데 그 곳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듯 하다.
입구에서 왼쪽 방향으로 돌면 왕의 무덤들이 나오는데 입구가 6시 방향이라고 가정하면 9시 반 방향에 라파엘로 무덤이 있다. 무덤 위에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석상이 있고 그 아래에 그가 묻혀있는데 그것만 보면 별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가 죽은 나이를 생각해보고, 르네상스 3대 천재가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돌무덤 안에 잠들어 있다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도 이 판테온의 느낌은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