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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Q Aug 01. 2018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인터넷은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었을까?


    인터넷의 등장은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이제는 물과 공기처럼 삶에 필수적인 공공재로서 인터넷은 우리 곁에 존재한다. 인터넷이 없는 하루를 상상하기도 어려운 시대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사람을 만나고, 지식을 쌓으며, 창조적인 활동을 한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개인은 인터넷이라는 촘촘한 연결 속에서 살아간다. '충분히 발전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하기 어렵다(아서 클라크)'는 말처럼 과거의 사람들이 본다면 정말 마법과도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아무래도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녀석에게 푹 빠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인터넷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에 빠진 인류는 과연 더 지혜로워졌을까?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마법을 배운 인간은 과연 더 현명해졌을까?


    인류가 오랜 세월 쌓아왔던 지식은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들을 지나며 체계를 갖췄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말은 '글자'라는 기호체계를 통해서 '쓰이기' 시작했다. 글자는 문장으로 문장은 거대한 서사로 이어졌다. 인류는 지식을 소유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다. 점토판에 새겨졌던 쐐기문자는 파피루스와 종이를 거쳐 수도사의 손에서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로 이어졌다. 낱장의 종이는 하나의 책으로 묶이기 시작했다. 인류의 지식은 책에 담겼고 도서관은 인류가 세운 지식의 성지였다. 책이 등장하면서 지식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인류는 비로소 책을 통해 사고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저자의 생각을 읽고 생각하며 이해하는 힘을 얻었다. 이것은 인류에게 가장 존엄한 능력이자 마법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책은 사람들의 손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연결된 개인은 더 이상 책을 소유하거나 정독하기 위하여 애쓰지 않았다.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서 찾으면 될 터였다. 인터넷은 단순히 '책'이라는 오래된 매체의 퇴장만을 예고한 것이 아니었다. 인터넷과 함께 우리의 뇌는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인류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이 빠른 속도로 늘어간 반면에 책을 읽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인터넷을 더 자주 더 많이 보게 될수록 우리의 정신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사고방식이 인터넷에 맞추어 변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링크'라는 인터넷 고유의 속성은 정보를 쪼개어 쉽게 접근하는 데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 개인은 길을 잃기 시작했다. 하나의 정보에 집중하지 못하고 '훑어보는 것'에 더 익숙해졌다. 링크와 링크 사이를 빠르게 오갈수록 우리의 집중력은 인터넷처럼 조각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생각하는 법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책을 다 읽은 후 나는 컴퓨터에 저장된 페이스북 즐겨찾기부터 지웠다. 스마트폰에서도 가장 첫 화면에 있던 페이스북을 감춰버렸다. 아무런 생각 없이 페이스북을 계속 뒤적거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 자신이 점점 산만해지고 있음을 느낀 터였다. 인터넷에 더 빠르고 더 쉽게 접속할수록 그 속에서 헤어 나오기도 더욱 어려워졌다. 물론 인터넷이 우리에게 엄청난 능력을 가져다주었음을 부정할 순 없다. 우리의 삶이 더 다양해지고 풍부해지는 것에 인터넷이 큰 역할을 했음은 자명했으니까. 그러나 우리가 어떤 정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하는 사고방식이 점차 산만해지고 있다는 경고는 큰 충격이었다. 저자의 주장이 파격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산만함'은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실제였기 때문이었다. 혹시 오늘도 인터넷에 취해있었던 것은 아닐까. 삶을 윤택하게 도와주는 도구가 아니라 내가 인터넷에 종속된 도구가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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