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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이상 Jan 18. 2022

이제는 달라졌어

보이지 않아 아무도 아무것도


진심을 담아도 거짓처럼 들리는 말들이 있다. 난 많은 것들이 언제나 미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하다고 자부하는 것들을 거짓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혼자서 모든 걸 다 쥐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온전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온전히 혼자만의 것이다. 스스로 좁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을, 공공연하게 혼자서 해냈다고 말하는 것, 그것을 나는 거짓이라고 느낀다. 자신의 진심을 간절히 담았다는 것을 이유로, 진실을 강요할 순 없다. 너의 진실은 때로는 나의 거짓이 되고, 그것은 기만이 되며 심지어 폭력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너는 나이기도 하고, 나와 너는 둘이 될 수 없기도 하다. 미처 스스로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하는 수많은 순간들이, 눈뜬채 빠져든 겨울잠과 같은 현실이 만연하다.


택시를 타고 강남에서 강북으로 넘어오면서 앞도 보이지 않게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았다. 넓게 펼쳐진 한강이 되게 좁은 공간처럼 느껴졌고 나는 그 안에서 아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고,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갑자기 찾아오는 망중한의 구석에서 느끼는 비겁한 안락함이라니. 마치 최근의 내 일상을 돌아보는 것 같았다.


거짓웃음, 애쓴 농담. 돌아오는 발걸음. 가장 편한 공간에서 나는 가장 편안하게 쉬고 있을까. 잠은 도피처와 같고, 삶은 늘 생존이라는 이름으로 과소비된다. 나는 또 오늘도 럭셔리 브랜드 이름을 외우면서 거짓 웃음에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순간에 웃음을 터뜨리던 기억이 있는가. 나는 가끔 그런 기억들에 매몰되어 졸리지도 않은데 잠에 빠져든다. 사람의 목소리에서 도망쳐, 내 인생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를 적어본다. 한줄, 한줄. 나는 그 다음 무슨 말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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