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바라는 조용한 마을인데다, 차도를 따라 걸어서인지 사람 구경을 못했다. 이따금 차들만 몇 대 지나갈 뿐이었다.
그렇게 길을 걷는데 50미터쯤 거리에 팻말을 든 청년이 눈에 띄었다. 한눈에 봐도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나가사키로 갑니다’라고 써 있었다. 이런 시골에 나 말고 또 다른 여행자가 있다는 마음에 동질감이 생겼다.
“히치하이킹 해요? 잘 안 잡힐텐데.”
“네, 지금 한시간째예요.”
청년은 여유있는 미소로 답했다. 반가운 마음에 통성명을 했다.
이름은 조지, 영국 출신. 이 청년은 홋카이도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한 달간 휴가라 홋카이도에서부터 규슈까지 일본을 종단하고 있단다. 최남단을 찍고 이제 다시 올라가는 중이라고.
돈을 아껴야 해서 이동할 때는 히치하이킹을 많이 시도하고, 잠도 여행지에서 사귄 친구들 집에서 잘 때가 많다고 했다.
“오늘 구마모토에서 건너왔어요. 나가사키 가려고요. 당신 여행 일정은 어때요?”
“전 오늘 구마모토 다녀오려구요. 여행이 3일밖에 안 돼요.”
“3일이요? 너무 짧은데!”
얘기를 하고 있는데, 회색 박스카가 멈춰섰다. 조지와 얘기를 나누더니 조금 더 가서 멈춰섰다.
“저분이 나가사키까지 태워준다네요.”
“운이 좋네요. 축하해요.”
그는 배낭 세 개를 짊어지고 차에 탔다.
“즐거운 여행 돼요.”
한 달의 여행이라. 멀어져가는 승용차를 부러운 마음으로 쳐다봤다. 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려고 온 곳에서 여행에 동경은 오히려 더 커진 것 같았다.
조금은 복잡해진 마음을 다잡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