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참 기행-군만두와 회전초밥과 바나나롤> 조회수 1000건 돌파”
며칠 전 휴대폰에 브런치 앱 공지가 떴다. 이 매거진은 지난 2월 연재를 끝냈지만 틈틈이 여러 사람들이 읽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매거진을 독자들에게 인사도 없이 끝낸 게 때때로 아쉬웠던터라 이참에 에필로그를 써 본다.
<나가사키 짬내서 뽕뽑기> 통계를 보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2016년 7월 27일 기준 <야참 기행>편은 조회수 1032건이지만, 방문이 가장 적은 에피소드는 조회수가 49건에 불과해 선호도 차이가 20배를 넘었다.
최저 조회수 글은 내가 가장 공부를 많이 하고 쓴 <진짜 ‘설계’는 나가사키에 있었다>였다. 나가사키 여행 마지막 날 방문한 가메야마샤추를 중심으로 사카모토 료마에 대해 쓴 글이다. 역사 서술 중심이다보니 현장감이 떨어졌던 모양이다.
애초 <나가사키 짬내서 뽕뽑기>는 나가사키와 구마모토에서 겪었던 일들을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처럼 구체적이면서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자 시작됐다. 국내에 출간된 그의 소설 중에선 <나오미와 가나코>를 빼고는 전부 읽었을 정도로 그의 팬인 탓이다. 직접적인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대신, 생생한 묘사를 통해 감동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 취지에서 친구와의 카톡,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여행에서 생긴 실수 등을 여행기 곳곳에 넣었다. 그러다 매거진 막판에 여행기인 만큼 정보도 풍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지막 에피소드 몇 개는 글의 결이 확 달라졌다.
데지마에 대한 이야기도 <막부의 무역특구 데지마, 투자 수익률은?>으로 경제지 기사처럼 썼지만, 애초엔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 중심이었다.
데지마에서 낯이 익은 백인과 마주쳤다. 전날 시마바라에서 마주친 조지였다(‘영국에서 온 히치하이커’편 참고). 어제 나는 구마모토를 가기 위해 바다를 건널 참이었고, 그는 배를 타고 와 나가사키로 가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었다.
“아 참”
조지의 얼굴엔 웃음이 머금어져 있었다.
“어제 나 태워 준 아저씨, 게이였어요.”
“네?”
“차 타고 가고 있는데 나보고 마음에 든다면서 어필하더라구요.”
그 아저씨라면 나도 짐 싣는 걸 도우면서 잠깐 봤다. 평범한 회사원처럼 생긴 키가 작고 약간 통통한 남성이었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요?”
“나는 게이가 아니라고 했죠. 하지만 그뿐 괜찮았어요.”
그와 한국인들의 동성애에 대한 태도와 앞으로의 여행 계획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저는 오늘 한국으로 돌아가요.”
“정말 짧네요. 좋은 여행돼요.”
이 히치하이커를 100㎞ 떨어진 데지마에서 다시 만난거나, 여행 첫날 한국 여행객 3인방을 나카무라 식당에서 다시 만난 거나 인연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쩌면 여행객이 여행지에서 찾는 곳이 결국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후략)
확실히 에피소드 중심이 더 잘 읽히긴 한다. 다음 여행기는 정보를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겠다.
나가사키 여행은 고작 2박3일. 짧은 여정이지만 여운은 오래 가고 있다. 여행 중 만난 귤 누나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만났었고, 회사 당직을 서다 TV에 나온 시마바라 모습을 보고 여행을 떠올리기도 했다. 지진으로 구마모토성이 무너지고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땐 ‘남’이 아닌 나의 영역에서 걱정을 했고, 이따끔 활달한 영국 청년 조지의 페이스북을 보는 즐거움도 누리고 있다.
그리고 여운이 더 오래 지속되는 데에는 이 여정을 여행기로 정리한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나 자신은 물론 만족하지만 이 여행기를 읽는 누군가들에게도 작은 즐거움을 주었길. 이 글을 읽어준 브런치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바나나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