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o Elf - Emptiness
입춘이 지났으니 봄비라고 했어야 할까?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겨울에 미안한 듯 망설임으로 가득한 비였다. 모처럼 한가로이 일요일을보냈다. 해야지 하고 마음에 둔 일이 있었지만 과감히 하지 않았다. 떠나지않는 머리 속 생각이 있었지만 그 또한 그대로 흐르게 두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만큼 몸이 눅눅했다. 침대에 들어가 잠을 잤으면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거실에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기도 귀찮더라.그랬더니 하루가 흘렀다. 참 일요일의 시간은 빨리 간다.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원래 노는 시간이 더 빠른 법이니까.
그렇게 하루를 보낸 일요일 밤. 공간이 줄어들고 시간이 응축되는 시간이면괜히 마음의 수면이 일렁인다. 잔잔함에 대한 스스로의 불안으로 인한 일렁임이다. 하지만 퐁당 떨어지는 외부 요인이 없기에 그 또한 큰 파문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냥 일없이 음악을 듣는 것, 언젠간 사야지 하는 마음으로 이런저런물건들을 인터넷으로 구경하는 것, 며칠 째 90페이지에서멈춰 있는 책을 곁에 두고 열지 않는 것이 전부일 뿐.
그래도 마음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맥주를 마시며 이렇게 의미 없이 하루를 끄적거려 본다. 트리오 엘프의 “Emptiness”를 들으며. 비우려 하지만 결국 비우지 못하고, 괜한 마음의 요동만 남은 상황을그리는 듯한 말랑한 트리오 연주에 시간을 맡기며.