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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킥 Jan 07. 2016

딴길로 샌 히치하이킹

“이거 나루토 OST예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예요.”

스테레오에선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 나왔다. 준페이의 승용차는 구마모토 시골길을 달렸다(그 청년의 이름은 모르지만, 편의상 준페이라 부르자).


준페이 차를 얻어 타게 된 것은 페리 안에서부터였다. 페리가 구마모토항에 닿을 즈음, 나는 1층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출발 준비를 하는 차들을 보자 문든 차를 얻어 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돈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었고, 시마바라에서 조지가 히치하이킹에 성공한 데 용기가 났다.

마침 준페이가 차를 타기 위해 객실에서 내려왔다.


“정말 죄송한데요, 혹시 구마모토역까지 태워주실 수 있으세요?”

“아, 제가 구마모토역으로 가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정도면 다른 차를 알아보거나 해야 할 텐데, 나는 계속 물었다.

“그럼 이 근처 버스정류장까지만이라도 태워 주시겠어요?”


사실 나가사키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구마모토항만 도착하면 바로 구마모토 시내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지도 어플 맵스미로 확인하니 구마모토항에서 구마모토역까지는 버스를 타고 20분은 가야하는 거리였다. 또 막상 항구를 보니 어디에 버스정류장이 있는지도 막막했다.


다행이 준페이는 오케이했다. 배가 항구에 닿고 준페이의 경차도 출발했다. 처음엔 버스정류소까지만 가려고 했지만, 준페이 집 근처 역에서 전철을 타기로 계획을 바꿨다.


준페이는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세 청년이었다. 처음엔 나이가 무척 어려 놀랐지만, 다시 보니 아직 얼굴에 앳됨이 남아 있었다. 집은 구마모토 시내에서 떨어진 이토역 인근 시골 마을이지만, 취업을 나가사키로 했다. 그래서 평일엔 나가사키에서 일하다가 주말마다 가족들을 보러 구마모토로 온다고 했다.


얘기 중간중간 맵스미 어플로 위치를 확인하니, 이토역은 아예 구마모토 방향이 아니었다. 구마모토는 북쪽으로 가야 하는데 준페이의 집은 동쪽에 있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생전 처음 온 시골에 내려 버스를 찾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 그대로 이토역까지 가기로 했다. 히치하이킹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이 무라(마을)는 무척 예쁘네요.”

“일본에선 마을을 ‘마치’라고 불러요.”

실제로 차로 구석구석 둘러보는 이토역 인근 마을은 무척 예뻤다. 전철 안에서 보는 풍경과는 또 다른 구석이 있었다.


30여분을 달려 이토역에 도착했다. 몇 번이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준페이는 마지막에 “구마모토는 고쿠테이라멘과 물이 맛있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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