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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이상 Jun 25. 2022

모두의 나, 나의 모두

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하니까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아시안게임을 앞둔 봄,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있는 한 병원에서부터... 는 아니다. 하지만 좀 길어질 것 같긴 하다.


그냥 이런 저런 말을 하고 싶어졌다. 이유를 떠올리려 노력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오랜만에 내 얼굴을 마주하고 재채기처럼 튀어나왔다. 거울을 보다가 새치를 발견한 것 같은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많은 걸 늘리며 살았다. 어릴 땐 친구를 늘렸고, 그 다음엔 연인을 늘렸고, 그 후엔 일을 늘리며 살았다. 물론 끊임없이 무게를 늘려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웃음) 지금의 나는 동료를 늘리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나는 결국 모두이기도 하고 하나이기도 하다.

늘 그 사이에 머무르며 생각한다. 하나로서의 나를 찾기 위해 헤매기도 하고, 모두의 나를 위해 모난 부분을 두드리며 마음을 잡기도 한다. 주변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나는 늘 감사하고, 때로는 부끄럽고, 꽤 많은 순간 송구스럽다.


우연한 기회에 광고를 공부하게 되고, 이십대 초반에 식구들이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돌아보면 당시 내 주변에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가고 빠르게 줄어들었다. 나는 자꾸 넓어지려고 노력했다. 결국 지금은 다시 식구가 늘었다. 행복한 일이다.


잡지 만드는 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BTL 광고 대행사에 들어갔다. 그러다 커뮤니티 디자인, 지역 재생, 청년 문제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고 그 다음은 다시 대행사에 들어가 카피라이터로 일을 했다. 꿈에 그리던 일이었다. TV 광고 카피를 쓰고 내가 참여한 광고가 온에어되는 경험은 아주 짜릿했다. 그 후 또 새로운 기회로 캐릭터 브랜드 회사에 가게 됐다. 열심히 하고 싶었다.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애썼다. 3년을 꽉 채우지 못하고 퇴사를 했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하나 하나 기억에 남는다. 여전히 소중한 기억이다. 운이 좋았겠지만, 짧은 사이에 두번 승진을 했고 팀장 역할까지 할 수 있었다. 작년 퇴사 후 더 많은 경험을 했다. 인크커피의 마케팅을 함께 했고, 모베러웍스와도 일을 했고 대행사 외주를 받기도 했고 하동의 일과 어라운디와 남원, 서울문화재단의 일도 했다. 우동히의 일도 함께 했고, 부산 삼진 이음과도 기회가 닿기도 했었다. 이 모든 것에서 또 사람이 남았다.


그러던 와중 작년 말에 두 가지 큰 제안이 있었다. 두 가지 제안을 모두 받아들였고, 그렇게 2022년을 맞았다. 하나는 나라의 중요한 일에 참여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트래쉬버스터즈에 합류하는 것이었다.


지금 돌아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끊임없이 변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딱히 그렇게 자각하진 않는다. 나는 그저 하나인데, 모두로서의 '나'의 존재가 사람에 맞춰 성장하고 있을 뿐인 것 같다. 아니, 성장이라는 말도 좀 부끄럽다. 오히려 생존에 가깝다. 그저 애써왔을 뿐이니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저 외면 받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애써왔다. 하지만 이제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


잘하고 싶다. 지금 주변에 모인 훌륭한 동료들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멋진 사람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내가 되기 위해서.


이렇게 말하고 나니, 결국 다이어트 얘기다. (웃음) 이제 좀 늘리기보단 줄이겠단 뜻이다. 아주 힘빠지는 결론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게 맞다. 힘을 좀 빼야겠다. 몸도 마찬가지고, 생에 많은 것들에서 조금 힘빼고 유연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자세를 고쳐잡아야겠다. 안쓰던 근육에 다시 힘을 보내고, 틀어진 자세를 고치지 않으면 멀리 갈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이제는 생각보다 금세 지치는 몸이 되었으니까.


다이어트 다짐, 이라는 건 식상하지만 식상하기 때문에 다시 되짚어본다. 새로운걸 한다는 건, 방식의 새로움일 수도 있으니까.

힘을 빼고, 살을 빼고, 군더더기를 빼자. 그리고 모두와 함께 멀리 가자.


그냥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굳이, 쓸모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때로 쓸모없는 이야기가 가장 소중한 순간으로 남을 수도 있으니까. 메모하는 차원에서 그냥 주절주절 떠들어보고 싶었다.


아, 그리고 혹시 여기까지 이 글을 읽은 누군가 있다면, 나의 모두에 당신이 꼭 포함되어있을 거라고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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