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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이상 Dec 02. 2021

11월의 문의 : 고민의 하이웨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하기 시작한게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걱정도 고민도 없었던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으로 비춰지길 반기게 된 것처럼 그런 말을 많이 쓰게 되었다. 말이 힘이 되었는지 실제로 인생에도, 그리고 일상에도 고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오게 되었다.


Photo by JOHN TOWNER on Unsplash


2021년 11월, 어땠는가?

길었다. 사람은 새로운 걸 많이 경험했을 때 시간을 길게 느끼는 것 같다. 매일 똑같은 루틴한 일상을 살아가면 시간이 무척 빨리 간다. 직장생활이 길어지고 익숙한 경험이 쌓일 수록 주말이 가까워지고, 계절이 빨리 바뀐다. 하지만 삶에 새로운 것들을 배치하는 순간, 삶이 길어지고 또 다양한 경험들로 두께가 생긴다. 이건 경험의 두께에 대한 이야기이지, 호불호나 선악에 대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게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말이다. 새롭게 찾아오는 순간들이 나에게 어떤 식으로 소화될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래도 전체적인 총평을 하자면?

힘들어서 의미가 있었고, 벌려놓은 것이 많아 수습해야할 것도 많다. 뭐, 이미 지난 다음에서야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제서야 11월이 지났다는 것이 내심 빡세기도 하고, 벌써 12월이 왔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나는 늘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더 좋아하는 겨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1년을 겨울만 보며 살아왔기 때문에, 이 계절에 좋아하는 것을 배치해놓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불안에 쌓이게 되는데, 지금 이상한 기분을 많이 느끼고 있다. 나는 누군가에 필요한 존재이면서, 또 우뚝 서지 못한 채로 남아있는 것 같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냥 쏟아내면서, 그렇게 흘러간다.


변한 것이 있다면?

변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 같은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애매한 말이지만, 그게 좀 그렇다. 지금까지는 이미 변화의 지점을 통과했다고 생각했다. 변화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하고 과정에 놓여있어야 하는 개념이라, 삶에 어디에 명확한 자리를 배치해두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느껴지는 감각은 있기 마련이다. 아, 방금 지나갔다. 아, 당장 찾아오겠다, 같은 감각 말이다. 나는 올해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을 했고 새로운 방식의 일들을 시작하고 실험하고 있다. 그래서 변화의 과정이고, 큰 변화는 지나갔으며 현재는 변화를 유지한 채, 이 방식이 나에게 맞는지 재보는 과정일거라고 지레 짐작했다. 잘 뭣도 모르면서 말이다. 아직 반년도 미처 지나지 못했으면서 뭔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난다. 최근 들었던 말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곱씹게 되는 말이다. 나는 아직도 노력이 부족했고, 사건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계속 사건을 마주할 것이다. 그리고 태도로서 이겨내고, 스스로 받아들이며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변화의 과정에 놓이기 위해 애쓸 것이다. 이건 약속이 아니라 다짐이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수정하면 된다. 최근에 들었던 말 중에, 아무리 오래되고 지난 약속이라도 포기하면 약속을 어긴 것이 되지만, 지키기 위한 마음을 먹으면 아직 약속을 지키는 중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게 아닌가, 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기만적인 말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삶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변모하여 기회를 연장시킬 수 있는 말일 수도 있다. 세상은 자꾸 좁아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좁은 세상을 유지하는 것이 깊이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의 세상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그 노력하는 방법은 자신에게 낯선 방식들을 경험하고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알고,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지켜내는 것이다. 나의 건강이 나의 세상의 건강과도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자꾸만 되새겨야 한다. 나는, 아주 인상이 좋은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사람의 인생은 분명히 얼굴에 새겨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늘 애매한 이야기만 하는 것 같다.

그렇다. 그러려고 쓰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추상적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달라. 나에게 댓글을 달아도 되고, 메시지나 메일을 보내도 된다. 되도록 구체적으로 답해주겠다. 아무도 안물안궁인데 나혼자 구체적인 정보를 떠드는 것은 나에겐 영 맞지 않는 일이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투머치 떠들고 있지만, 이건 나에겐 어떤 의미에서는 정리이기도 하고 해소이기도 하다.



12월이 온다. 그리고 2022년이 온다. 마스크를 벗게   알았지만 기대는 자꾸만 배반당한다. 나는 올해를 돌아볼  무엇을 기억하고, 누구와의 인연을 품게 될까.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내년은 호랑이띠라고 한다. 왠지 의미심장한 인생이 되지 않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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