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지 않은 외톨이.
외톨이가 되는 것이 싫었다.
혼자 밥 먹기가 싫어, 끼니를 거르기도 하고
혼자 걷는 길이 싫어,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내 지인에게 전화을 걸기도 하고
혼자 보내는 주말이 싫어, 친구의 쇼핑을 따라나서기도 했다.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꼼꼼하게 약속을 잡고 계획을 짰던 이는 어디갔는지,
지금 여기,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모호한 경계속에서 축 처진 어깨로 퇴근길을 걸어가는 이가 있다.
나는 어느새 외톨이가 되었다.
혼자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혼자 걷는 길이 익숙해졌다.
외톨이가 되고 나니,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외톨이가 된다는 것.
온전히 나에게 주어지는 사색의 시간들이며,
그 사색의 시간들을 거치고 또 거치고.
그리고 서른이 되어서야 깨닫는 것들.
나는 생각보다 말이 없는 사람이라는 거
어느 누구의 노랫말처럼, 소중한 건 옆에 있다는 거
그때의 행동과 말들이 어리석었다는 거
한 번만 더 생각해봤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는 거
무엇보다, 외톨이가 되어보니
외톨이가 아니었던 그때보다
고독하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