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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Q Jun 28. 2018

책 <열정은 쓰레기다>

당신 만의 성공 공식을 찾아라.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는 일은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마치 '장보기 리스트'에 없던 물건을 사느라 초과 지출을 하는 것처럼 책도 마찬가지다. 원래 빌리려던 책보다 지나가며 발견한 책들이 더 재미있어 보인다. 만약 그 책이 '열정은 쓰레기다'처럼 강렬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졸업을 앞두고 '열정이 부족하다'라며 자괴감에 빠진 나에게는 몹시나 솔깃한 제목이었다. 어쩌면 삶의 '비밀'을 어디선가 발견해 편하게 살고 싶다는 나의 게으름과 욕심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제목을 보면 '열정을 강요하는 사회에 던지는 통렬한 비판'이 사이다처럼 위로를 던지는 힐링 도서인가 싶지만, 이 책은 매우 현실적이고 솔직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담은 자기 계발서다. 물론 뜬구름 잡는 자기 계발서가 판치는 마당에 좀 특별한 자기 계발서라고 뭐가 다르겠는가 싶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본래 저자는 기업과 직장인의 삶을 풍자하는 '딜버트Dilbert'라는 만화의 작가다. 오랜 세월 풍자만화를 그린 사람이라서 그런지 책의 내용도 자기 계발서 특유의 부담스러운 '촉촉함(?)'이나 '따스함'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딱딱하면서 너무나 현실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매우 매우 정확한 현실 인식을 돕는다.

저자는 '열정을 가지고 위험과 고통을 이겨내라'라는 헛소리에 주의하라고 꼬집는다. 책에서 소개되는 그의 경험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원하는 삶을 쟁취하는 데에 한두 가지의 방법을 고수하지 않는다. 시도하고 또 실패하고 다시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그는 열정이라는 허구적 상상에 빠져 자신의 에너지와 세월을 가능성이 낮은 방법으로 낭비하는 일에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대신 '단순한 생활방식을 만들어 에너지를 비축하고, 삶의 역학을 이용해 성공 확률이 더 높은 게임을 하라'고 제안한다. '성공은 좋은 시스템을 골라 운이 따라올 때까지 노력한 결과다.'

책은 시종일관 시니컬한 말투로 자신의 경험담과 조언들을 적는다. 당신의 열정이나 의지가 충만해지기를 기원하는 샤머니즘과 거리를 둔 저자는 오로지 기계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관리하기를 원한다. 프로그래머가 컴퓨터에 일련의 코드를 짜넣고 기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처럼 저자는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몇 가지의 방법들을 당신의 삶에 '장착'하기를 권유한다. 저자에게 '인생'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변화무쌍한 자연재해 같은 것이 아니며 수학과 확률로 이루어진 게임에 가깝다. 그의 냉소적인 조언은 '불확실함'으로 가득 찬 터널을 빠져나와 야생마처럼 날뛰는 인생에 고삐를 손에 쥐여준다. (물론 그 고삐를 쥐고 올바르게 뛰기 시작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풍자만화처럼 가끔은 실소를 터트리며 '시니컬함'의 매력을 느낀다. 어쩌면 갈팡질팡 고민이 많은 청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날카로운 현실 판단과 낙관적인 삶의 태도'를 가진 저자 같은 사람이 아닐까. 책 곳곳에서 만나는 돌직구들이 오늘따라 머릿속을 맴돈다. 



열정은 쓰레기다              

저자 스콧 애덤스

출판 더퀘스트

발매 201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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