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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이상 Apr 12. 2023

밥 먹다가 거슬렸던 일

탓하기만 해도 자기가 좋은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는걸까?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TV에서 청소년 마약이 심각하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러면 어른들은 다들 청소년들 마약이 문제라고 혀를 찬다. 19살 이하 마약류 사범이 2013년 58명이었는데, 지난해 481명으로 무려 8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요즘 애들의 문제'가 되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어른들은 급발진하며 목소리를 키운다. 식당에서 밥을 먹던 한 중년 남성 무리도 그랬다.


"요새 애들은 그렇게 마약을 한대, 우리 때는 기껏해야 술마시고 담배피는 거였는데, 마약이라네."


그들은 유독 그런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를 키운다.

보란듯이, 들으란듯이 말이다.


그들이 말하는 '우리때'를 다시 떠올리긴 쉽지 않다. 왜냐면 그들에겐 너무 오래된 일이고, 그들이 말하는 '요즘 애들'에게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찾아봤다.


한겨레 기사다.

"환각물질을 흡입해 경찰에 적발된 사람은 91년 1천6백55명에서 92년 3천93명, 93년 3천8백64명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85%(93년)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93년도에 본드, 부탄가스 등의 환각물질을 흡입해서 경찰에 적발된 미성년자가 무려 3,284명이다. 90년대 초반에 미성년자였던 사람들을 대충 생각해보면 70년대생들로 가늠이 된다. 400명으로 십대 전반을 싸잡아서 혀를 차는 그들이 지금 몇살 정도 되는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오히려 그동안 마약으로 적발된 수가 100명도 안되었던 시대를 살아왔던 청소년들을 칭찬해줘야하는 것 아닐까? 아니면 그들이 그럼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견뎌왔는지 지켜봐야 하는 건 아닐까? 나는 어른이 어른스럽게 행동하지 못하고, 그저 몇년 더 살았다는 이유로 팔짱끼고 혀만 차는 모습을 보일 때 화가 치밀어 오른다. 지나간 세월을 쉽게 미화하듯, 자신보다 어린 세대의 사람들을 너무 쉽게 손가락질 하는게 아닐지.


자기객관화 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타인의 인생을 주관으로 재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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